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츠만의 원자 - 물리학에 혁명을 일으킨 위대한 논쟁
데이비드 린들리 지음, 이덕환 옮김 / 승산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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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이나 수학의 역사를 들여다 보면 가끔씩 시대보다 조금 앞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 것 때문에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못하고 좌절 속에 스러져간 인물들이 있다. 몇 명 들자면 수학자 갈로와나 아벨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갈로와나 아벨의 경우, 당대 최고의 수학자 꼬시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데이비드 란들리가 지은 볼츠만의 원자라는 책은 볼츠만의 생애와 더불어 볼츠만이 원자론에 기초해서 통계적인 개념을 어떻게 열물리학과 기체 운동학에 도입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불츠만 당시의 물리학자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고등학교 화학 시간이나 물리 시간에 원자라는 개념을 배울 때 제일 먼저 등장하는 사람이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이다. 이 책에서는 원자론의 기원으로 데모크리토스, 그의 스승 레우키포스, 로마 시대의 작가 루크레티우스를 든다. 원자라는 단어는 원래 그리스어, Atom에서 왔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늘날 물리학자들은 원자보다 더 작은 세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원자라는 개념이 어떻게 물리학에서 또한 화학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매김 할 수 있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19세기말, 자신의 이론을 정립하고 지키려고 애쓰다 탈진해 끝내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로 인생을 끝마친 물리학자, 볼츠만을 살벼보아야 할 것이다. 데이비드 란들리가 쓴 볼츠만의 원자는 해박하게 문헌 을 조사해서 19세기말과 20세기 초의 뜨거운 논쟁들로 달구어졌던 물리학의 세계를 조명한다. 특히, 기체운동학을 설명하는 데 볼츠만이 남긴 업적과 그 업적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쟁들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 사람이 남긴 업적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 업적을 남긴 사람의 생애를 살펴보는 것이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을 저자는 잘 알고 있다. 또한 당시 시대 상황이 그 사람을 어떻게 끌고 갔는지 이 책에서 잘 보여준다. 오스트리아의 빈 (비엔나), 거기서 사는 사람들(Wiener)의 특징인 우유부단함과 낭만성...... 그 시대의 빈에서 교육을 받은 볼츠만도 그런 사실에서 제외될 수 없었다. 볼츠만의 번뜩이는 천재성, 그러나 그 아이 같은 순진함. 10살 연하의 연인과 결혼. 자기가 이루어 낸 업적을 인정 받기 위해 애처러울 정도로 애쓰는 모습, 훗날 벌어지는 철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에른스트 마흐와 볼츠만 사이의 논쟁. 이 논쟁 때문에 볼츠만은 물리학보다는 철학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 증거로 나이 들어 빈 대학교의 교수로 다시 돌아왔을 때 볼츠만은 철학과 교수로 왔다.
결국 볼츠만은 62세의 나이에 이탈리아 아드리안 바다에 있는 트리에스테 근처 두이노라는 휴양지에서 가족들과 휴가 갔다가 호텔방에서 스스로 목을 매고 만다. 비록 마흐와 그를 따르는 에너지론자들의 비판에 어쩔 줄 몰라 했지만 그래도 그는 그의 업적에 맞게 대접 받으며 살았지만 그 비판을 용납하기 힘들어 했다. 그리고 신경쇠약과 우울증 때문에 중년 이후 내내 힘들어 했다. 그렇게 자살로 1906년에 자신의 인생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적의 해라 일컫는 1905년, 아인스타인의 논문으로 볼츠만이 옳았다는 것을 거의 완벽하게 인정 받기에 이른다.
이 책에서 레일리경(Lord Rayleigh)의 말을 빌어 "...어쩌면 자신이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젊은 과학자는 위대한 업적을 향해 출발하기 전에, 쉽게 그 가치를 판별할 수 있는 연구를 한 다음 과학계가 그 자신에 대해 호의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되 것"이라고 말한다. 비극 같지만 오늘날에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또한 철학과 물리학 사이의 관계가 모호해질 때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이 얼마나 그릇되어 갈 수 있는가 고민하여야 한다. 아무리 논리적이고 아름다운 사상이라 해도 자연을 기술하지 못하면 그 사상은 물리학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못 쓰는 휴지조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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