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으로 김훈을 읽은 책이다. 더구나 당당하게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니 머리를 띵하게 때렸다. 몇 년전에 구매한 이 책을 제목에 해당하는 부분만 읽고 묶혀두고 있었다. 그의 다른 책 <바다의 기별>을 계기로 읽게되었다.

처음 읽은 그의 글은 도발적으로 시작한다. 공감한다. (부언한 글은 김훈의 글이 아니라 나의 허접한 잡담이다.)

아, 밥벌이의 지겨움!!
...
밥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다. 술이 덜 깬 아침에, 골은 깨어지고 속은 뒤집히는데, 다시 거리로 나아가기 위해 김 나는 밥늘 마주하고 있으면 밥의 슬픔은 절정을 이룬다.
...
나는 왜 이것을 이토록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는가.
(그걸 나보고 물어보면 어쩌란 말인가. 책값을 돌려주나. 무슨 답을 구하려고 책을 샀다면 몇 천원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란 내가 도둑놈이다. 던진 화두를 받는 것만으로도 돈 값을 충분하리니.)
...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이 글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나 또한 밥벌이의 지겨움을 알고 있으면서 그의 글에서 무엇을 찾으려는가.)
밥벌이는 밑도 끝도 없다. 그러니 이 글에는 결론이 없어도 좋을 것이다. 나는 근로는 신성하다고 우겨대면서 자꾸만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라고 몰아대는 이 근로감독관들의 세계를 증오한다.
(그리 좋으면 니가 해라. 어찌 친구의 장동건 말투가 떠오른다.)
...
나는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가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아무 도리 없'이 거리로 내몰리고 또 다시 밥을 넘기고 또 다시 떠 밀려 나가라는 말인가.)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은 '아무 도리 없다'고 맺는다. 맞는 말이지만 허무하고 허전하다. 그냥 푸념하는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들의 모습을 조롱하는가. '꾸역 꾸역 밥을 벌자'고 외친다. '도리 없다'

김훈은 분노하고 슬퍼한다. 나도 슬퍼하며 분노한다.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세상의 더러움에 치가 떨렸고, 세상의 더러움을 말할 때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까워서 가슴 아팠다.
덧붙임_
생각의 나무, 2003년 6월 - 초판 1쇄

덧붙임_둘
김훈의 첫번째 리뷰 : 생각 나는 대로 붓가는 대로 : 바다의 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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