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사는 직공지역이 과거에 이미 빛을 어둠속으로 잃어버린 곳이라고 한다면 거리의 남서부에 펼쳐진 관사지역는 건조한 빛속으로 끊임없이 그 빛을 잃어가는 곳이였다.



봄이 가져온 윤기를 여름의 태양이 치장시키고 겨울의 계절풍이 풍화시켜버렸던 그런 상태였다. '서편의 언덕'이라고 부르는 평온한 넓은 여백을 따라서 2층건물의 하얀 관사가 쭉 늘어서 있었다. 원래 하나의 건물에는 세가구가 살수 있도록 설계되어서 한가운데의 튀어나온 현관만이 공유부분으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안은 온통 하얀색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보이는 모든 것이 하얀색이였다. 서편언덕의 여백에는 여러종류의 흰색이 있었다. 덧칠해야할만큼 부자연한 백색, 태양의 빛을 받아와서 누렇게된 백색, 비바람에 모든 것을 빼앗긴 듯한 허무의 백색, 그런 여러가지 백색이 언덕을 둘러싼 자갈길 어딘가까지 이어져있었다. 관사에는 담장은 없고 벽돌로 만든 좁고 긴 화단이 있을 뿐이였다. 봄이오면 그곳에도 하얀 꽃이 필지모른다. 과거 한때는 무척 맑고 산뜻하였다라고 말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거리였으리라. 거리에는 아이들이 뛰놀고 피아노소리가 들리고 따뜻한 저녁식사의 향기가 감돌았을 것이다.





관사는 이름에 맞게 옛날에는 공무원들이 그 곳에 살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림자를 잃어버렸을 때 살던 공무원도 그 직장을 잃었다. 서기, 세무사, 경찰관, 우편배달부....



그들은 이 거리를 떠나 남쪽지역으로 이주해 갔다.





관사의 새로운 주인은 퇴역군인들이였다. 그들의 인생은 대부분을 이미 써버렸기때문에 그 이상 잃어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었었겠지? 그래서 그들은 후회없이 자신들의 그림자를 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햇볕좋은 벽에 붙은 벌래의 빈 껍데기처럼 강한 계절풍이 부는 언덕의 여백에서 그 영원한 생을 보내고 있었다. 한 집에는 6인부터 9인의 노군인들이 살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눈 것도 아니다.



그들은 생활용품을 큰주머니에 담아가지고 언덕의 여백을 찾아 와서는 아무 방으로나 들어갔다. 처음 두사람이 2층에 있는 침실을 가지고 뒤이어 온 한사람이 1층의 거실을 가지고....





내가 문지기에게 지시받은 집도 그런 관사의 하나였다. '1145'라는 것이 내 집에 지정된 번호였다. 내집에는 대위와 소위가 한명씩 중사와 군소(일본군대의 계급)가 둘씩 살고 있었다. 전쟁의 준비나 전쟁의 수행이나 전쟁의 뒤처리나 혁명, 반혁명에 끌려다니는 사이에 가정을 가질 기회를 잃어버린 고독한 노인들이였다.





그런 노인들의 마음을 묶어주고 그 단조로운 생활을 규정하고 있던 것은 지금까지도 군대였다. 그림자를 갖지않은 永遠의 군대. 어쩌면 그들 노인들이 그림자를 잃어버린 생활에 가장 적격인지도 몰랐다. 그들은 아침일찍 눈을 뜨면 급히 아침식사를 먹고 누구에게 명령받은 적도없는 각자의 일에 메달려 있었다. 어떤이는 오래된 관사의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어떤이는 화단의 잡초를 뽑고 어떤이는 식량배급을 얻으러 관청(그곳도 반드시 강변에 늘어서 있는 정체불명의 건물 어딘가에 있겠지)에 갔다. 노인들은 아침의 노동을 마치면 다음은 관사의 정면의 양지에 앉아 연금을 계산하거나 옛전우를 회상했다.



내가 있게된 곳은 서쪽을 향한 2층의 방이였다. 종횡이 6보정도, 그러나 가구가 없는 생활이라서 텅빈 인상이였다. 천정이 높은 탓일지도 모른다. 벽의 여기저기는 얼룩이져 있었다. 오래된 철제침대와 조그만 책상과 의자만이 내 방에 있는 가구의 전부였다.





내 이웃에는 나이많은 대위가 살고 있었다. 우리들은 곧 친해져 하루에 몇번이나 둘이서 함께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너 같은 젊은이가 왜 이런 어둔 방에 살고있지' 라고 그는 말했다. '밖은 화창하게 맑은 날씨야'



'눈이 나쁘기때문입니다. 대위님'



이라고 나는 수백번이나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밝은 빛에 약해요. 저녁 무렵이나 흐린 날외에는 밖에 나갈 수없습니다.'



'예언자의 눈인가?'



'그렇습니다.' 노인은 커피잔을 손에 든 채 방을 왔다갔다 했다. 닫혀있던 블라인드를 손가락으로 열어 그사이로 밖의 밝은 풍경을 바라보았다.



'햇쌀만큼 멋진 것은 세상에 없어. 그렇게 생각하지않나?'



'그렇습니다.'



'왜 예언자가 되었지? 선택한 것인가?'



'그것밖에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대위님, 그자리밖에요. 이 거리에 들어오기위해서는 그이외에는 길이 없었습니다.'



'빛을 읽어버린다해도?' 나는 긍정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 거리에 들어오고 싶었습니다. 그것뿐이예요.' 노인은 창가의 낡은 소파에 앉아서 한숨을 쉬었다. '난 잘모르겠어. 이 거리가 너에게 있어서 그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러나 결국은 네가 결정할 것이지만...'



'예, 알고있습니다.'



'커피 한잔 더 마실래?'



'감사합니다.'



노인은 포트를 손에 잡고 두개의 컵에 커피를 충분히 따랐다.



'그래도 옛날엔 좋은 거리였어. 좁은 거리였지만 구석구석까지 활기가 가득했지... 그러나 거리가 그림자를 잃어버린 날부터 반수이상의 사람들이 거리를 나갔어. 거리에 남은 것은 잃을 것이 없는 인간이나, 늘 잃어버려온 인간, 잃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뿐이였어'



'당신은 후회한 적 없습니까'



'이 거리에 남은 일 말인가?'



'예'



'설마' 라고 노인은 웃었다.



'이 거리에서는 누구도 후회따위 하지않아, 그 때문에 이 거리에 있는 것이지'



우리는 어둠속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그러나 나가 너의 기분을 모르는 것은 아니야' 라고 노인은 계속 말했다.



'우리 노인은 많건적건 예언자이니까'



'예'



'너희들과는 방법이 다를 뿐이야'



'그렇군요'



'우린 시간을 잃었고 너희들은 빛을 잃었지 뒤에 생각하나 먼저 생각하나 다를 바없지'



'아무차이없지요.'



'좋아, 태양빛 없이 사물을 보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지. 전쟁과 같아,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하는 거야 '



'예'



'과거와 미래의 구별조차도... 시간을 주의해, 이 거리에서는 시간이란 것이 무게를 갖고 있지않아. 시간을 믿지말아. 미로의 속에서 헤메게 될 뿐이야. 특히 너처럼 완전히 그림자를 버리고 온 것이 아닌 인간은'



'모르겠군요'



'곧 알거야' 노인은 말했다. '시간은 많으니까'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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