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으로 살아간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너무나 지쳐서, 나의 노동에 지치고, 나의 사랑에 지쳐서 견딜 수 없는 무거움이 마음속에 자리잡을 때가 있습니다. 노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 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일인데, 그 노동과 사랑으로 채울 나의 미래는 너무나 아름다울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당장 순간의 노동과 사랑 속에서 고통을 느껴서 침몰해가는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보통 우울함에 휩싸여서 방안에 틀어박히거나 말이 적어지고 술이 늘어납니다. 이때 문득 보게된 책이 [초록숲 정원에서 온 편지]라는 책입니다.
책의 내용은 부재에 나와있는 것 처럼 식물을 가꾸는 즐거움입니다.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한 노력, 조그만 나의 공간을 만들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밭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 그 속에서 정원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보람을 느낀다는 내용입니다.
이 책이 나에게 준 고마움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 보통 사람들은 꽃 한송이를 피우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쉽게 꽃을 구하고 포장까지 예쁘게 해주는 꽃집이 근처에 있는 우리시대 사람들에게는 그깟 꽃 한 송이 정도는 얼마든지 사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도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면 대충 꽃 한 송이 껴주지라고 생각한적도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꽃 한송이를 피우게하고, 조그만 꽃밭을 일궈내고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음을, 꽃에대한 사랑과 열정이 없이는 결코 만들어 낼 수 없음을 책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지가 꽁꽁 얼어붙은 겨울에도 정원사는 봄을 준비해야하고, 폭우가 쏟아지고 뜨거운 햇볕에 땅이마르는 작열하는 여름 은 한시라도 자신의 공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입니다. 계절마다 자라나는 꽃들을 체크하고 알맞게 옮겨 심고 적당한 비료를 주는 등, 꽃을 피우기 위한 위대한 노동은 1월부터 12월까지 한 순간도 쉬지 않습니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이 바로 정원사의 열정이라는 것, 마찬가지로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또한 지금의 삶을 한 층 더 빛나게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열정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보게되었습니다.
두번째 고마움은 신뢰와 기다림으로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 겨울 눈 밭을 봄의 꽃밭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따뜻한 햇빛을 기다리고 시원한 비를 기다리고, 포근한 봄을 기다리고, 잊지않고 반드시 돌아 올 다음 해를 기다리는 것이 정원사의 또 다른 일 입니다.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는 것, 정원사가 자연 모습하나하나에 신뢰를 주듯이, 우리는 자연에, 사회에, 인간에 대해서 신뢰를 가질 수 있을 때 차분하게 인내하고 기다리고 미래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도 계절이 바뀌면 져버리고 이듬해가 되어서야 다시 볼 수 있는 꽃을 기르며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지금 생활하는 것 - 하루하루 노동하고, 한순간한순간 사랑하고 - 은 다르지 않습니다. 비록 그 순간이 한계절, 한날, 한순간에 지나지 않을 지라도 내가 꿈꾸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기다릴 수 있는 것, 그것은 미래를 가슴에 품은 자, 꿈을 꾸는 자의 의무이자 특권입니다. 조급하게 열정만으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 가을에 피는 국화를 봄에는 볼 수 없다는 것, 국화를 보기위해서는 국화 자연섭리에 정원사의 노력에 마찬가지로 지금 살고 있는 우리의 사회와 노동과 사랑에 신뢰하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다른 하나의 진리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한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책을 통해 얻은 것은 기다림이란 아무 생각없이 멍하게 앉아있는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가을에 나무들이 헐벗은 벌거숭이가 된다는 건 단지 눈의 착각일 뿐이다. 사실 나무에는 초봄에 활짝 펼쳐질 모든 것이 점재해 있다. 가을에 꽃이 시든다는 것도 착시일 뿐이다. 실제로는 꽃이 태어나고 있기 때문이다."는 책 속의 말이 지금의 나에게 무엇을 해야하는 지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현실의 고통을 견디고 참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고통을 참는다고 해서 오는 거이 아닙니다. 지금 꽃이 다떨어진 것은 벌거 벗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한 시작의 과정인 것입니다.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을 지라도 꽃을 피울 나무의 내부에서는 계속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에 적용 할 수 있습니다. 고통은 단지 견디기만 할 것이 아닙니다. 고통 속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작의 과정이고 그것을 발전시키고 한걸음씩 앞으로 걸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입니다. 즉 스스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고통의 끝 미래의 시작, 새로운 꽃이 피는 시기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정원을 가꾸는 것을 통해서 우리는 이런 삶의 이치들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 지금의 고통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소중한 고마움이었습니다.
열정적으로 살아간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너무나 지쳐서, 나의 노동에 지치고, 나의 사랑에 지쳐서 견딜 수 없는 무거움이 마음속에 자리잡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부족한 것들을 이 한 권의 책이 어느정도나마 채워줬던 것이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새로운 봄이 시작되는 시기인 지금, 이 책을 그 사람 -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 나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 사람, 그리고 당분간 만날 수 없는 그 사람 - 에게 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내가 너무 사랑하기에 나와 너무 비슷한 삶은 살아가기에 나눌 수 있는 고민과 삶이 더 많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 사람을 차분하게 기다리고 그사람과의 미래를 준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