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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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상을 등진 최성일의 유고집이다. 서평을 밥벌이로 하였기에 이 책도 그의 서평을 모은 책이다. 고인이 되었기에 머리말은 그의 아내가 대신 썼다. 아내의 "머리말을 대신하여"를 보고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책을 볼 때는 적어도 손을 씻고 봐야 한다"는 것은 그의 결벽증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책에 대한 예의의 표현이었다. 지저분한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것은 책에 대한 결레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많은 결레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결레를 할 것이다. 이곳 저곳 책이 널브러져 있는 책방에서 책을 보는 것이 조그만 나의 소원이다. 저자의 책에 대한 예의는 이덕무의 그것과 닮아있다.

책을 읽을 때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책장을 넘기지 말고, 손톱으로 줄을 긁지도 말며, 책장을 접어서 읽던 곳을 표시하지도 말라. 책머리를 말지 말고, 책을 베지도 말며, 팔꿈치로 책을 괴지도 말고, 책으로 술항아리를 덮지도 말라. 먼지 터지는 곳에는 책을 펴지도 말고, 책을 보면서 졸아 어깨 밑에나 다리 사이에 떨어져서 접히게 하지도 말고, 전지지도 말라. 심지를 돋우거나 머리를 긁은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지지 말고, 힘차게 책장을 넘기지도 말며, 책을 창이나 벽에 휘둘러서 먼지를 떨지도 말라. (<사람답게 사는 즐거움> - 이덕무)




이 책에 실린 서평은 101편이다. 왜 101편인지에 대해 고심을 했다. 심오한 의미의 편집이 있다. 백(百)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백은 많음을 뜻한다. 백 개의 성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백성(百姓), 여러학자들인 백가(百家), 모든 벼슬아치들인 백관(百官), 재산이 많은 사람인 백만장자(百萬長者), 여러 가지 방법인 백방(百方), 온갖 약인 백약(百藥) 등등. 백은 또 완전, 완벽, 영원, 무결점 그리고 극(極)을 다한 수이다. 그래서 흔히 100점을 만점(滿點)이라고 한다. 또한 사람들은 하늘이 내린 인간의 수명 즉 천수(天壽)를 백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백에 일을 더한 것은 백을 넘어선 극대치를 의미한다. 즉 101이란 인간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절대적인 가치의 표현이다. 이 책에 수록된 101편의 서평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책에 대한 서평이며 완벽을 넘어선 서평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표현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책에 대하여 서평을 할 수 없다. 많은 책들이 계속이 나오고 사라지며 또 나온다. "헌 책방에 한번 등장한 책은 꼭 다시 나타나듯이 절판된 책도 서점에 거듭 선을 보게 마련이다(34쪽)"는 저자의 말처럼 그의 서평도 다시 책이 사라지지 않는 한 다시 그 책을 읽듯이 읽힐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책에 실린 101권의 책중에서 내가 읽은 책이 몇 권 안된다. 너무 적은 숫자라 차마 밝히기가 힘들다. 이 책에 실린 책들이 꼭 좋은 책은 아닐거야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자 한다. 몇 권은 읽고자 하여 위시리스트안에서만 몇 년을 헤메고 있는 책도 있다. 나는 이 책에서 내가 모르던 책 몇 권을 만날 것이다. 또 그 책이 나에게 다른 책 몇 권을 연결해 줄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그 연결고리의 한 부분이다.

독서는 우연이란 없다.
나의 독서의 원천은 모두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
파스칼, 라신, 지드 등 유명한 작품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 프랑수와 모리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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