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우리들은 모두 그림자를 끌며 걷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는 나는 그림자를 갖고 있지않다. 그림자를 버렸을 때 우리들은 처음으로 그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은 중력에 대한 것처럼 그림자의 무게에 대해 무감각하게 되어버렸음이 틀림없다.

 

 

물론 그림자를 버리는 것은 그 만큼 간단한 일은 아니다. 만약 어떤 것이든 긴 세월을 가깝게 지냈던 것과 헤어지는 것은 그 자체로 괴로운 일이다. 이 거리에 찾아왔을 때, 나는 문지기에게 그림자를 맡기지 않았다.

 

'그것을 가진 채 거리에 들어갈 수 없어' 문지기는 말했다. '그림자를 버리던가 거리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던가 어떻게 할래'

 

 

나는 그림자를 버렸다.

 

 

문지기는 나를 햇빛을 향해 세우고 나의 그림자를 붙잡았다.

 

'괜찮아, 아프지도 않고 금방 끝나' 그림자는 조금 저항했지만 힘센 문지기에게는 문제없는 일이였고 곧 그림자는 떨어져 힘을 잃고 벤치에 앉았다. 나의 몸에서 떨어져나간 그림자는 생각보다 훨씬 초라하게 보였다. 피곤한 것같았다. 뭐랄까 떨어져 버린 낡은 구두처럼, 그것은 나와는 관계없는 존재같이 되었다. 혹은 뽑아버린 충치처럼

 

'어때, 때어버리니까 이상하지 그림자라는게'

 

'그렇군요'

 

'이런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저게 나쁜건지, 이것이 좋은 것인지, 그림자가 이제까지 한번이라도 쓸모가 있었던 적 있어'

 

'아니요'

 

'그렇겠지' 라고 문지기는 말했다

 

'너도 반드시 후회하지는 않을거야'

 

'그래요'

 

'자, 너의 그림자는 정확히 맡아두지 나쁜 짓을 하지않아'

 

'질문하나해도 좋아요?'

 

'좋아'

 

'내가 없는 사이 그림자는 뭘하죠'

 

'평소와 똑같아 걷기도 하고 생각을 하기도 하고 하루 한번은 운동도 시켜주지. 그래야 겨울이 되면 일도 할수 있으니까. 도움을 받는 거야 짐승의 시작과 끝을 위해'

 

'짐승의 시작과 끝?'

 

'응, 너도 겨울이 되면 알게되'

 

'그런데 내가 돌아가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면 좋지요?'

 

문지기는 질문의 뜻을 잘 모르겠다는 듯한 모습이였다.

 

'그림자를?'

 

'그래요'

 

문지기는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어. 그림자를 돌려받고 싶다는 따위의 말을 하는 사람은...

 

그림자는 결국은 약하고 어두운 마음이야. 누가 그런 것을 바라겠어?'

 

모르겠다라고 나는 말했다.

 

'여러가지가 그 약하고 어두운 마음에 포함되있지 증오, 괴로움, 약함, 허영심, 노여움.....'

 

'슬픔도요' 나는 덧붙였다.

 

'슬픔도 물론' 그도 반복했다. '누가 그런것을 바라겠어?'

 

 

'우리들은 모두 그림자를 끌며 걷고 있어' 라고 나는 너에게 말했다.

 

빛이 있을 때는 그림자가 우리를 둘러쌓고 암흑 속에서는 꿈이 졸음을 덮쳐온다.

 

'왜 모두 그림자를 버리지 않지요?'

 

'버리는 것을 모르니까 그러나 만약 알고 있다하여도 버릴수는 없어'

 

'왜요?'

 

'우리들은 그 무게에 눌리고 있으니까요'

 

'우리들은 무엇에라도 계속 눌리고 있었어 그런 거리였어요'

 

 

강가운데 섬에 무성한 버드나무 중 하나에는 오래된 보트가 로프에 묶여있고 물의 흐름이 그 주위에 마치 여름의 잔재처럼 구슬픈 가락을 만들고 있었다.

 

 

'너희들의 그림자는 어디에 갔지?'

 

'잊어버렸어요 이 거리에서는 모두 어릴 때 그림자를 때어버려요 이가 날때 쯤에요.

 

그리고 벽밖으로 보내 버려요'

 

'그러면 그림자만이 살아가는건가?'

 

'예, 그럴거예요. 나의 그림자는 5년전에 죽었어요. 문지기가 벽바깥에서 죽어있는 그림자를 보고 데려왔어요. 3일 뒤에는 죽었지요. 문지기가 사과나무 숲속의 묘지에 묻어주었어요'

 

'너도 못만났어?'

 

'나의 그림자를요?'

 

'그래'

 

'만나서 대체 무슨 말을 해요' 라고 너는 웃었다.

 

밤새는 이미 돌아가고 차가운 10월의 바람이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래서 어두운 마음은 영원히 죽었군' 우리들은 일어나 돌계단을 올라가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다리를 향한 언덕으로 건넜다.

 

'당신의 그림자도 곧 죽어요. 그림자가 죽으면 어두운 마음도 죽고 평온함이 찾아오죠'

 

라고 너는 말했다.

 

'그리고 벽이 그것을 지켜주겠지?'

 

'그래요, 그때문에 당신도 이 거리에 온 것이겠지요?'

 

그럴지도 모른다 혹은 그런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저 파도 뒤에 남은 물의 자취처럼 갈 곳 없는 생각이 문득 나를 스쳤다. 그러나 그런 기분도 다리를 건널때까지뿐이였다.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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