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버드 학생들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강주헌 옮김 / 사회평론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Scientific American> 2016년 10월호 편집자 란에 <Science is not enough>라는 글이 실렸다. 정치가들이 인문학을 겉으로 드러나는 경제에 미치는 효용가치로만 판단하는 미국의 현실을 비판한 사설이었는데, 이 책에서 파리드 자카리아가 쓴 책 <In Defense of a Liberal Education>을 인용하였다. 그만큼 이 책의 내용은 인문학이 경시되는 세태에 경종을 울린다. 이 책의 번역본이 <하버드 학생들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라는 책이다. 제목만 보면 마치 인문학을 더 이상 공부하지 말라는 뉘앙스가 풍기지만, 실제로 이 책은 미국 대학의 가장 큰 장점으로 학부 때 배우는 교양 수업을 강조하는 책이다. 책의 원 제목도 직역하면 <인문 교육을 옹호하며> 쯤 될 것이다. 난 번역자가 왜 이 책을 <하버드 학생들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고 달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는 인도 출신이다. 인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장학금을 받아 미국에 있는 예일대(하버드대가 아니라)에서 공부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다. 이 책의 내용은 미국대학의 학부 과정, 특히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의 교육이 유럽처럼 점점 더 전공 분야로만 치우쳐 가는 것을 경계하는 게 주를 이룬다. 그러면서 드는 예가 애플을 세운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이다. 세 사람 모두 과학과 인문학을 겸비한 사람들이다. 스티브잡스가 컴퓨터 산업에서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잡스가 테크닉이 뛰어나서도 아니도 프로그래밍을 잘해서도 아니다. 잡스 본인이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애플의 DNA는 기술과 인문학의 결혼으로 태어난 것이다. 그것만이 우리의 심장이 박동치게 한다"라고 말했듯이 새로운 장을 여는 기술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스스로 판단하게 한다는 것, 그리고 인문학은 인간의 창의성을 늘 자극한다는 것, 그것이 이 이 책에서 강조하려고 하는 것이다.
흠이라면 이 책의 번역본이다. 책 제목만큼이나 번역이 그리 잘 된 책이라고 하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