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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 가죽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이루게 해주는 신기한 가죽이 있다. 대신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되면 가죽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고, 그 가죽을 소유한 사람의 목숨도 점점 단축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처럼 그 신비한 가죽의 이름은 <나귀 가죽>이다. 주인공 라파엘은 나귀 가죽의 힘을 빌어 원하는 것을 얻게 되지만 반면 나귀 가죽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어 초조해 한다. 급기야 나귀 가죽의 크기를 늘려보고자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가죽의 크기는 예외 없이 줄어들고 있다.
‘나귀 가죽’은 소설 속의 상상 속의 물건이지만, 이미 우리에게도 나귀 가죽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나귀 가죽은 바로 오늘의 소중한 시간 ‘하루’.
각자에게 주어진 하루를 통해서 인생을 좀 먹는 하루가 될 수도 있고,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하루가 될 수도 있다. ‘나귀 가죽’처럼 정확한 크기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하루를 보냄으로써 인생의 소중한 시간이 하루만큼 줄어든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잊은 채 우리는 소중한 하루를 헛되이 보내는 날도 많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책 속에서도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는 문구를 발견했다.
하이네페터마흐* 선생은 이 세상에서 인쇄된 책의 수가 10억 권이 넘는다고 계산했지. 그런데 한 인간의 수명은 그 중 15만 권도 채 읽지 못할 시간이라네.
<나귀 가죽 p.103>
평생 동안 읽을 책으로 인생의 시간을 환산해 보니 왠지 하루를 소중하게 보내야겠구나 생각이 번쩍 들게 된다. 특히나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요즘에 SBS라디오에서 독서캠페인으로 이순재씨가 나와서 자신이 학생시절에 읽었던 철학 책들이 그 당시에는 왜 읽어야 하는지 몰랐지만, 그 책들이 인생의 살면서 인생의 지표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당장 철학적인 책들을 읽으면 어려울 테니 그 중간쯤이 <나귀 가죽>을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나귀 가죽> 책 속에 한 사람의 인생이,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그 유명한 프로이트도 죽기 전 곁에 두고 읽은 책이 바로 <나귀 가죽> 이었을까? 한 번만 읽으니 조금 어려운 소설이기도 했는데, 조금 시간이 더 흐른 뒤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