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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언니는 간다 - 앵그리 영 걸의 이명박 시대 살아내기
김현진 / 개마고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사회에 불만이 많은 나로써는(?) 평소에 말은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던 말들을 이 책에서 저자가 속 시원하게 말해주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얼핏 들어보니 저자는 분명히 나와 또래인 것 같다. 나이가 같거나 한 살 어리거나 한 살 많거나 정도. 그래서 저자가 하는 말들이 더 공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후반부에는 거의 ‘이명박’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 책이 이렇게 무사히 출판된 것이 의아스러울 정도로 좀 강도가 쌘 이야기도 많고… ^^; 그치만 사실이 아닌 건 아니기에 공감하는 부분도 맞았고 저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이 책의 저자 ‘김현진’이란 사람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면이 많아서 한 번 만나 얘기해 보고 싶은 사람이다. 왠지 만나서 대화를 하면 잘 통할 것 같은 사람이랄까? 역시 행동하는 젊음, 생각하는 젊음은 아름다워 보인다.
물신주의를 배격한다고, 신자유주의를 몰아내자고, 승자독식이 싫다고 백날 중얼거려봤자 아무짝에도 소용없으니 무력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것은 사소한 과욕을 차단하는 것, 그리고 하얗고 예쁜 밥알만 생각하는 것. 그러면서 그 밥알처럼 소박한 삶을 각오하고, 더 용감하고 더 행복해질 것. 행복이라는 것도, 각오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니까.
<그래도 언니는 간다 p.83>
모든 불행의 원인은 과욕. 특히 남과 비교해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 가질 수 없는 것에 자꾸 목매달면서 괜히 그것을 가지지 못해 슬퍼한다. 이런 것들이 불행의 씨앗. 그리고 과욕 때문에 낭비하게 되고 흥청망청하게 되기도 한다. 저자가 사소한 과욕을 차단함으로써 보탬이 된다면 나는 사소한 낭비를 줄임으로써 과욕 차단에 동참해 보련다.
이 시대에 예술가의 의무는 단순히 아름다운 예술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에 더해 자동차 공장만큼의 경제적 생산성이 없는 예술학교 따위는 폐교 시키라고 하는 작금의 이 시대에도 진정 예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해내야 하는 무게가 더해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학교에서 예술 말고도 꼭 배워서 나가야 하는 게 있다. 그건 태도다. 그걸 배워서 세상으로 나가지 않으면 바로 교문을 나가자마자 펄펄 끓는 지옥이 기다린다. 꼭 배워야 하는 그것은 바로, ‘얼마든지 구박 받을 준비’이다.
<그래도 언니는 간다 p.123>
어릴 때는 야단 맞을 일이 셀 수 없이 많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그 횟수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아닌 사람도 있을 테지만…^^; 그래서인지 어른이 된 나는 듣기 싫은 소리보다 듣기 좋은 소리만 듣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듣기 싫은 소리도 수용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저자가 말하듯이 ‘얼마든지 구박 받을 준비’가 나에게도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에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 한 곳 있다. 발췌를 해 보면…
이 노래는 일견 헤어진 여인이 바통을 넘겨받은 다음 여자에게 말하는 듯한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나는 오랜 기간 이 노래를 곰곰이 되씹은 결과 화자는 청자가 전혀 생각지 못한 제3의 인물이라는 결론을 얻고야 말았다. 들을 때마다 내 속에 열불을 지르고야 마는 <부탁해요> 가사 전문은 이러하다.
그 사람을 부탁해요.
나보다 더 사랑해줘요.
보기에는 소심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은 괜찮은 남자예요. (여기까진 좋다!! 그래 어디가 괜찮은지 들어보자!)
눈치 없이 데이트할 때 친구들과 나올 거예요.
사랑보다 남자들 우정이 소중하다고 믿는 바보니까요. (그걸 당신은 지금까지 그냥 놔뒀나?)
술을 많이 마셔 속이 좋지 않아요.
하도 예민해서 밤잠을 설치죠. (그건 술을 많이 마셔서다!)
밤에 전화할 때 먼저 말없이 끊더라도 (이런 매너를 지금까지 그냥 놔뒀다고?)
화내지 말고 그냥 넘어가줘요. (당신이 계속 넘어갔으니까 다른 여자들이 욕보잖아!)
드라마를 좋아하고, 스포츠도 좋아해요.
야한 여자 너무 싫어하고, (분명히 말해두지만, 야한 여자는 이런 남자한테 관심도 없다!)
담배 피는 여자 싫어하지요. (담배 피는 여자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절대 그 사람을 구속하지 말아요. 그럴수록 그는 멀어질 거예요
사랑한단 말도 너무 자주 표현하지 말아요.
금방 싫증 낼 수 있으니. (도대체 할 수 있는 뭔가? 게다가 정말 배가 부른 놈! 전국 천만의 솔로부대 발에 밟혀도 싸다!)
혹시 이런 내가 웃기지 않나요? 그렇게 잘 알면서 왜 헤어졌는지…… (웃기다, 웃기다, 웃기다!!)
그 사람을 사랑할 땐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헤어져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그럼 도로 당신이 그 남자 만나!)
그 사람 외롭게 하지 말아요. (아니 저런 놈이 외롭지 않아야 한다면 이 세상에는 죽음도 없고 질병도 없고 기아도 없고 에이즈도 없고 불행이고 뭐고 다 없어야지!!!)
….. 중략…..
“화자는, 시어머니입니다!”
시어머니라고 생각하고 노래를 다시 듣자 모든 구절이 쏙쏙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언니가 간다 p.36~p.38>
<부탁해요>라는 곡이 유행할 때 나 또한 노래방에서 몇 번 불렀었는데, 그냥 멜로디가 좋아서 불렀었는데 가사를 음미하면서 보니까 참 이상하기도 하다. 화자가 누구일까 라는 고민은 해보지 않았는데…. 화자가 ‘시어머니’라는 결론을 내린 저자 참 재미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