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이론의 꿈 - 자연의 최종 법칙을 찾아서 사이언스 클래식 10
스티븐 와인버그 지음, 이종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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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와인버그가 1990년대 초 텍사스에 초대형 입자가속기(충돌기collider) SSC를 짓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쓴 책이다. 결국 이 SSC는 클린턴 정부 때 입자 가속 터널 공사가 어느 정도 진척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만 둔 과학 사업이 되고 말았지만 유럽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있는 CERN(유럽 핵입자물리 연구소)에서 강입자가속기(Large Hadron Collider: LHC)가 가동 중에 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스티븐 와인버그가 누구인가? 1979년에 Z 중간자의 존재 예측으로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인 글래쇼와 파키스탄 출신 물리학자 살람과 같이 노벨상을 받은 20세기 가장 뛰어난 이론 물리학자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20세기 후반에 대표적인 이론물리학자를 뽑으라면 아마도 입자물리학 분야에서는 네덜란드의 트후푸트, 미국 프린스턴대의 에드워드 위튼, 그리고 텍사스 오스틴의 스티븐 와인버그가 되지 않을까? 대부분의 물리학자들 또한 이에 대해 별 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스티븐 와인버그는 자신이 왜 환원주의자인가를 논리 정연하게 밝힌다. 인문학이나 생물학 분야에서 많은 오해를 사고 있는 그런 환원주의자가 아니라 자연의 법칙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입자물리학이 왜 가장 기본이 되는 관점을 제공해 주는지를 주장하는 책이기도 하다. 물론 물리학자 중 응집물리학의 대가이자 역시 노벨상 수상자인 Phil Anderson 같은 사람은 좀 더 다른 관점에서 자연을 들여다 보긴 하지만 Weinberg는 물리학의 Hierachy에서 입자물리학을 가장 높은 꼭짓점에 둔다. 그 이유는 입자물리학이 다른 물리학 분야에 대해 더 우월한 학문이 아니라 더 기본적인 분야라는 점 때문이다. 여기서 더 기본적이라는 말은 좀 더 미시적인 관점에서 좀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우주를 들여다 본다는 얘기다. 물론 화학이나 생물학에서는 그런 물리학 없이도 잘 기술하지만 그 기술 방법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원리는 바로 물리학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이다.  

비단 스티븐 와인버그 뿐만 아니라 대개 이론물리학자들이란 환원주의자일 수 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통계물리학이 아닐까. 거시적인 세계는 결국 미시적인 세계가 지배한다는 것. 열물리학으로도 기계공학이나 화학, 생물학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기술할 수 있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가'를 답하려면 통계물리학을 이해하여야만 하는 것처럼 우주가 왜 지금의 모습을 지니게 되었는가 하는 것 또한 물리학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여야지만 설명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면 물리학의 뿌리는 역시 환원주의다. 물론 최근 통계역학이나 응집물리학에서 말하는 창발(Emergence) 같은 새로운 개념을 보면 환원주의를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있을 수도 있지만 스티븐 와인버그가 주장하는 환원주의는 그런 걸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학의 본질적인 면을 말하는 것이다. 

스티븐 와인버그는 비교적 두꺼운 이 "최종이론의 꿈"이 외에도 <처음 삼분간>이라는 책을 써서 물리학에서의 우주론을 일반인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지만 이론물리학자들에겐 늘 깔끔하게 쓴 그의 논문과 세 권짜리 교과서 <양자장이론>, <일반상대성이론과 우주론>, 그리고 가장 최근에 쓴 <우주론>으로 더 알려져 있다. 와인버그가 쓴 <양자장론>교과서나 <일반상대서이론>교과서의 1장을 읽어 보면 늘 그 분야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하는데 다른 유명한 물리학자와 비교해도 물리학자로서의 역사적인 안목이 뛰어나다. 뿐만 아니라 물리학에 관한 한, 자기 자신의 고유한 관점을 분명하게 견지하는 것을 보면 내겐 이론물리학자라기 보다는 20세기와 21세기 초반의 사상가의 반열에 둔다고 해도 별 반대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스티븐 와인버그가 이 책에 왜 그토록 순수과학의 중요성에 대해 목청을 높일까. 그건 순수과학 또한 인류의 문명에 속한다는 그의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단지 실생활에, 돈벌이에 쓸모 있음을 떠나서 순수과학은 인간이 무엇인지, 인류란 무엇인지를 말해 주는 문명, 그 문명에 속한 것이라는 것 말이다.

군데군데 오탈자가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직업 물리학자가 번역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래도 잘 번역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책 뒷 부분에 저자와의 인터뷰 또한 나름대로 흥미 있는 이야기거리를 많이 제공해준다.  

이 <최종 이론의 꿈>은 일반인이 읽기에는 조금 버거운 책일 수도 있지만 교양인이라면 넘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1993년에 나왔기 때문에 그 동안 눈부실 정도로 발전한 초끈이론의 내용을 다 설명하진 못하지만(이에 대해서는 최근 브라이언 그린이 쓴 <엘리건트 유니버스>가 설명을 보충해 줄 수 있다) 그래도 오늘날 물리학자들이 우주를 보는 시선을 느끼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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