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난제 :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 - 필즈상을 거부하고 은둔한 기이한 천재 수학자 이야기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18
가스가 마사히토 지음, 이수경 옮김, 조도상 감수 / 살림Math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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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푸앵카레 추측'이 들어있길래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샀다. 책을 들자마자 끝까지 보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0여 페이지 남짓한 비교적 얇은 책에 저자의 직업이 방송국 피디라 글을 쉽게 썼고 번역도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잘 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 책은 정작 푸앵카레 추측이라는 난제를 푼 역사적인 수학자 페렐만이 왜 필드메달을 거부했나, 하는 질문을 심층적으로 파고 들진 못했다. 그러니까 푸앵카레 추측이 어떻게 해서 페렐만이라는 수학자의 손으로 풀리게 되었는지 리뷰는 잘 한 책이지만 문제가 되었던 페렐만의 필드메달 거부, 클레이 연구소에서 건 백만불 상금 거부에 대한 취재는 거의 부재한 책이다. 페렐만이라는 사람은 이미 은둔해 버린 기인이라 취재에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그래도 저널리스트 답게 좀 더 깊게 파고들었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페렐만에 대해서는 이 책보다는 오히려 Wikipedia가 더 자세하다.  

http://en.wikipedia.org/wiki/Grigori_Perelman 

페렐만이 필드 메달을 거부한 그 이면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미국 잡지 New Yorker에 자세히 실린 바 있다.  더 알고 싶은 분은 아래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읽어 보라.

http://www.newyorker.com/archive/2006/08/28/060828fa_fact2  

필드 메달 거부라는 전무후무한 사건 뒤에는 필드메달 수상자이자 미분기하학 분야에서 Calabi-Yau Manifold로 그 명성이 자자한 수학자이자 하바드대 수학과 교수인 S.-T. Yau를 빼놓을 수 없다. 비록 Yau는 위의 기사가 신빙성이 없고 자신의 명예를 실추했다고 고소까지 한 상태이지만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나랴. 실제로 Yau는 자신의 두 제자인 H.-D. Cao교수와 X.-P. Zhu에게 Perelman의 증명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한 논문을 쓰게 하고 그 논문은 자신이 편집장으로 있는 Asian Journal of Mathematics에 출판하게 했다.  

 http://www.intlpress.com/AJM/AJM-v10.php#AJM-10-2   

하지만 재미 있는 점은 논문이 출판된 다음 수정본이 인터넷 예비 논문집에 해당하는 로스알라모스 Preprint server에 실렸는데 그 논문 앞 부분에 보면 Perelman과 Hamilton에게 정확하게 크레딧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사과한다. 

http://arxiv.org/abs/math.DG/0612069  

이 사실은 New Yorker지에 실린 사실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 이야기인지라 그냥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사안이 좀 중대해 보인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Perelman이 이미 잠적해 버린지라 필드 메달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 부분은 학문의 윤리와도 깊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나서서 밝히는 게 학문의 발전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실제로 수학과 과학 역사에서 공평하지 못했던 경우가 제법 많다. 이 푸앵카레 추측과 얽힌 어두운 뒷 이야기가 오해나 해프닝일 수도 있지만  New Yorker지에서 말하는 게 사실이라면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단지 유명한 대가라는 이유로 덮어 두는 것이라면 학문하는 이유가 없지 않을까. 어느 학문이든 그 학문을 하는 모든 사람은 서로 동지일 뿐이지 위 아래가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이 책은 결국 푸앵카레 추측에 관해서 반쪽만 다루는 데 그쳤다. 그래서 별 세개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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