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읽은 소설이었다. 더위에 쫓기고 노동에 쫓기다보니 하루하루 어떻게 지냈는지 정리도 하지 못한채 여름을 보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다시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손에 잡게 되었다. 그간 책에 대한 목마름이었는지 아니면 "연애소설"이라는 성격때문인지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다. 한장한장이 흥미진진하게...

책이 출판된 시기는 1908년이고 배경도 그 때쯤으로 생각된다. 주인공은 영국의 양갓집 규수라고 할 수 있는 20대 초반의 여인 "루시"이다. 루시가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고, 그녀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녀가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서 겪게되는 새로운 삶(?)이 소설의 전반부를 이루고, 여행을 다녀온 뒤 영국에서 그녀가 겪게되는 갈등과 투쟁-외부 인습과 새롭게 발생한 열정과의 투쟁-이 후반부를 이룬다. 그리고 작가는 전혀 여운을 남기지 않고 주인공의 미래를 정말 상세하게 보여주면서 말끔하게 소설을 마무리 한다.

개인적으로 연애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혀 있기에 패이퍼 제목에 이 책을 연애?소설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연애소설이라기 보다는 성장소설, 아니 사회소설이나 계몽소설에 가깝다고 본다. 책은 철저하게 주인공의 심리의 변화-발전이라는 표현이 더 나은 것 같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녀는 끊임없이 외부적으로 내부적으로 투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지라는 인물로 표현되는 새로운 자유와 투쟁의 삶과 세실이라는 인물로 표현되는 복종과 자족의 삶은 당시 20세기 초반 상승하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맞물려서 누구나 겪게되는 내면의 갈등이었음이 틀림없다. 루시는 그런 시대의 대표적 여성으로써 그 고민과 갈등 그리고 투쟁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복종보다는 자유와 투쟁을 택하였고, 이 결말 또한 20세기 초 여성의 선거권 확대등과 같은 여성의 사회적 역할의 증대와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소설로써는 아쉬운 점이 너무 많지않을까? 여성의 사회 활동의 증대와 지위의 향상은 역사적 경제적 원인을 때어놓아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기계화로 인해서 여성의 노동의 확대가 이루어졌다. 이것은 교육의 확대를 이루었고, 한편으로는 소비의 대상으로써도 여성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을 뜯하였다. 남성노동에 남성위주의 소비로 연명하던 자본주의가 그 생존과 확장을 위해서 성의 장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런 객관적 사회의 발전 속에서 여성이 내딛을 수 있는 발판이 넓어졌고, 노동 운동이 발전하면서 비로소 여성의 정치적 참여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런 사회적 상황 속에서 여성의 심리적 변화와 인습과의 투쟁이 내면에서 일어날 수 있었는데 소설은 그런 점은 놓치고 있다. 암시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은 아버지가 사회주의자이면서 철도노동자인 조지를 통해서 루시가 세상에 대한 새로운 눈이 떠졌다는 측면에서 어느정도 이런 사회상에대한 암시가 있지않을까란 생각을 해볼 수 도 있지만...

그런 측면에서 재밌고 훌륭한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 사회가 힘들어질 수록 자신의 진실보다는 사회의 가치관(돈, 직업, 지위)등이 사람을 판단하는데 더 크게 작용을 한다. 예전에는 상류층만 따지던 조건들이 이제는 모든 사회 계층에서 고려하는 조건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속에서 혹 지금 새로운 사회생활과 새로운 가정생활을 앞둔 모든 여성분들은 한번정도 읽어 보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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