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 음악적 인상학
테오도르 아도르노 지음, 이정하 옮김 / 책세상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인가 말러의 교향곡을 듣겠다고 생각하고 말러 교향곡 시디를 사면서 아도르노가 쓴 말러에 관한 책을 한권 샀다.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중심에 서 있다는 아도르노의 책은 이미 여러 권 가지고 있기도 하고 호르크하이머와 같이 쓴 <계몽의 변증법>을 수차례 읽다 말다 반복, 그리곤 독일어 원본까지 사서 읽겠다고 매달렸던 경험이 있는지라 이 책도 그리 쉬울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아도르노 책 중에는 베냐민 풍으로 그래도 좀 쉽게 썼다는 <미니마 모랄리아>던가 하는 책도 그리 쉽지 않았던 걸 보면 별 배경 설명 없이 여러 사람들의 작품을 논하는 아도르노의 글쓰기를 내공 없이 따라가기란 물리학자 입장에서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아도르노의 책을 번역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번역한 책을 남들이 읽을 것이라는 걸 생각하고 번역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차라리 사전을 들고 독일어 원본을 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번역이 난삽하다. 특히 번역 과정에서 자신이 정의한 단어(파현이라고 했던가)까지 쓰는 걸 보면, 미안한 말이지만 박사과정의 설익은 모습까지 느껴진다. 결국 수십 페이지를 고통을 감내하면서 읽다가 포기한 책이다. 워낙 글을 어렵게 쓰기로 유명한 철학자가 쓴 책이라 어느 정도는 감안해 줄 수 있지만, 이건 아니다.  독일어가 만연체라고 번역한 우리말까지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그렇게 한다고 아도르노의 문체가 우리말에 고스란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차피 전문가들은 원전을 볼 테고 아도르노를 알고 싶은 비전문가들이 읽을 책이라면 번역에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히 하자, 제대로 된 철학자들의 글은 그 문체가 쉽든 어렵든 그 글 자체로 이해되지 않는 글을 쓰진 않는다는 사실. 그 내면에 숨어 있는 의미라던가, 메타포라던가, 또는 그 의미의 올바른 해석이라던가, 그런 걸 이해하는 건 어려운 문제일 수 있지만, 적어도 그 철학자가 쓴 글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건 칸트의 글도 마찬가지고 다른 철학자들의 글도 마찬가지이다. 이 번역한 글을 출판해준 출판사와 편집자도 적어도 번역된 글을 읽고 출판 여부를 판단했어야 하지 않을까.  

미안하지만 이 책을 살 거라면 독자에게 차라리 독일어를 배우면서 원본으로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다. 

별 세개가 아깝긴 하지만 원 저자가 아도르노인 걸 무시할 순 없으니까.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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