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2만리 1 - 쥘 베른 컬렉션 02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2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아마도 일본만화 '나디아'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시작하는게 이 소설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디아'를 본 사람들은 다 아시겠지만 '노틸러스 호'라든지 '네모선장'따위의 이름들은 결코 낮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나디아라는 만화는 원래의 소설에 SF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하여 새 옷을 입힌것이라 보면 된다. 해저의 신비와 외계인 등의 초 자연적이고 묵시록적인 내용으로 작품 전반을 채우고 있는데 역시 일본인들 특유의 상상력이 잘 나타나 있다. 이만하면 충분히 인기를 끌 소지는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인기를 끌었고...

현재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소설은 별로 SF의 느낌은 오지 않는다. 다만 간간이 그 그림자의 흔적만이 있는듯 없는 듯 미묘하게 왔다갔다 할 뿐이다. 하지만 당시로선 획기적인 것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노틸러스호의 메카니즘에서 우리는 SF적 사고의 출발을 보게 된다. SF문학의 역사를 논하는 것은 뒤로 미루고, 소설 자체를 감상하는 본래의 자세로 돌아가볼까 한다.

'노틸러스'는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전투용 군함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노틸러스보다 '네모'의 의미이다. 'Nemo'는 라틴어로 'Nobody'라는 뜻이다. 이러한 선장의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이 인물은 소설 전반에 걸쳐 기묘하고 알 수 없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다만 중간중간에서 조금씩, 인간세상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염세주의적 사고를 가진 이라는 점이 나타날 뿐이다.

해저 2만리가 동시대의 메인스트림과 질적인 틀을 달리 하는데는 표현대상의 상이함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소설들이 사회 혹은 개인들의 철학적 문제나 사랑 등등 인간사회를 주요 테마로 삼았던 것에 비해, 이 소설에는 '그 따위 인간사회'는 절대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굳이 이 작품에서 인간사회의 흔적을 찾으려고 한다면, 볼수 있는 것은 아마도 순수함으로 무장하고는 저속한 것은 상대도 하지않는 바다의 냉소적인 표정 뿐일 것이다.

네모라는 그 이름답게 선장은 노틸러스 호와 함께 신비한 최후를 맞는다. 여기에 대해서 구구절절 말이 많은데, 그다지 많은 주석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때묻지 않은 바다의 푸른 여운만이 기억에 남는다면 그것으로서 이 소설의 감상은 충분할 것이다. 자연에 있어서나, 인간 사회에 있어서나, 순수함이라는 것은 정말 무한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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