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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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는 무엇을 할때 뭔가 고삐가 풀려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희한한것이, 도대체 우리의 고삐를 풀리게 한 그 범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사람을 마음놓고 두들기기 시작하면, 때리면서 계속 더 포악해져서 뒤에 가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고만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난 후에는, 내가 왜이랬나 하고 내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이러한 증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바로 어린이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흔히 어린이 하면 '순수'를 떠올린다. 그러나 그 순수라는 말이 '광기의 극단'이라는 말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좀 위험해진다.

어린시절의 경험을 한번 떠올려 보면 소설은 의외로 쉽게, 동시에 충격적이고 심지어는 공포스런 느낌으로까지 다가올 것이다. 어린이들은 자기 컨트롤을 잘 할줄 모른다. 그래서 어른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소설이 펼쳐지는 공간은 외부로부터 철저히 차단된 곳이고, 단 한명의 어른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이 집단은 두 파로 나누어지고, 다수파가 소수파를 으르렁거리며 짓누르고 소수집단은 도주한다. 이 상황을 극단적인 양상으로 몰아보면 과연 어떤결과가 나올까?

소설인 굉장히 명쾌하게 마무리된다. 굳이 독자가 생각해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작가가 배려라도 한 것 같다.

쉬운문체, 쉬운 내용이지만, 이미 오래전에 기억의 저편에 묻혀져 있던(즉 어린시절의) 까닭모를 공포감을 작가는 간단하게 상기시켜 버리기 때문에 소설을 다 읽은 후에는 제법 가슴이 뛸것이라 본다....우리의 어린시절. 우리는 나쁜짓을 많이 했다. 그런데 만약 그때 고삐가 풀려버리고, 그걸 컨트롤 해주는 어른들이 없었다면?

파리대왕 - 순수하고 자연적이며 더없이 원초적이다. 그래서 더더욱 소름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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