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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는 지금 지하에서 슬피 울고 있을 것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쓴 사람이다."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르네상스 창조경영' 등 전작을 통해 르네상스 연구에 집중해온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마키아벨리(1469~1527)를 위한 변명'을 시도한다. '마키아벨리안(Machiavellian)' 즉 '통치술 전반에서 권모술수를 부리는'이라는 뜻으로 사전에 등재된 '사악한 인간'이란 굴레를 벗기고 '약자를 위한 수호성자'로 복권(復權)시키겠다는 것. 이미 시오노 나나미를 비롯해 많은 학자·저술가가 내린 평가를 뒤집어보겠다는 도전인 셈이다.
분명 마키아벨리는 "대중이란 머리를 쓰다듬거나 없애버리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군주론)는 '모진 말'을 했다. 그러나 "대중은 군주보다도 훨씬 은의에 돈독하고, 총명함과 부동심에 대해서도 군주보다 훨씬 신중하며, 변덕도 적고 정직하다"(로마사 논고)고 적은 것도 마키아벨리다. 모순된 언설이다. 그러나 그의 인생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
책에 따르면 마키아벨리 스스로는 전혀 '권모술수'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 그는 29~44세엔 공화정 피렌체의 고위 관리로 활약했고, 44세부터 죽을 때까지는 실업자 신세였다. 저자가 주목한 점은 그의 조국 피렌체는 늘 외침을 걱정해야 하는 약소국이었고, 마키아벨리 자신도 권력을 휘두를 위치에 있지 못했다는 점이다. 외교담당이었던 그는 늘 프랑스국왕과 당시 중부 이탈리아를 제패한 교황의 아들 체사레 보르자,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따라다니며 평화를 구걸해야 했다. 메디치 가문이 복귀한 후엔 관직에서 쫓겨났고, 암살 음모에 연루된 혐의로 '날개 꺾기 고문'을 6차례나 당했다.
마키아벨리의 신산(辛酸)한 삶의 버팀목은 평생을 함께한 고전이었다. 프랑스와 협상할 때는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담판할 때는 투키디데스의 '역사'를 읽은 그였다. 그는 실직한 후에도 하루 4시간씩은 공직시절에 입었던 관복(官服)으로 갈아입고 고전을 읽었다. 그런 인문학적 통찰이 '군주론' 등 저작을 일궈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군주론'은 정치이론서나 처세술이 아닌 처절한 '구직을 위한 포트폴리오'일 뿐이라는 것이다. 수도자 한 명을 위대한 예언자로 떠받들다가 순식간에 등을 돌려 불에 태워죽이는 포퓰리즘과 다양한 외교현장을 체험한 마키아벨리가 당대 영웅들의 부침(浮沈)을 고전에 비추어 분석하면서 약소국 피렌체가 강대국들 틈에서 먹히지 않을 방법을 적은 안내서였다.
인쇄를 거절당해 필사본으로 보관하던 '군주론'을 드디어 헌정하는 날, 로렌초 데 메디치는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마키아벨리 곁에 있던 사람이 바친 사냥개만 어루만졌다고 한다. 심혈을 기울인 저작이 졸지에 '개만도 못한' 처지가 되자 마키아벨리는 '집권한 리더'가 아닌 '집권 가능성 있는 리더 후보'를 찾는다. 피렌체의 젊은 리더들과 공부 모임을 하면서 완성한 저작이 앞서 인용한 '로마사 논고'. 결국 약소국과 약자의 생존법을 설파한 것이 마키아벨리의 삶이었다는 것이다. 그 충고를 외면한 피렌체는 결국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 교수의 새 시도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완전 복권'보다는 '부분 복권'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주론'을 집필한 교외주택에서 본 피렌체 모습 등 발로 뛰어 찍은 사진들 그리고 우리 상황과 빗대어 왜 지금 마키아벨리를 읽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점은 기존의 책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경제 주체 사이에 “경제성장률 제로 시대”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비주류에서나 목소리 높여 주장하던 말이 이제는
주류에서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실제 세계 주요국 경제는 성장률 제로에 가깝다. 한국도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은 0.1%로 사실상 제로였다. 성장률 제로 시대의 도래를 주장해온 비주류의 발언이 점점 더 힘을 얻는 형국이다.
