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지역은 옛다리의 남쪽에 넓게 펼쳐진 장소였다. 그리고 일찌기 아름다운 물을 가득담고 있던 운하도 지금은 수문을 닫은 채 돌처럼 굳게 말라버린 진흙이 그 바닥을 두텁게 덮고 있을 뿐이였다. 이런 인기없는 공장지역을 가까이 둔 곳에 직공들을 위한 5층 건물의 공동주택이 죽 늘어서 있었다. 마치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은 것이 불가사의 할 정도의 오래된 건물이였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직공(職工)이라고 불리고 있었지만 실제에 그들이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은 아니였다. 그것은 이미 그저 의미없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공장은 오래전에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그 이후 직장을 잃은 상태였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는 것없이 거리에서 지급되는 약간의 식량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거리가 그랬던 것처럼 이 지역도 영광의 날들의 기억을 갖고 있다. 계속되는 전쟁 시기에는 주물공장이 불야성을 이뤘고 사람들을 재촉하고 거리는 그 불빛의 물거품에 들끓고 있었다. 30개의 굴뚝이 하늘을 향해 서있고 밤낮 구별없이 머리위는 검은 연기가 계속 덮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그을음은 공동주택의 빨랫터에 서리처럼 내리고 그곳에 있는 것 모든 것을 회색으로 바꿨다. 회색바지, 회색타올, 회색속옷... 거리는 이처럼 망치소리로 가득했고 화로(火爐) 열기에 가득차있었다. 물론 어찌되었건 오래전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그림자를 잃어버렸을 때, 공장도 버려졌다. 전쟁도 사라지고 회색바지도 사라졌다. 지금에는 공장은 거의 한구석에서 조잡한 괭이나 솥을 만들뿐이였다.





공장가를 지나는 길의 양옆은 붕괴된 석벽이나 오래된 목재가 어느곳인가로 이어져있고 굴뚝은 풍화된 봉우리처럼 어둠속에 검게 높이 솟아있었다. 나와 너는 머리를 돌려 그런 침묵의 계곡을 걸었다. 그리고 마지막 운하에 이르러 난간도 없는 조그만 다리를 건너자 그곳에는 공동주택이 늘어서 있었다. 슬픈 풍경이었다. 평평한 똑같은 모양의 건물이 몸을 맞대고 한없이 이어져있었다. 건물의 사이를 둘러싼 오래된 보도블럭에는, 몇세대에 걸쳐서 사람들의 생활의 색깔이 배어있었다. 그것은 아마 보도블럭의 중심에까지 배어있겠지...



돌의 위를 걸으면서 나의 구두밑창은 소리조차도 나지않았다. 오래된 우물의 바닥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였다.





시간은 한밤으로, 모든 집은 잠들고 몇 개의 불빛이 여기저기의 창을 노란 색으로 물들어 있을 뿐이였다. 너는 공동주택의 사이의 미로같은 보도(步道)를, 나의 손을 이끌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마치 하늘의 암흑에 뒤섞여서 사람들을 노리는 거대한 새의 눈을 피하려는 것처럼...





'데려다 줘서 고마워요'



너는 미로의 한 가운대서 갑자기 멈췄서며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누군가와 말해 보고 싶었어, 그것뿐이야. 다음에도 대화상대가 되어주지 않을래?'



라고 나는 말했다.



'예, 좋아요.'



'내일도 도서관에 갈께'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오래된 꿈과 말할수 있어요?'



'아니 아직은 잘 안돼, 알아듣기가 어렵거든'



'괜찮아요.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잘 될거예요'



낡은 보도위로, 우리들의 소리는 각자에게 다른 사람의 소리처럼 울려왔다. 마치 주위에 어둠이 우리들에 소리를 불균일하게 빨아들이기도하고 내뱉기도 하는 것같았다.





'그런데 왜 나만 오래된 꿈과 말할 수 있지?' 나는 결심하고 그렇게 물어봤다.



'나도 잘 몰라요'



'누구에게 물어보면 좋을까?'



'오래된 꿈에게' 라고 너는 말했다.



'잘 자'



'잘 자요' 그리고 너는 내가 구별할 수도 없는, 늘어선 건물의 하나에 빨려들어갔고 나는다시 홀로남겨졌다. 높은 벽에 둘러쌓인 이 거리속에...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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