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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지독히도 외로워 보이는 한 남자가 자신의 개와 여행을 한다. 그리고 하루의 일과를 마치는 것은 편지를 쓰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 한 것은 이 여행의 끝은 편지를 써서 답장이 왔을 때 여행을 끝내겠다는 목표이다. 편지에 대한 답장의 수신처는 남자가 살고 있는 집인데 여행 중이라 떠돌아 다니고 있으므로 답장이 왔는지 안 왔는지는 근처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매일 전화해서 물어본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이다. 이 책의 시작은 무척 고독하고 우울하게 시작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면 넘치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연 생각해보게 되는 화두는 ‘편지’와 ‘여행’이다. 책속에서는 여행을 이렇게 정의한다.
애초에 이 여행은 무언가를 얻기 위한 게 아니었다. 버리기 위해 시작한 여행이었고, 버려야만 시작할 수 있는 여행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이 여행의 끝에서 얻길 바라는 게 약간은 있을 것이다. 있다면 그건 고요한 안정 정도일 것이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p.12~13>
우리의 삶 중 머리와 가슴이 가장 열려 있을 때는 여행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곤 한다. 인생 중 가장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 어쩌면 평생을 살아도 해보지 못할, 혹은 못했던 생각을 그때 하게 될 수도 있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p.13>
여행을 통해서 ‘고요한 안정’을 얻고, 그리고 ‘평생을 살아도 해보지 못할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는 때’가 여행이라는 것이다.
‘과거는 현재를 위해 항상 봉헌되고, 현재는 미래를 위해 항상 희생된다.’ 그 말대로 희생된 나의 오늘은 나의 내일을 눈부시게 빛나게 해줄 것이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p.111>
오늘이 힘들어도 우리가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내일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버티고 이겨낼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는 지금 힘겨운 시간을 지내고 있다고 해도 미래를 위해 현재가 희생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밝은 미래로 가기 위한 한 과정이라고 생각될 뿐이다.
아날로그가 좋아요. 언제 어디서든 옆에 두고 꺼내 읽을 수 있잖아요.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p.126>
아날로그의 대표주자가 바로 우표를 붙여서 보내는 편지와 그리고 책이 아닐까? 아무리 e-book이 편리하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난 종이를 직접 넘기면서 보는 책이 좋다. 그리고 이메일이 편하다지만 크리스마스 카드만큼은 직접 손으로 써서 주게 된다. 평소에도 편지를 쓰고 싶다 생각은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잘 쓰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봐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누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