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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David J. Griffiths 지음, 권영준 옮김 / 청범출판사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전에 쓴 Griffiths의 전자기학 교재에 대한 서평에서도 말했지만 Griffiths는 입자물리학 이론을 전공한 물리학자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물리교육에 관심이 더 많은 학자이다. 실제로 물리교육 논문집인 American Journal of Physics를 훑어보면 Griffiths가 쓴 논문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저자에 대한 정보는 아래 Wikipedia에 가보면 간략하게 볼 수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David_Griffiths_(physicist)
물리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자 답게 Griffiths가 쓴 전자기학 교재와 양자역학 교재는 미국의 많은 대학에서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나 또한 물리교육과 양자역학 강의에서 한번 이 책을 교재로 선택한 적이 있다.
이 Griffiths의 양자역학 책은 학부 수준에 맞춰 쓴 기타 양자역학 책과 비교했을 때 독특한 점이 많다. 한 때 많이 사용되었던 Liboff의 Introductory Quantum Mechanics (위 그림. 판을 거듭하면서 점점 더 두꺼워진 교과서 -.-)처럼 학부교과서는 양자역학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부터 쓴 책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바로 Schroedinger 방정식을 도입한다. 그러니까, 일단 한번 풀어 봐, 하는 식이라고나 할까. 저자가 양자역학을 가르치면서 고민한 부분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통적인 방법이 더 교육적이냐, 아님 이 책처럼 바로 양자역학의 핵심으로 다가가는 게 더 좋은가 하는 판단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 부분은 옛날부터 있어왔던 교육방법에서의 논쟁거리이기도 하니까 여기서 그 논의는 피하겠다. 하지만 학문에 있어서 그 학문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하는 역사적인 고찰은 교육적인 면에서도 무시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자역학 발생사 또는 발전사를 간략하나마 학부 양자역학 과정에 넣는 게 필요하다.
이 Griffiths 교과서는 양자역학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체계적인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않는다. 그냥 바로 <파동함수>로 읽는 이들을 이끈다. 이제 갖 수영을 배우는 아이를 물에 던져 놓고 마치 물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려는 듯 처음부터 바로 양자역학의 근간이 되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소개한다. Griffiths의 의도는 분명하다. 최근에 작고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영국 물리학자 Mott가 양자역학 관련 교육 논문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Mott는 Wave mechanics라는 양자역학 교과서를 기술한 적이 있다). "왜 양자역학은 쉬운 길을 놓아두고 흑체복사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Max Planck가 흑체복사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면서 양자론(지금은 고전양자론이라고 부르지만)을 1900년 독일 물리학회(Deutsche Physikalische Tagung)에서 처음 세상에 발표하였을 때를 보통 양자역학의 생일로 본다. 그런 이유로 많은 양자역학 교과서를 보면 이 흑체복사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이 흑체복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알아야할 물리가 많다. 그런 점에서 이제 막 3학년이 된 물리학과 학생들에게 양자역학을 가르치면서 흑체복사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쩌면 준비도 안 된 학생들을 자칫 잘못하면 곤경에 빠뜨릴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는 역사적 순서와 같이 양자역학을 가르치는 게 초급과정에서는 무리일 수도 있다. Griffiths는 이 점을 잘 았았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Schroedinger 방정식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물리적인 계에 적용하다 보면 자연스레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거라는 게 Griffiths의 생각이다.
이 Griffiths의 교육 방식에 동의하고 나면 이 책은 아주 잘 쓴 양자역학 교과서이다. Griffiths의 전자기학 교재도 그렇지만 이 책 또한 참신한 문제를 많이 담고 있다. 좋은 문제를 많이 제공해준다는 건 좋은 교과서가 지녀야 할 덕목 제1호다. 물리를 처음 접하는 학생이 반드시 해야할 과정이 바로 혼자 힘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기 때문이다. 설명 또한 간결하고 핵심을 잘 짚어준다. 하지만 학부 수준의 양자역학을 마스터한다는 것은 단순히 교과서 한권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쓴 양자역학 교과서(Gasiorowicz가 쓴 책 또는 Liboff가 쓴 교과서)를 참고하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Griffiths 책을 잘 소화한 학생이라면 그 다음 단계인 Sakurai나, Schiff, Merzbacher가 쓴 대학원 수준의 양자역학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기초는 갖춘 셈이다.
참고로 이 책의 오타 수정은 아래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찾을 수 있다.
http://academic.reed.edu/physics/faculty/griffith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