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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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이라는 작가는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작가다. 위키백과 검색을 해보니까 이 김애란 작가에 대한 설명이 이렇다. 문학계의 샛별이라고도 불린다고 할 만큼 어려서부터 소설가로서의 재능을 보인 작가. 최연소 한국문학상 수상. 그외에도 수상 경력이 화려한 작가다. 그만큼 글을 잘쓰는 작가라는 말일 것이다.   

이 <두근두근 내 인생>은 작가가 처음 도전한 장편 소설이라고 한다. 단편소설과는 달리 장편 소설은 서사구조라던가, 인물설정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정되어야 한다지만, 그런 건 그 소설이 미학적으로, 예술적으로 얼마나 격조있는가를 따지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그렇다는 얘기일 거고 일단은 읽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잘 읽히는 소설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지 않을까. 

이 <두근두근 내 인생>은 문학계의 쟁쟁한 원로들로부터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한 소설이다. 특히 평론계의 대부 김윤식 선생으로부터는 악평을 받은 책이란다. 하지만 문학에서 평이라는 게 일정 부분 관점의 차이라는 것도 있는 거니까 독자 입장에서는 그 평들에 너무 의존할 필요는 없다.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 중 문학평론가 심진경씨가 "젊은 여성들이 밑줄 치면서 읽기에 좋은 아포리즘으로 가득 차 있지만 고등학생 부모, 조로증환자가 겪는 삶의 고통을 그렇게 '시크'하고 '쿨'하게 표현해도 되는 걸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며 "단편의 연장이며 문학이 읽히지 않는 시대에 읽혀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라고 했다는데,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비극을 비극 자체로 그렸다면 오히려 이 책은 진부한 최루제로서의 삼류소설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고 문학이 읽히지 않는 시대에 읽혀야 한다는 강박은 역으로 읽히기 위한, 작가로서 치열함이 느껴진다. 서머셋 모옴이 했다고 하는 말처럼 일단 소설은 재미 있는 게 재미 없는 것보단 낫다. 때론 생각하게 만들고 고민하게 만드는 예술의 원래 목적에 충실한 소설도 필요하지만 잘 읽히면서 부분적으로 그 역할을 하는 책이라면 독자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날 먹먹하게 했던 부분은 '이서하'라는, 골수종을 앓는 여자아이와 주인공 한아름 사이에 주고 받는 이메일이었다. 십칠년 동안 한번도 여자를 사랑해 본 적이 없던 조로증 환자 주인공에게 찾아온 사랑, 통속적으로야 그런 사랑은 애잔할 수 밖에 없지만 그 이 '이서하'라는 아이가 실은 여자 아이가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거나 또는 작가를 꿈꾸는 삼십칠세 남자였다는 사실. 작가는 뭘 말하고 싶었을까. 솔벨로우 말을 빌리자면 세상은 20세기 초반부터 하드보일드화 되어가고 소셜 네트워크화된 세상은 한편 천박하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실이 이 땅에 만연하다는 것. 한 아이의 비극 또한 자신의 출세의 기회로 삼는 세상이라는 것. 작가의 생각이 보일듯 말듯 하지만 아무튼 가슴이 먹먹해진 부분이다. 소설을 읽다가 이런 기분을 느낀 건 참 오랜 만이다. 소설 읽는 걸 즐기진 않지만 한번씩 소설이 주는 즐거움은 시 읽기나, 또는 철학책이나 사회과학책들이 주지 못하는 묘한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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