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0
에밀리 브론테 지음, 안동민 옮김 / 범우사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아직까지는 장편소설, 아니 고전소설을 읽으면 언제 끝나나 하고 따분한 느낌이 많이든다. 거의 절반이상은 억지로 읽는다고 해야 할것이다. 솔직한 표현으로. 무협지나 3류 연애소설에 비하면 책장 넘어가는 속도도 느리기 그지없어 따분함보다는 오히려 내가 지금 이걸 왜 읽고있나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라도 읽는 것은 - 참 이상한 것이 고전소설은 다 읽고나면 여러가지 심상이 복합되어 머릿속에 긴 여운을 남긴다는 것이다. 옮긴이의 서평을 읽고 이해력에 가속도를 붙이게 되면 그 느낌은 백배 배가된다.

지금도 나는 이 소설의 많은 부분을 이해를 못하겠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전혀 이해를 못하겠는데 그것이 영국인들의 공통된 정서인지 아니면 작가의 환경이 투영된 특수한 상황에서의 사고방식인지 나로서는 정말 알 길이 없다. 스무살 안팎의 젊은이들이 애들처럼 울기를 밥먹듯이 하고 부자간에 서로 욕지꺼리를 하지않나... 나열하자면 끝도 없지만 그래도 이건 굉장히 나은 축이다. 적어도 서양문학의 고질적 병폐인 풍경묘사의 비중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풍경묘사라는 것도 이 작가가 하는 것은 굉장히 수준이 있는 것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어두운 톤으로 내용을 전개시키면서도 부분부분 등장하는 자연의 화사한 색채감. 불협화음이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음악을 들으며 느꼈던 거지만 때때로 불협화음은 엄청난 감동의 서정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한 것이 문학으로 구현된 작품, 이것이 바로 폭풍의 언덕이다.

관찰자의 서술과 대화로 글이 진행되어 좀 무난한 구성이긴 했지만 의외로 책장은 잘 넘어가지 않았다. 구석구석 시적인 문구가 들어있어 몇 번 곱씹어 본적은 있지만 그렇게 철학적이고 난해한 부분이 있는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렸는가는 지금도 의문이다.

몇 년 전에 더 유명한 언니라는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시간때우기 삼아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역시 자라난 환경이 비슷해서인지 두 작품의 분위기는 놀라울 정도로 닮은 구석이 있었다. 아니, 작품 자체가 닮았다기보다 두 작가의 서술 스타일, 배경(소설속의) 그리고 그들 사고의 근저를 이루는 여러가지 정서 - 이것들이 비슷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역시, 내가 보기엔 - 동생의 작품이 훨씬 다채로운 느낌이다. 사색, 정열, 광기, 순수, 고독 이 다섯가지 색상이.. 광활한 자연위에 덧씌워져 있다. 자연이라는 그 이름 하나로.

늘 그랬지만 다 읽고나니 가슴 한켠에 어떤 만족감..동시에 묘한 감정이 뒤섞여 든다. 하여간 많은 것을 떠오르게 하고 한참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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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4-11-2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 소설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고생하면서 겨우 읽어냈어요 거의 의무감으로 읽었죠 그렇지만 님의 말처럼 읽을 때는 힘들어도 읽고 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상문 쓸 때 할 말이 많아지고 나름대로 캐릭터 분석을 하면서 기억에 오래 남게 됩니다 저도 히드클리프란 인물을 잊기 힘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