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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의 대가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책세상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문학작품을 읽음에 있어서 '감동'을 기대한다는 것이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버린 걸까. 이를테면 닥터 지바고 류의 '감성'을 현대소설로부터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고지식한 발상인가.
집착 배신 악마. 이 세가지 단어로 요약 될 수 있을 내용을 이처럼 장황하게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군데군데 괜찮은 구절이 숨어있는 건 사실이지만 솔직히 나는 의심스럽다. 쿳시라는 작가가 도스토예프스키의 내면을 파헤침에 있어서...독자는 일관된 흐름을 감지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설령 '도스토예프스키의 감정 자체가 일관성과는 거리가 먼 것이니 틀린것이 아니다'라는 반론이 있을수 있더라도 말이다.
겉으로 주인공은 분명히 도스토예프스키인데, 이상하게도 뭔가 그는 소설속에서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잠깐 시점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데, 문체 자체로 보면 분명이 전지적 작가시점인데 각 챕터마다 글을 읽고나면 이상하게도 이게 3인칭 관찰자 시점이었나 하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뭔가가 분명하지 못하고 기승전결에 뚜렷한 느낌이 없다.
본래 기승전결이라는 것 자체가 이 소설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이라 한다면, 내용자체가 이렇게 길 필요가 없다.
죽은 아들의 젊음, 섹스, 글 이 세가지에의 집착을, 기승전결도 없는 주제에 이렇게 방대한 페이지로 장식(?)한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이 소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분명히 두고봐야 할 부분이다.
만약 최근 노벨문학상의 선정성향-성향같은게 존재한다면-이 철저히 컬트적이라 한다면..그때는 이런식의 지저분한 감상문도 필요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