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덴탈리즘 - 반서양주의의 기원을 찾아서
이안 부루마 외 지음, 송충기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원제목: Occidentalism: The West in the eyes ofits enemies
by Ian Buruma and Avishai Margalit


바루마와 마갤릿이 쓴 <옥시덴탈리즘>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쓴 <오리엔탈리즘>에 빗대어 쓴 책이기는 하지만 <오리엔탈리즘>과는 달리 쉽게 쓴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옥시덴탈리즘에 담겨 있는 서양에 대한 편견은 서양이 동양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 못지 않게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과거의 여러 예를 이용하여 보여준다. 저자는 현대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반미주의 또한 옥시덴탈리즘이라는 틀 안에서 해석한다. 특히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서양의 중요한 한 정치적 틀로 볼 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그 옥시덴탈리즘은 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적대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의 각장에 나와 있는 저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장-서양에 대한 전쟁: 1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 불었던 민족주의적 움직임을 예로 들어 옥시덴탈리즘을 설명한다. 1942년 7월, 일본 교토에서 열렸던 학술대회에서 논의되었던 내용은 "어떻게 근대를 극복할 것인가?"하는 것이었는데, 이 대회에 참석한 일본 지식인들은 민족주의적인 색채를 띠었다고 한다. 저자는 1942년 교토 학회에서 다룬 근대는 바로 서양을 의미한다고 했다. 전시였던 일본에서 열린 학회인 만큼 민족주의적이었을 테고 그 주적이 미국이었다는 점에서 극복 대상은 미국이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여기서 더 발전해서 개인적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개념도 일본 입장에서는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 당시 일본의 지식인들 중심으로 형성된 옥시덴탈리즘의 뿌리를 찾기 위하여 메이지 유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메이지유신 동안 일본은 문명개화라는 슬로건 하에 서양으로부터, 즉 유럽으로부터 과학기술과 서구인문학을 받아들였다. 그 유신은 성공적이었지만 도시와 농촌 사이의 심각한 격차를 불러왔다. 이 도시와 농촌 사이의 이질감은 저자가 옥시덴탈리즘을 해석하는 데 키워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일본 교토에서 열린 학회에서 논의된 근대 극복 방안은 일본 과거의 인간적이고 정신적인 유산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말은 옥시덴탈리스트의 눈에는 서양은 탈 인간화가 된 사회이고 그 안에서 정신적인 것은 아무 것도 찾을 수 없게 된 사회로 본다. 하지만 저자는 이 옥시덴탈리즘의 근원은 단순히 일본이나 이슬람국가에서 일어난 하나의 현상으로 환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유럽에서 먼저 발생하여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간 하나의 주의로 본다. 저자는 전체주의의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가 이 옥시덴탈리즘이라고 한다. 저자는 1942년 일본의 교토 학술대회에서도 그랬듯이 이 옥시덴탈리즘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고 본다. 이 부분에서 저자의 생각이 다소 방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바루마와 마갤릿은 이 책의 저술 목적을 1장 말미에 분명히 밝히고 있다. 옥시덴탈리즘의 특성은 도시, 서구정신, 부르주아지, 무신론자에 대한 적대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무엇 때문에 이 옥시덴탈리즘이 등장했는지 이해하고 이 주의가 한 지역의 산물로 환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느 일관된 사상적 흐름에서부터 촉발된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2장-서양의 도시: 2장에서 저자는 1장에서 말한 옥시덴탈리즘이 적대감을 표출하는 첫 번째 대상인 서양의 도시와 그 적대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2장은 9.11 테러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쌍둥이 빌딩의 붕괴는 빈 라덴과 같은 옥시덴탈리스트의 눈에 타락한 도시의 멸망으로 비쳤을 것이다. 도시는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유희와 상업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종교를 외면한다. 세속화, 오만함, 제국건설, 개인주의, 돈, 권력, 성의 상품화로 이미지화된 도시는 그런 것들을 적대시하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파괴되어야 하는 대상이 된다. 이러한 이미지화로 인간 도시는 인간성을 상실한 곳으로 규정지어 진다. 이것이 도시를, 특히 서양도시를 적대시하는 옥시덴탈리즘의 시각이다. 9.11 테러를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뉴욕은 테러리스트들이 막연히 선택한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가장 타락한 인간의 도시의 대표로 공격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 뉴욕 중에서도 쌍둥이 빌딩이 주공격 대상이 된 것 또한 테러리스트들이 자신들의 복수의 대상으로 그들에게 바벨탑 같아 보이는 그 빌딩을 세심하게 선택했다는 점을 암시한다. 하지만 저자는 도시를 적대시하는 저 옥시덴탈리즘이 이슬람 문명의 원래 모습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 수 세기 동안 바그다드와 콘스탄티노플은 이슬람인들에게 무지를 깨우쳐주는 도시로 인식되었지 결코 파괴하여야 할 대상은 아니었다. 저자는 도시를 적대시하는 옥시덴탈리즘의 뿌리를 유럽에서 찾는다.
