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결 - 전3권
김용 지음 / 중원문화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김용의 소설은 무협지 장르에 포함시키기엔 그 작품성이 너무 훌륭하다.  2003년 7, 8월 독일에서 머무는 동안 김용의 소설 전권을 모두 읽었다.  대개의 무협지들이 논리의 비약과 서사구조의 부재에 시달리는 반면, 김용의 소설은 그 서사 구조가 탄탄하다.  뿐만 아니라 김용의 소설은 재미도 재미이지만 무림이라는 현실 세계와는 동떨어진, 하지만 완전한 가상 세계도 아닌 세계를 통해 인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펼쳐 보인다.  무림이라는 세계에서 보여주는 황당무개한 내용들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에 김용의 작품을 포함시키면 그 작품의 황당무개성은 그다지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  서양의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황당무개한 내용과 비교하여 오히려 나은 점도 있으니까 말이다.  무림에서는 노력, 공부를 높게 치니까 말이다. 

 

김용이 쓴 작품 중 이 연성결이라는 작품은 돈 앞에서 인간들의 신의와 의리가 어떻게 망가뜨려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당대의 협의로 알려진 철골묵악(鐵骨墨鄂) 매념생에게는 제자가 세 명이 있었는데 이 세 제자 (만진산, 언달평, 척장발)는 스승인 매념생이 혈도파의 우두머리와 대결 후 힘이 약해진 틈을 타 스승을 습격한다.  습격한 이유는 매념생의 무공 절학인 연성검법이 적혀있는 책을 탈취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매념생은 크게 부상을 입고 정전이라는 의인의 손에 구출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숨을 거두고 만다.  하지만 그는 죽기 전, 자신의 생명의 은인인 정전에게 신조공이라는 내공에 관한 책과 연성결을 전해준다.  이 연성결은 당시선집에 나오는 단어를 조합하여 스물여섯 글자로 이루어진 문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숫자로 이루어져있는데 그 스물여섯 글자를 풀어보면

 "강릉성남의 서천영사(西天寧寺)의 대전불상을 향해  경건하게
절을 하고 기도를 하면 석가여래는 왕생극락의 복을  내릴  것이
다."

이라는 뜻이다.  결국 그 서천영사의 석가여래가 보물이었고 그 밑에는 엄청난 보물이 있었다.  하지만 매념생을 공격한 그 세 명의 제자는 그 보물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죽인다.  그 뿐만 아니다.  그 보물에 눈이 어두웠던 많은 사람들은 만진산을 좇아 서천영사로 와서 서로 죽이고 죽는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한다.  칼에 죽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 보물에 묻어있던 독에 중독되어 모두 죽고 만다. 

보물에 욕심이 없었던 주인공 적운 만이 그곳에서 살아 남아 서장에 있는 설산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생에게도 돌아간다. 

 

이 소설에서 정파라고 스스로를 부르지만 위선으로 가득 찬 인물이 한 명 나오는게 바로 낙화유수라는 멋진 별호를 지닌 강남사협중의 한명인 화철간이다.  김용의 소설에서는 특히 정파 인물 중 이렇게 위선과 악의로 가득 찬 사람들을 종종 등장시키는데 (예를 들면 소오감호의 영호충의 스승인 악불군) 이 화철간 역시 비열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다.  

 

아무튼 김용의 소설은 무림이라는 황당무개한 얘기가 눈에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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