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 - 최협 교수의 인류학 산책
최협 지음 / 풀빛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학'이라는 말 자체만 놓고보면 사람들은 굉장히 따분하고 딱딱한 것으로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편견을 깨고 조금이라도 인류학에 대해 열린 자세로 접근을 해 본 사람이라면, 분명이 이 분야에 제법 흥미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 책은 인류학의 본래 취지와 특성에 굉장히 충실하게 부합하는 저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문화와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인류학을 소개하고 있어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더더욱 친숙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키스를 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저자는 일반인들의 시각에서부터 출발하여 세계 여러나라의 예를 찬찬히 훑어보고, 마지막으로 쉽게 풀어놓은 인류학 방법론으로 결론을 맺는다. 즉 대중성과 학문적 깊이 어느 것 하나에도 소홀함이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역시 인류학 학자답게 사회학, 역사학, 철학, 심리학 그리고 일반 상식에 이르기까지 그 지식의 범위가 굉장히 해박하다. 그러나 더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책을 쓰는 '필자'로서의 센스와 그 자신만의 철학이다. 각 지식들 하나하나의 유기적인 관계를 잘 파악하고 그것들을 적재적소에 배치시키는 능력이 탁월해 읽는이로 하여금 굉장한 설득력을 갖게 만든다. 동시에, 책 후반부에 나타나 있듯이 비록 일반적인 내용들이긴 하지만 여러 양심적인 문구들로 본인의 인간적인 철학을 엿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같이 인류학의 저변이 취약한 상황에서 이렇게 훌륭한 입문서가 나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딱딱한 학술서적들을 대신해 일반 교양서 형식을 취한 입문서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는데, 본 책은 그 중에서도 퀼리티가 보장된, 참 괜찮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