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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 변종모의 먼 길 일 년
변종모 지음 / 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라는 책 제목에서 보이듯이 여행에세이 책이다. 제목이 너무 좋아서... 의심을 했다. "이거 제목에 낚이는거 아니야?"라고. 왜냐하면 여행에세이 중 제목 때문에 낚여서 읽고 실망한 책들이 몇몇개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책이 읽는 사람에 따라 어떤 사람은 좋고 어떤 사람은 싫을 수 있듯이 일단 책은 읽고 판단하자가 내 주의 이기 때문에 낚이는거 아니야 하는 의심 속에서도 이 책을 열심히 읽었다. 정말 손에 잡자마자 그날 바로 읽어 버렸다. ㅋㅋ 이 책은 제목도 내용도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 특히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오늘은 책속의 발췌 내용이 좀 많이 길다....;;
8분, 여덟 시간, 팔 일, 팔 개월, 팔년 ......
둥글게 얽혀 있고 아라비아 숫자 중 가장 큰 9 앞에 놓여 있구나. 왜? 지하철 문은 여덟 개로 만든 것인지? 칠전팔기, 팔삭둥이, 이팔청춘, 제8요일..... 벽에 등을 기대고 세탁물처럼 늘어져 천장을 바라보며 이상하게 얽혀 있는 8에 대한 신경증을 보인다.
"마음에 들지 않아. 8이라는 숫자 말이야."
지난 4년 동안 나는 8이라는 숫자에 대해서 예민해져 있었다.
왜? 하필이면 8번 방이지?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데 나는 그 8이라는 숫자가 자꾸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예민하다는 표현이 맞는 표현이다. 분명. 누구나 좋아하는 숫자가 있고 싫어하는 숫자 역시 있기 마련이지만 나는 과도하게 8이라는 숫자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p.49>
나는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그러나 저자는 위에서 말하듯 8이라는 숫자를 싫어한다. 내가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축구선수의 등번호가 8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8동이고 살고 있는 호수가 XX8호 인데... 동과 호수에 8이라는 숫자가 들어가서 이 집에 들어갈때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저자가 8이라는 숫자를 싫어하게 된 이유는 8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해온 사랑한 사람이 있었는데 8분이라는 짧은 통화로 그 8년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게 되었고, 그래서 그 뒤부터 8이라는 숫자를 싫어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참 단순한 이유로(?)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저자는 참 안타까운 이유로 8이라는 숫자를 싫어하게 되었다. 안타깝다.
여행 경비를 마련하느라 전셋집을 빼고 자동차를 팔던 날, 나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무거운 마음보다 거품 없이 실속 있게 살소 싶다는 이유가 컸다. 쓸데없는 물건들과 그것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날마다 전쟁을 하기 싫엇다. 그때는 모든것이 불필요한 것 투성이었다. 희망 없이 살던 날들을 포함해 모든 것이 귀찮았고 불필요했다. 돌아와서도 여행자처럼 살리라 다짐하며 모든 것을 마지막인 것처럼 처분하고 말았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p.119>
위의 말 참 공감되었다. 아직 자기집이 없는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언젠가 이사를 가야할 소지는 항상 있다. 왜냐하면 전세는 2년 단위니니까... 그래서인지 나는 책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 책을 모두 소장하지는 않는다.읽으 좋은 책들은 주변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하면서.. 책들을 어디론가 다 보낸다..;;;
우리가 열심히 일을 하고 그 일에 대한 대가(월급)를 받고, 그 돈으로 쇼핑을 하고, 어쩌면 불필요한(?) 것들을 마련하느라고 시간을 투자하고 돈을 투자하기도 하는데 여행자의 마인드로 심플한 살림살이로 살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심플함으로 간략해진 살림살이를 희망으로 가득채우면 될테니까...
화무십일홍 인불백일호花無十日紅 人不百日好 . 꽃은 열흘 붉은 것이 없고, 사람은 100일을 한결같이 좋을 수 없다 했으니 영원하지 못할 것들 앞에 함부로 애틋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나는 오늘 이 축제의 뒷골목에서 쉽게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나는 왜, 저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면서도 영원하리라 믿으며 사는 것일까? 그리 살아도 되는 것일까?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p.145>
사람의 마음도 영원하지 않을 수 있고, 또 영원할 것 같은 그 마음도 한결같지는 않을텐데... 처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에 서운하고 마음이 아프다. 아직도 처음의 마음이 영원하길 바라는 1인 추가요...;;;
언제나 전화 한 통이면 족할 것을 아무 때고 언제나 들를 수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머니가 살고 있는 그곳을 마치 지도에도 없는 곳처럼 멀리 대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일 년에 한두 번 그것도 명절에 도장 찍듯, 선심쓰듯 찾아가도 언제나 반가워해주는 어머니는 어리석다.
여행을 떤온 지 일 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렇게 멀리까지 달려 나와서 반대편을 생각해본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나는 그동안 세 번의 전화를 했었고 어머니는 전화기 속에서 늘 자식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느라 우리의 대화는 채 일 분도 가질 못했다. 이제 그 어머니는 칠순이 훌쩍 넘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나는 폭풍 같은 후회를 하게 되리라. 그리고 그것이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며 눈물을 흘리게 되리라.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p.277>
부모님은 강원도에 살고 계셔서 고등학교 졸업이후 학교와 회사로 난 항상 부모님과는 떨어져 지냈다. 처음에는 나도 참 애틋했다. 4시간도 넘게 걸리는 거리였는데도 매주 강원도 집에 갔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아빠가 매 주말마다 그 먼 거리를 날 데리러 차를 끌고 오기도 했다.
처음 신용카드라는 걸 만들고 처음으로 산 물건이 엄마의 빈혈약 이었다. 나도 이렇게 참 애틋했는데... 1년 2년 그리고 언 10년이 된 지금은 많이 느슨해졌다. 전화를 드리지는 못할 망정 전화가 와도 귀찮아 할때도 가끔 있으니 말이다. ㅠㅠ 항상 미안함과 귀찮음이 교차한다. 저자의 말처럼 '머지 않은 미래에 폭풍같은 후회'를 할 걸 알면서도 바보같이 난 왜 그럴까?
여행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구를 몇 바퀴 돌아도 세상을 몇 번을 살아도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 다는 것. 여행은 낯선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익숙한 자신과 만나는 일이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p.333>
'낯선 곳에서 익숙한 자신과 만나는 일'이라는 말이 참 인상깊다. 다람쥐 챗바퀴를 벗어나기 위해,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여행을 꿈꾸고 여행을 실행하는데 막상 여행을 떠나서는 익숙한 것들을 찾는다. 특히 음식... (나는 빵 따위를 주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빵은 간식?? ;;; )
'낯선 곳에서 익숙한 자신과 만나는 일'은 여행이고, 익숙한 곳에서 낯선 자신과 만나는 것이 어쩌면 삶이 아니려나?...
아무튼 요책은 월척이다. 제목도 좋은데 내용도 좋다. 예전에 비해 부모님께 소홀해진 것에 대해서 반성도 했고, 최소한의 물건들만 가지고 여행자처럼 심플하게 살아보는 것도 좋겠구나 생각을 안겨준 유익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