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의 사회학 - 세속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지음 / 사계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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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 스토리>를 쓴 짐 배것(Jim Baggott)은 책을 쓰는 데 인터넷이 많이 도움된다고 했다. 그런데 인터넷은 역으로 책을 읽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된다. 


최근에 읽은 노명우 교수의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지난 8월부터 지금까지 읽은 여러 권의 책과 마찬가지로 어둡다. <계몽의 변증법>으로 박사를 받은 학자라서 이 책이 어둡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장, 에필로그에 그 이유가 자세히 나온다. 콜드 팩트(cold fact), 그러니까 냉혹한 현실 때문이다. 힐링은 개인이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받아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이 에필로그는 식스토 로드리게스(Sixto Rodriguez))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의 노래로 시작한다. <이것은 노래가 아니라 분노야!(This Is Not A Song, Its An Outburst)>. 이 곡은 현실을 절절히 노래한다. 책에 나오는 가사에 원문을 덧붙이면 이렇다.


시장은 범죄율을 숨기고(The mayor hides crime rate)

여자 의원은 주저하고(council woman hesitates)

사람들은 분노했지만, 정작 투표일을 까먹고(Public gets irate but forget the vote date)

일기예보관은 맑은 날을 예고했는데 비가 온다고 투덜거리고(Weatherman complaining, predicted sun, it's raining)

모두가 저항하고 있는데(Everyone's protesting)

남자 친구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러지 말라고 하고(boyfriend keeps suggesting you're not like all of the rest)


쓰레기 치우는 사람은 없고 여자들은 보호 받지 못하고(Garbage ain't collected, women ain't protected)

정치인은 이용당하는 사람을 써먹고(Politicians using people they're abusing)

오염된 강물처럼 마피아 세력은 커져만 가고(The mafia's getting bigger, like pollution in the river)

당신은 이게 현실이라 말하고(And you tell me that this is where it's at)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는 지끈거리고(Woke up this moming with an ache in my head) 

침대에서 흘러나오며 내던졌던 옷을 끼어 입고(Splashed on my clothes as I spilled out of bed)

창을 열고 뉴스를 들어도(Opened the window to listen to the news)

지배층의 블루스만 들려오고(But all I heard was the Establishment's Blues)

총은 불티나게 팔리고 주부들에게는 삶이 따분하고(Gun sales are soaring, housewives find life boring)

이혼만이 답이고 흡연은 암을 유발하고(Divorce the only answer smoking causes cancer)

성난 젊은이들 노래 속엔 이런 체계는 곧 망해야 하고(This system's gonna fall soon, to an angry young tune)

그리고 이 모든 게 구체적이고 냉혹한 현실이고(And that's a concrete cold fact)...


이 노래를 부른 로드리게스는 미국에서는 무명의 가수였지만, 정작 남아프리카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보다 인기 있는 가수였다.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이 로드리게스의 노래 만큼이나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건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2013년 연구년에 "세계로서의 사회"와 "세상으로서의 사회"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많이 공부하였지만, 정작 대부도의 한 노인의 질문에는 답을 못했다는 것. 지금까지 전문가-바보로서 연구하는 학자였다는 깨달음. 


전문가-바보.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알게 된  이 전문가-바보(Fachidiot)라는 말은 한번씩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물리를 전공하더라도, 바보는 되지 말라는 뜻으로 학생들에게 조언할 때 쓰기도 하는 단어다. 이 책의 에필로그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전문가로서의 학자가 아니라 이 세상 속에서 사는 한 시민으로서의 학자로 산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Fachidiot만이 될 뿐이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그저 냉소적인 인간이 될 뿐이다. 


어두운 책을 읽는다는 건 정신력을 소모시킨다. 이 <세상물정의 사회학>, 2017년 후반기에 읽은 네 번째 어두운 책으로 분류해 둔다.


https://www.youtube.com/watch?v=6e-a3jUSu1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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