그
러나 아직까지 주류에서는 “성장할 수 있다” “성장만이 살길”이라며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주문한다. “경제 부흥”과
같은 지난 시대의 구호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반면 비주류는 이제 “성장 지상주의는 끝났다”며 제로 성장을 전제로 한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촉구한다.
리처드 하인버그(탈탄소연구소 수석연구원)의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The
End of Growth)는 제로 성장 시대가 왜 올 수밖에 없는지 그 근거를 조목조목 보여준다. 그러고는 “지금 당장” 정부,
기업, 개인은 제로 성장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너지 부문 세계적 전문가인 저자는 <미래에서 온 편지>와
<파티는 끝났다>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하인버그가 제시하는 제로 성장률 시대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석유 등 천연자원의 고갈이다. 환경파괴가 심화되면서 치솟는 환경 관련비용 문제도 있다. 계속 불거지는 심각한
환경문제를 해결하자면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통화·금융·투자시스템이 무너지는 금융 붕괴는
제로 성장 시대의 또 하나의 근거다. 빚더미 꼭대기까지 차오른 각국의 정부·민간 부채와 자원 부족·환경오염 사고 증가에 따른 비용
등으로 금융붕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그는 “우리는 영원히 성장하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지난 150년간 값싸고 풍부한 화석연료 덕에 성장이 가능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 관료나 주류
경제학자들은 지금까지처럼 신기술 개발, 끊임없는 혁신 등 ‘대체’와 ‘효율’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대체와 효율의 한계까지 지적한다. 이 책의 큰 장점은 성장 시대의 종말을 논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로 성장 시대를
대비하는 방안들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제로 성장 시대에는 지금처럼 소비하고 파괴하면서 계속 살기는 불가능하기에 먼저 경제·사회 체제와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여러 가지를 언급한다.
‘성
장’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기, 지역 차원의 공동체 활성화와 사회적 결속력 높이기, 나눔과 협력의 도모 등이다. 이런 것들은
“제로 성장 시대라는 힘든 시기에 서로에게 기댈 언덕”이 된다. 그는 “경제성장이 종말을 맞는다고 해서 세상까지 종말을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한다. 오히려 더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으니 두려워하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새 세상을
꿈꾸자는 제안이다.
월급쟁이는 가슴 한쪽에 사표를 품고 산다. "더러워서 때려치운다 내가!" 오너만 되면 '내 세상'이 열릴 것 같다. 천만에. 이
책을 요약하면 이렇다. "사장도 외롭고 힘들고 아프다." 어느 사장은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힘든 것이
사장"이라고 고백했다. 섣불리 속내를 털어놓을 수도 없고, 조직원을 굶기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에 시달리며, 어떤 위기에서든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도 갖춰야 하니, 아무나 사장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신간 '사장의 일'은 이런 책임과 정면
승부할 각오가 돼있는 사장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구 모음집. 잘나가는 사장이 되기 위해선 뭘 갖추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122개의
'행동 강령'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사장의 바쁜 일과를 고려해 매일 아침 하나씩 1분 안에 읽도록 한 것.
유능한
사장은 한 가지 행동으로 둘 이상의 효과를 낳는 '원 액션 멀티 리턴'(One action multi return)을 한다.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가지라"는 것이다. 성공한 사장은 처음 가는 식당에서도 그 가게의 70%를 파악해내야 한다. 대화하며
즐겁게 식사하면서도, 이 가게 매출은 어느 정도이고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이익은 얼마나 나는지를 산출할 수 있어야 한다.
