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기가 말하던 데로, 벽은 시작부터 존재했던 것같다. 하늘에 구름이 떠가고 비가
대지에 강물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지금에는 나도 그것을 믿을 수있다. 가을 황혼녁 망루에 올라보면 그것을 믿을 수 있었다. 벽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어떤 포인트, 다시말해 상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와의 사이에 인간이 받게되는 어떤 위험한 점을 멀리 떨쳐버린 것이였다. 이처럼 벽에 둘러쌓여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알수 있을까? 나는 모든 순간 벽의 존재를 피부로 계속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결코 압박감같은 것은 아니였고 마음좋다라고 조차 말할정도의 것이였다. 얇고 투명한 무엇인가가 부드럽게 나를 안고 있는 듯했다. 그것은 나를 규정하고 동시에 나를 해방시키고 있었다. 이런 식의 말이 누군가를 납득시킬수 있다라고는 생각할수 없다. 그러나 그이외에 벽을 표현할 방법이없다. 벽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면서, 마치 축제의 대열처럼 거리를 안고 있었다.
'만약 이 세계에 완전한 것이 있다면' 이라고 문지기는 말했다.
모든 것은 가정(假定)이다. 가정조차도 벽이 안은채 응고되어 있었다.
마치 공원의 울타리를 따라서 늘어서 있는 작은 동물의 조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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