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6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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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품을 읽고 난 다음 감상문을 쓰려하면 여러가지 말들이 한꺼번에 몰려 쉽게 형용하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본작도 그러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스토리는 4대에 걸친 한 상인가문의 몰락과정이다. 증조 할아버지 요한 부덴브로크, 할아버지 요한(장) 부덴브로크, 아버지 토마스 부덴브로크, 아들 하노 부덴브로크. 이 가문은 독일의 한 소도시인 뤼벡에서 <부덴브로크 상사>라는 회사를 경영하는데, 대를 거듭하면 할수록 이른바 '시민성'과 '예술성'이 갈등을 일으켜 결국엔 가문전체가 종말을 맞게 되고 만다.

위에서 말한 시민성과 예술성의 갈등이란 간단히 말해서 현실과 감성 사이의 갈등관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사람이 너무 예술에만 몰두하고 현실을 등한시하면 경제적으로 파탄을 하게되고 몰락을 면치 못하게 된다. 증조 할아버지 요한 부덴브로크는 감성쪽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철저히 돈으로만 모든것을 판단하는 사람. 즉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오는 사람이다. 큰아들(고트홀트 부덴브로크)과의 갈등또한 오로지 금전적인 문제로만 치부해버릴 정도로 그의 마음에 인간적인 감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덕분에 회사는 매우 견실하게 운영된다.

그의 대를 이어받은 장 부덴브로크 또한 그 큰 회사를 현상유지는 잘 할정도로 수완있는 사업가가 된다. 그러나 현상유지는 잘 했으나 말년에는 종교에 지나치게 기대는 모습을 보여 부덴브로크 가문의 '시민성(=현실적 태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다시 그를 이어받은 토마스 부덴브로크는 서른이 채 되기전에 아버지를 여의지만 엄청난 수완과 능력을 발휘에 가문을 단숨에 최고의 위치로 끌어올려 놓는다. 그러나 그의 항열에 있는 다른 형제들은 모두 이 '시민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어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게되며, 가문의 기둥은 토마스 혼자서 붙잡게 되는, 힘겨운 상황이 지속된다. 사실 토마스 자신도 시민성이 아닌, 예술성에 훨씬 더 가까운 인물이었으나 그는 가문의 영광과 현상유지를 위해 자기 본연의 예술성을 짓누르고 억지로 시민성을 꾀한다.

결과적으로 토마스는 '시민성'에 있어서 성공을 하게된다. 회사도 발전했고, 자기 자신도 시의원에 당선되는 등 윗대의 어떤 조상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는 위치를 획득한다. 그러나 억지로 억눌렀던 자신의 본성-예술성-이 말년에 그가 이루어 놓았던 시민성적 성공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하고, 종국에는 요절을 하고 만다. 토마스는 예술을 좋아했고, 그것을 포기할 수 없어 음악적 소양이 풍부한 게르다 아놀트선이라는 여자와 결혼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하노 부덴브로크는 시민성의 수위가 바닥이었다. 토마스의 죽음으로 부덴브로크 가는 실질적으로 몰락하게 되며, 하노가 열다섯에 티푸스에 걸려 요절하고 그의 어머니 게르다가 고향으로 돌아감으로써 가문의 몰락은 끔찍스러울 정도로 '완벽'하게 마무리된다.

난 항상 예술을 사랑했다. 물론 그것이 도가 지나치면 현실이 힘들어진다는 사실 또한 모르는 바 아니었다. 그러나 본작은 무서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이성과 광기의 갈등...물론 작가는 양쪽의 갈등을 혼란스럽게 그린것이지 둘 중 어떤것이 좋다고 획일적으로 써내려간건 아니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독자로 하여금 혼란을 일으킨다. 발작 니체 쇼펜하우어 헤겔 바그너...너무많은 소스로 결합되어 있는것이다. 그러나 발작의 작품처럼 중간중간에 가슴에 와닿는 문구또한 적지 않았다. 정말...그로테스크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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