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쯤 늦게, 너는 이곳을 찾아왔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정돈하는데 시간이 필요했고...아무튼 혼자하는 일이기 때문에요.'

 

 

우리는 커피를 마셨다.

 

이런 커피의 따뜻함이 우리의 기분을 풀어주었다.

 

너에 대해 알고 싶어 라고 나는 말했다.

 

'왜죠?' 라고 너는 물었다.

 

'네가 이 거리에서 나의 최초에 친구이니까'

 

'친구' 너는 미소지었다. '좋아요 그렇게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리고 너는 말하기 시작했다.

 

 

너는 몰락한 공장지역의 좁은 공동주택에서 부모님과 2명의 동생과 살고 있었다. 그리고 가난했다. 부친은 직함은 직공장이였지만 직공을 갖고 있지 않는 직공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 주에 이틀 밖에 가동하지않는 공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너는 학교를 나와서 일하러 나가지않으면 안되었다. 몇달뒤에 여기저기 이력서를 낸 끝에 도서관의 일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많은 수입은 아니지만 세자매의 가난한 식사를 보장하기엔 충분했다.

 

 

너는 군대 모포처럼 거칠거칠한 오래된 푸른 코트, 깃없는 검은 스웨터와 무릅까지 오는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것은 전에는 너의 어머니가 입었던 것이고 결국은 동생들에게 넘겨줄 것이였다. 그래서 너는 스커트에 커피를 흘리지않도록 조심스럽게 컵을 기울였다.

 

 

'어디에서 왔어요?' 라고 너는 물었다. 이번에는 내가 대답할 차례였다.

 

'훨씬 동쪽의 거리에서, 네가 알지못할만큼 먼 곳'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이거리 이외의 일은 '

 

 

네 목소리는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너의 말은 저 10미터의 벽에 튼튼히 지켜지고 있었다.

 

 

'왜 이 거리에 왔지요? 이 거리를 찾아온 사람을 만나건 처음이예요'

 

' 정말?'

 

'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들 뿐이예요. 왜 왔죠?'

 

'왜 일까? 벽이 없는 거리에서 사는 것이 괴로웠던 것도 있고 너를 만나고 싶기도 했고'

 

'나를?' 너는 어깨를 움츠리고 즐거운 듯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텅빈 커피하우스를 나와, 맑은 밤공기를 마시면서 강변을 걸어 옛다리의 한가운데 있는 돌계단으로 내려갔다.

 

강 가운데섬에 늘어선 벤치중 하나에 앉았서 수면을 떠오는 밤새의 소리에 귀를 맑게 했다. 너는 내가 살고 있었던 거리의 일을 몹시 알고 싶어했다.

 

 

'어떤 거리였지요?'

 

어떤 거리였을까 내가 일주전까지 살던 그 거리는? 나는 도대체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곳에는 마치 파도처럼 셀수없을 정도의 말들이 밀려오고 셀수없을 정도의 생각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파도가 쓸려간 뒤에는 여기저기 조금씩 물이 고여있었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는 것으로 그녀에게 무엇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잘 기억나지않아 몇만년도 더 된듯한 기분이야. 바로 일주전일인데도' 라고 나는 말했다.

 

'무엇인가 하나라도 좋아요. 기억해 봐요'

 

'우리들은 그림자를 끌며 걷고 있었어'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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