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사용 설명서
전석순 지음 / 민음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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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철수사용설명서, 한 루저의 이야기. 이런 류의 소설을 루저문학이라고 부른단다. 루저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읽으면서 짜증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어쩌면 그게 이 젊은 작가 손석순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철수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과거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루저라고나 할까. 결국, 원래는 철수에게 문제가 없었지만 가족, 학교, 친구 등등으로 부터 덜 떨어진 구석이 있는 사람으로 프레임 지어진 사람이 철수라고 해야 할까. 더 추적해 보면 날 때 부터 루저였던 게 철수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이 손석순 작가가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불쾌함을 참고 끝까지 읽다 보면 결국 215페이지 이 후에 철수를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읽을 수 있다. 결국 철수는 루저가 아니라 완제품으로 준비되어 가고 있는 29세 청년이라는 것.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면 열도 안 나고 손 등에 오선지도 안 나타나고 정상 작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것. 결국 세상의 루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실은 루저가 아니라 여전히 준비 중에 있다는 것. 하긴 세상에 잉여인간이라는 건 애초부터 없을 테니까. 태어난 사람 중 의미 없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아무튼 철수를 가전제품 중 하나 쯤으로 기술하면서 철수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끝까지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이 참신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계속 되는 모티브 (손 위에 나타나는 오선지, 발열 반응)들에서 좀 진부하다는 생각도 같이 든다. 그래도 그 구성이 참신하다는 것, 그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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