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읽는 미국 근현대사 - 투쟁은 노래를 낳고 노래는 역사가 된다
임상훈 지음 / 메멘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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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과 희망의 노래로 읽는 미국 민중사

노래는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픔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망으로 남는다. 200년 남짓한 미국의 근현대사는 자본주의의 역사와 맞닿아 있고, 그 자본주의는 수많은 희생과 저항 위에 서 있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이유 또한 그 피의 역사에 기대고 있다. 이 책은 ‘노래’를 통해 그 역사를 보여준다. 거대한 서사가 아니라 미시사의 시선으로 미국의 근현대사와 자본주의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이야기는 기차에서 시작한다. 철도는 미국의 압축성장을 이끈 기반이었고, 그 위에서 사람은 일하고 버티며 노래했다. 노동요는 그렇게 태어났다. 아픔과 고통, 차별을 견디기 위한 방식으로. 그러나 그 노래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아픔을 기록하던 소리는 서로를 묶는 목소리로 변해간다. 버티기 위한 노래에서, 함께 부르기 위한 노래로.

사랑과 평화의 마지막 장면은 Woodstock Festival이다. 1969년 8월, ‘3 Days of Peace & Music’이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이 축제는 폭력 없이 끝난 드문 사건이었다. 분노와 위로가 한자리에 있었지만 충돌하지 않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반문화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모두가 모였지만 무너지지 않았던, 드물게 평화가 유지된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장면은 오래가지 않는다. 같은 해 12월, Altamont Free Concert에서 모든 것이 뒤집힌다. 우드스톡에 참석하지 못했던 The Rolling Stones가 연 무료 콘서트에는 30만 명이 몰렸고, 현장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 경비를 맡은 Hells Angels는 질서를 지키기보다 폭력을 행사했고, 결국 관객이었던 흑인 청년 한 명이 칼에 찔려 죽는다. 우드스톡이 가능성이었다면, 알타몬트는 그 가능성의 종말이었다. 사랑과 평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은 여기서 끝난다.

영화 Easy Rider의 마지막 장면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사랑과 평화로 불리던 60년대의 끝이다. 히피 스타일의 두 주인공, 와이어트와 빌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향한다. 어쩌면 미국의 꿈을 확인하려는 여정이었을 것이다. 길 위에서 그들은 낯선 시선을 마주한다. 왜 그렇게 자신을 싫어하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단순하다. ‘자유’ 때문이다. 사는 일은 벅차고 괴로운데, 늘 웃고 다니는 얼굴이 못마땅하다는 것. 제멋대로 사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것. 그 감정은 결국 폭력으로 이어진다. 지나가던 트럭에 타고 있던 백인 두 명이 장난처럼 총을 쏘고, 두 청년은 길 위에서 쓰러진다. 와이어트와 빌리, 미국의 꿈을 상징하던 젊음이 그렇게 사라진다.

미국의 청춘은 이렇게 끝난다.

QR로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번역서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 놀랍고 반갑다. 저자의 노고에는 자연스럽게 박수를 보낸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분명한 만큼, 다음 책도 기대하게 만든다. 다만 출처를 주석으로 정리했다면 교양서를 넘어서는 밀도까지 닿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래로 읽는 미국 근현대사 (투쟁은 노래를 낳고 노래는 역사가 된다), 임상훈, 메멘토,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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