Alive or Just Breathing
킬스위치 인게이지 (Killswitch Engage)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압도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Hatebreed, Killswitch Engage, Shadows Fall 이들 트로이카 삼인방을 위시한 신(新) 스래쉬메탈이 현재 뉴메탈 씬의 거대한 조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얼터너티브의 핵폭탄을 피해 지하세계로 그 모습을 감추었던 메탈음악이 다시 락필드에 하나씩 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동시에 하나의 조류까지 형성해가며 자신감있게 재기해나가는 모습에, 옛 메탈팬의 한명으로서 감회가 새롭다.
그러나 이들이 과연 과거의 명성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해서는 판단을 일단 보류해두고 싶다. 씬 전체적으로, 선뜻 낙관적인 판단을 못내리게 하는 요소들이 군데군데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밀도감 높은 기타 톤, 중후한 톤의 드럼 그리고 각 파트끼리의 밸런스 등등 녹음상태 전반에 있어서는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은 역력하다. 그러나 이 킬스위치 인게이지라는 밴드에 대해서 '솔직하게' 칭찬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멤버 본인들이 직접 인터뷰에서 시인했듯이, 이들의 음악에서 In Flames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물론 미국이라는 지역적인 특색을 가미하면서 그 부분을 얼마간 희석시키기는 했지만, 초심자가 들어도 그 유럽 데스메탈 밴드의 색깔이 너무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트랙 1, 2, 3...곡 하나하나는 굉장히 힘차고 헤비하다. 암울하고 묵시록적인 분위기도 나름대로 독창적이다. 그러나 앨범이 중반부로 흐르면서 슬슬 따분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닌 듯 하다.

무엇보다도 획일적인 작법이 가장 실망스럽다. 보컬리스트는 샤우팅과 감성적인 필의 싱잉 이 두 가지로 자신의 보이스를 드러내는데, 앨범 전체적으로 똑같은 양상으로 나타난다.
피어 팩토리 역시도 이런 전철을 밟기는 했지만, 적어도 수록곡들의 변별력에 있어선 이들보다 훨씬 우위에 있었고, 그럼으로써 그 결점을 나름대로 커버해 나갔다.

킬스위치 인게이지가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의 훌륭한 메틀 밴드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압도적인 연주력이 빈약한 아이디어 때문에 늘 빛을 보지 못하는 이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초 고성능 엔진을 장착하고서도 기어 변속을 효과적으로 못하는 꼴이라고나 할까.

더 암울한 것은 헤잇브리드나 섀도우스 폴 역시 비슷한 포맷으로 작곡을 한다는 점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 어떤 분야에서건, 다양성이라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부활'하고 있다는 이들 메틀씬에 얼마의 점수를 주어야 할것인지 나로선 굉장히 혼란스럽다.

"십년을 생각하면 기술이지만 백년을 생각하면 철학입니다" 라는 광고의 문구가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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