1
점의 위력을 소중히 여겨라. 학교 시험에서는 '100-1=99'이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선 '100-1=0'이다. 이 정도면 됐어
하고 만족하는 순간, 위험해진다. '착한 사장'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대충 얼버무리거나 애매하게 전달하면 안 된다.
"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공과 포수가 받는 공은 같다. 하지만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투수가 던진 공과 포수가 받는 공은 색과
형태가 모두 달라져버린다."(85쪽)
"사장님! 이것 좀 해주세요"라는 직원들의 부탁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사장이 있다. 혹시 당신이 없어도 회사가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이 없어도 회사는 무조건 돌아간다.
'
사장이 없는 날'을 만들자. 직원들의 자립형 조직을 만들려면 사장이 자리를 비워야 한다. "믿고 시킬 사람이 없다"고 투덜대지
마시길. 상사가 부하 직원을 키우지 못하는 것도 사장 책임이다. 이 밖에 '결정의 어려움을 회피하지 마라' '연애하는 마음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라' '직원의 의욕을 매니지먼트하라' 등 실질적 조언들이 가득하다. 경영자뿐 아니라 크고 작은 조직의 관리자들에게
'리더의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40년 뒤, 우리는 어떤 미래와 직면하게 될까? 과학자·경제인 등 서구의 각 분야 전문가·저명인사 100명으로 구성된 비영리 연구기관 ‘로마클럽’이 1972년에 낸 첫 보고서 <성장의 한계>는 인류 생존 방식에 대한 기존 관념들을 뒤흔들어 놓았다. 컴퓨터 모델링 기법을 활용한 그 보고서는 인구 증가와 자원 소모, 환경 파괴가 이대로 계속되면 인류는 21세기에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장의 한계>가 발간된 지 40년 만인 2012년, 그 첫 보고서를 작성한 주역 중 한 사람인 요르겐 랜더스가 앞으로 40년의 세계를 전망하는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첫 보고서 발간 40돌을 기념하는 공식보고인 이 책의 원제는 <2052>, 바로 40년 뒤를 가리킨다. 지난 40년간의 관찰과 연구를 더 축적한 이 책에서, 앞으로 40년 뒤의 전망은 더 구체적이고 정교해졌다. 결론은, 여전히 비관적이지만 파국을 선언할 단계는 아니다,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세계인구는 81억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이다. 40년 뒤 세계경제 규모는 지금의 2.2배 정도가 될 것이며, 그만큼 자원 소모와 이산화탄소 배출은 더 늘고, 섭씨 2도 이하의 평균기온 상승 억제 목표 달성은 실패한다. 자본주의는 수익만 쫓는 기존 방식을 상당부분 버리고 정부의 강력한 개입 아래 비수익·공공 부문을 중시하는 수정자본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우울한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을 조언하는 랜더스의 어투는 냉소적이다. 소득보다 만족도에 초점을 맞춰라. 넓은 들판 등 사라질 것들에 대한 관심을 접는 게 마음 편할 것이다. 전자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거기에 투자하라. 풍부한 생물다양성, 멋진 세계 관광지를 즐기려면 다 사라지기 전인 지금 서두르는 게 좋다. 기후 변화가 심하지 않을 곳을 찾아가 살아라.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일거리를 찾아라. 자녀들에겐 중국어를 배우도록 권장해라. 선거에서 이기려면 장기보다는 단기혜택 공약에 집중해라….
요약하면, 그래도 희망을 갖되 임박한 재난과 함께 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재난을 줄이고 희망을 키우려면 지금 당장 필요한 행동을 취하라는 이야기다.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어를 배우라는 건, 중국의 세계 지배를 염두에 둔 실리적 사고 쪽보다는 무능하고 이기적인 서방의 리더십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냉소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랜더스는 필요할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부가 과감하게 개입하는 중국 리더십 체제가, 지구가 ‘초과 상태’의 위기에 직면한 지금 상황에서는 차라리 더 나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