19세기 유럽에 인간을 욕망만을 좇는 열등한 동물로 가두어 놓는 대표적인 대도시는 프랑스 파리, 영국의 런던, 맨체스터 같은 곳이었다. 도시는 거기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시기심과 공포심을 갖게 했다. 도시는 그들에게 돈이 숭배의 대상이 되는 곳이었다. 저자는 19세기 유럽에서 도시에 대한 적대심이 유대인에게로 모아졌다는 것을 말한다. 2장에서 논리적으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저자는 어떻게 해서 도시에 대한 적대감이 유대인에게로 집중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유대인 자본가를 가난한 사람의 피를 뽑아 먹고 사는 추악한 기생충으로 묘사한 카를 마르크스, 유대인을 반(反)생산자, 거간꾼, 사기꾼, 기생충으로 묘사한 피에르 조세프 프루동. 그리고 나치 사상가들도 똑같은 논조를 들고 나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부분 또한 저자의 논조가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보인다. 결국 저자는 나치로 시선을 모은다. 결국 1942년 일본 지식인들은 1920년대, 30년대 독일 민족주의자들의 영향을 깊이 받았고 이들의 반서구적이고 반도시적인 사고에 영향을 입은 셈이다.
근대 유럽의 반유대주의(antisemitism)는 프랑스 대혁명에 대한 반동에서 시작되었다. 공화주의에 반대하는 프랑스인들의 음모론에서 반유대주의가 싹을 틔웠다는 것이다. 그 망상이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된 곳은 독일이었고 아돌프 히틀러에 의해 반유대주의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저자는 계속해서 도시에 대한 대결을 역사에서 여러 가지 예를 찾아 든다. 중국 마오쩌둥 치하에서 일어났던 문화혁명 또한 도시와 농촌 간의 대결이었다.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 루주 군대가 파괴한 도시 프놈펜, 카불에서 행한 탈리반의 악정, 사라예보를 불태운 니콜라 제비크, 이 모두는 인간성을 상실한 도시에 대항해 순수했던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옥시덴탈리스트들의 편견 때문이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3장-영웅과 상인: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이듬해에 독일 사회과학자 베르너 좀바르트가 쓴 <상인과 영웅>이라는 책은 모든 측면에서 옥시덴탈리즘의 핵심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 3장의 제목을 이 책 제목에 따서 영웅과 상인이라고 했다. 좀바르트는 프랑스 대혁명의 슬로건, 자유·평등·박애를 상인들의 이상과 동일시하였다. 그는 이를 물질 상품과 육체적 안일만을 목표로 하는 상인의 세계관으로 자유·평등·박애를 이해했다. 좀바르트는 이를 영웅주의의 반대말로 안일주의(Komfortismus)라고 불렀다. 3장에서 저자는 부르주아지에 적대적인 옥시덴탈리즘을 논한다. 이 부르주아지에 대한 적대감은 민주주의에 대한 적대감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각 개인의 이익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좀바르트가 부른 그 안일주의와 일맥상통한다. 민주주의에서는 영웅주의가 설 자리가 없다. 이 영웅주의는 일본 가미카제 특공대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바로 서양의 반동적인 사상으로 원주민의 전통(사무라이정신)이 재해석되어서 나타난 것이 바로 이 가미카제 특공대다.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일본학자들은 유럽이 강성할 수 있었던 원인을 기독교에서 찾았다. 기독교를 중심으로 유럽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고 잘못 이해하고 거기에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천황에 대한 숭배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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