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 노벨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 리처드 파인만 시리즈 1
존 그리빈.메리 그리빈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물리학(Physikos) 역사의 기점을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찾아야 할지 아니면 갈릴레오나 뉴톤에서 찾아야 할지 모르지만 물리학이 가장 발전한 시대는 아마 20세기일 것이다. 신화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던 아리스토텔레스 조차 자연을 보는 눈은 여전히 신화에 머물러 있었고 그 뛰어났다던 프톨레마이우스는 자연을 보는 데 종교를 극복하지 못했다. 프톨레마이우스가 쓴 알마게스트(Almagest)는 그 당시 과학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천체에 관한 내용을 잘 설명한 책이지만 현상을 기술하는 데 그쳤다. 그 현상 너머 깊이 담겨있는 원리를 파악하진 못했다. 알마게스트가 비록 코페르니쿠스의 책, 천체 궤도의 혁명(Da Revolutionibus orbium coelestium)을 현상을 설명하는 데 능가했지만 결국 코페르니쿠스가 옳았다. 물리학은 단순히 자연의 현상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 속에 담겨 있는 원리-물리학자들이 제일 원리(first principle)이라고 부르는 원리-를 파헤쳐 이해하는 것이다.

20세기에 살았던 물리학자 중 당대에 이름을 날렸던 물리학자들이 그랬다. 아인스타인, 하이젠베르크, 디락, 란다우, 페르미, 파울리, 슈뢰딩거, 보른, 파인만, 토모나가, 슈윙거. 이 들 중에서 미시적인 세게를 제대로 이해하는 길을 여는 데 주도적인 역활을 한 물리학자들이 바로 파인만, 토모나가, 슈윙거다. 이 세 물리학자는 양자전기역학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세 사람 모두 독립적으로 연구했던 사람이다. 토모나가는 전후의 이본의 상황 속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연구하였던 사람이고 슈윙거는 20세 전에 이미 논문을 쓰고 박사학위를 끝냈다고 한다. 파인만은 모든 면에서 달랐다. 그가 천재이기도 했지만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면을 지니고 있었다.

존 그리빈과 메리 그리빈이 쓴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는 책은 파인만의 삶과 과학을 그린 책이다.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쓴 책이 아니라 파인만을 무척 존경하고 있던 영국의 물리학자 존 그리빈 본인이 여러 책과 사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시중에 파인만에 관한 책이 이미 여러 권 나와 있기 때문에 그 책들을 이미 섭렵한 사람이면 조금 단조롭게 느낄 수도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대중을 상대로 파인만이 이루어 놓은 물리에 관한 설명도 곁들여 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뜬 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책과 비교해서 좀 더 명료하게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다.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파인만의 삶에서 느낄 수 있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가 늘 주창한 과학에 있어서의 정직성과 독창성, 이 둘은 파인만이 물리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시 여겼던 점이다. 파인만이 대학원생일 때 그 당시 기라성 같은 물리학자 베테나 보어에게도 거리낌 없이 대들었던 것은 그가 얼마나 권위를 하찮은 것으로 여겼던가 알 수 있다. 그 사실은 나중에 프린스턴대학교에서 파인만에게 수여하고자 했던 명예박사 학위를 거절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가 받은 노벨상조차도 행여 물리학을 연구하는 데 방해가 될까 봐 받지 않으려고 생각했다고 한다. 대개의 천재 물리학자와는 달리 그는 60세까지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 하나 같이 노벨상급의 연구였다. 이론입자물리학에서부터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나노과학에 이르기까지 그는 각 분야를 연 개척자였다. 그의 삶 속에도 이러한 개척자 정신은 고스란이 녹아 있다.

과학을 하지 않는 사람도 그에 관한 책, 몇 권은 읽어보길 권한다.
특히 그가 얘기해준 내용을 파인만의 어린 친구 랠프 레이턴이 정리한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요!>는 꼭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또한 그를 이해하는 데 조금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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