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세트 - 전4권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집에 있던 텔레비전을 없애고 나니까 드디어 책에 손이 간다.  집에 들어와서 할 일 없이 리모컨만 바보처럼 클릭거리던 버릇이 저절로 없어졌거든.  아무튼 손에 잡고 읽기 시작한 책이 해리포터다.  원래는 일권부터 읽어야 하는데 난 거꾸로 읽기 시작했다.  혼혈 왕자 읽고, 불사조기사단 읽고...  그리곤 다시 돌아가 마지막 편을 어제 사서 읽기 시작했다.  밤늦게까지 200페이지 남짓 읽었다.  아무튼 해리포터에 대한 글을 좀 쓸 생각이다.  왜 그 책이 그렇게 유명하게 되었는지 그 책이 어떤 점에서 사람들에게 그리 매력적이었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서다.  뭐, 시중에는 해리포터와 철학 이야기 같은 제목의 책도 있던데 어쩌면 해리포터는 그런 책들이 나올 정도로 지난 10년 동안 하나의 문화 코드를 형성했는지도 모르겠다. 

서양의,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국의 판타지물은 여러 면에서 관심을 가질 만 하다.  <나니아 연대기>도 그렇고 <반지의 제왕>도 그렇고 다른 판타지 물에서 주지 않는 다양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오늘 어느 철학자이자 번역가는 기독교 문화에 반대되는 코드라고 하던데 그건 그 판타지 책들의 겉모습만 본 것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런 판타지 물에서 서구 세계의 신화적 요소와 그 속에 들어있는 기독교적 요소 모두를 보게 되니까 말이다.

앞선 책들, <나니아 연대기>나 <반지의제왕>과는 달리 해리포터 시리즈는 인간들의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아이들의 동화책이라고 하기에는 인생을, 지나칠 정도로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 해리포터 시리즈는 반 판타지적이다.  인생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는가 말이다.  그중에서도 엄브릿지 같은 사람이 아마 대표적일 것이다.  단순히 악한 자가 아니라 기회주의적이고 철저히 자기본위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조안 롤링은 어떤 면에서 잔인하기조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편에서는 볼드모트가 마법부를 장악한 뒤, 머글 태생의 마법사와 마녀들을 등록토록하고 하나씩 심문을 한다.  머글들이 마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마법을 훔쳤거나 힘으로 빼앗았을 것이라면서 말이다.  그래서 머글 태생의 마법사들은 모두 마법부에 신고를 하여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롤링은 엄브릿지의 행태를 놀라울 정도로 기막히게 묘사한다.  마법부의 고위직인 그녀는 4편 불사조 기사단에서 독특한 악역으로 묘사된다.  특히 영화에서 엄브릿지 역을 맡았던 배우가 워낙 연기를 잘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책을 읽으면서도 그 엄브릿지의 모습이 가장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녀는 머글 태생이다.  하지만 자기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먼덩거스한테서 그가 한 도둑질을 눈감아주는 댓가로 슬리데린가의 목거리 (locket)를 얻어 걸고 다닌다.  그 목거리는 바로 볼드모트의 외가, 슬리데린가의 S 자 문장이 있는 목거리다.  그 목거리는 볼드모트의 조각난 영혼의 한쪽이 들어있는 호르쿠룩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  롤링이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것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비틀어 놓는 데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그녀의 책에 열광할 수 밖에 없지.  이 엄브릿지를 통해 롱링은 추한 인간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 마법부에서 디멘터의 호위 아래 머글 태생의 마법사들을 심문하는 장면은 나치 법정을 떠올리게 한다.  롤링은 이 책을 쓰면서 꽤나 생각이 많았을 것이다.  서구에서 생각하는 악의 개념은 단순하지 않다.  사랑이 악에 대항하는 가장 큰 힘이라고 하지만 롤링의 내면의 생각은 덤블도어가 해리에게 하는 말, "중요한 것은 네가 무엇을 선택하느냐"하는 것이다라는 말 속에 매드아이 무디가 중요한 것은 계속 싸워야 하는 것이다라는 말들 속에 녹아 있다.  인생이 그런 것이라고 롤링은 이 책을 읽는 어린 친구들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가감 없이 인생에 맞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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