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교양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디트리히 슈바니츠 지음, 인성기 옮김 / 들녘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학교 식당 앞 노상에서 책 세일을 한다길래 전시된 책들을 보다가 책 네 권을 샀다.  세일이라지만 내가 고른 책들은 20%만 깎아준다 한다.  하긴, 남들이 애써서 쓴 책을 헐값에 사겠다고 하는 심보가 그리 좋은 건 아닐 것이다. 

오늘 산 책 중 한 권은 디트리히 슈바니츠가 쓴 <교양>이라는 책이다.  원제는 Alles, was Man wissen muss.  사람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다.  이 책은 실종된 독일 교육부터 시작한다.  요즘 신문 지상에서 자주 이야기되는 평준화 문제가 이 땅에서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독일 땅에서도 문제가 되는가 보다.  교사들에 대한 말들도 그렇고.  독일어에서 교양은 Bildung이라고 부른다.  흔히 교육이라는 단어인 Ausbildung과는 구분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하면 bilden이라는 단어에서 온 명사 Bildung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Aus라는 접두어가 무엇으로부터 연유한다는 의미가 있으니까 Ausbildung이 가능하려면 Bildung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현 독일 교육 제도를 Gorgons 자매들 세 명에 비유하고 있다.  붏가실성, 예측 불가능성, 그리고 자의성의 지배를 표현하기 위해 메타포로 이 고르곤 자매를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독이 교육의 근본 문제는 바로 교양의 실종에 있다고 한다.   

어쩌면 저자가 서두에 하고 있는 말은 이 땅에서도 고스란이 적용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매년 대학에서도 학생들 가르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 느껴진다.  교육, 특히 대학에서의 교육이라는 것이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굳이 교양을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험을 위한 공부에 치중을 해온 학생들은 지적인 것에 관심이 없다.  요즘 가르치고 있는 물리과학의 세계 강의를 하면서 그런 것들을 뼈져리게 느낀다.  지적인 무관심.  이 무관심은 자신의 전문적인 영역에서도 소통을 막게 하고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을 얻는 것을 방해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이 땅의 교육이 지향하고 있는 것은 그 올바른 궤도에서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 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만 잘해서 대학을 갈 수 있는 나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을 스스로 알아갈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평준화 같은 문제는 어쩌면 지엽적인 문제인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처럼 1968년 학생 혁명 이후,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지금 이 시간, 가장 올바른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는 가끔 내 고등학교 때를 돌아보곤 한다.  그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를 떠올리면 내 생애 중 고등학교 3년은 무덤에 묻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참담한 것이었다.  내게 더 넒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스승은 유감스럽게도 아무도 없었다.  함께 동굴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 앞을 지나가는 그림자만 보고 산 격이었으니까. 

 

저자는 이 책에서 유럽의 정신의 지주가 되는 많은 내용들을 개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개괄적이긴 하지만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뚜렷하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유럽 정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철학, 문학, 역사, 사회, 회화......  언뜻 살펴보면 한 사람이 다루기에는 너무 방대한 양이 아닌가 싶지만 이 많은 내용을 유기적으로 다루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시대을 살면서 살아야 할 방식 그리고 그 지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교양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말하고 싶어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