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고열이 나를 덮쳤다. 그것은 일주일도 더 계속되었다. 열은 나의 피부를 수포로 가득하게 했고 나의 잠을 어두운 꿈으로 채웠다. 꿈의 태반이 성교의 꿈이 였다. 여러여자와 나는 성교했다. 얼굴을 아는 여자가 있었다면 전혀 본적 없는 여자도 있었다. 벽 속의 거리에서는 다양한 여자와 성교가 가능했다. 그리고 나는 몇번이라도 구토를 했다. 부드러운 유방, 뜨거운 입김, 미끈미끈한 협복(脇腹), 젖은 성기, 정액의 냄새..., 그리고 성교에 연이어 덮쳐 오는 열과 오한.





그 사이 나를 간호해 준 것은 옆방의 노인이였다. 그는 차가운 타올을 적셔주고 죽같은 따뜻한 식사를 아침과 저녁에 가져다 주었다. 비가 내리는 금요일, 내가 조금 의식을 차리기 시작하던 그 오후, 노인은 창가의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옛추억을 말했다.



'훨씬 옛날, 아직 사람들이 그림자를 가지고 전쟁을 반복하고 있었던 때 내가 젊은 중사였을 때 이야기야. 나는 그 당시 한 여인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일이 잘되지않았어. 나는 젊었지만 가난했었고, 유행에 빠져있었지. 결국 절망과 슬픔 이외 나에게는 무엇도 남지 않았어. 여자를 죽이고 내 자신도 죽는 일까지 심각하게 생각해봤어. 그때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몰랐지. 그러나 전쟁이 시작됐어 정말 잘된 일이였지. 전쟁은 조금씩 나의 마음의 상처를 지워가게 해 주었어. 그리고 석달 뒤 다리에 유탄을 맞고 후방으로 이송될 때에는 나도 다시 안정감을 얻어가고 있었지. 이송 첫날 밤, 나는 어떤 마을의 점령된 호텔에서 하루밤을 자게 됐어. 훌륭한 방이였어 넓고 기분좋은 방으로 유리벽으로 된 베란다까지 갖춰져 있었어. 내가 젊은 여자의 유령을 본것은 그 배란다에 있던 등나무의자 위에서야?'



'유령이요?'



'아... 젊고 아름다운 여자였지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운 여자였어. 완벽한 美, 완벽한 젊음, 완벽한 품위. 너는 그런 것을 본적이있니?'



'아니요.'



'나는 베란다의 등나무의자 위에서 그것을 봤어' 노인은 잠시 침묵하고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정말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지.'



'유령이라고 믿지않았군요.'



'아니 그건 첫눈에 보아도 유령이였어.' 그리고 노인은 웃었다. '그 정도로 완벽한 것을 만들어 낼 만큼 나의 상상력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풍부하지 않아'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아무것도 못한 채, 꼼짝할 수 없었어. 마치 무언가에 맞은 듯 나는 멍하니 그곳에 선 채,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서 한번도 눈을 땔 수 없었어. 날이 샐 때까지...닭이 한번 울고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할 때 쯤 그녀는 휙 사라졌지 촛불을 불어끄듯이....'



노인은 다시 한번 침묵하고 잠시 창밖의 비를 보았다.



'그 여자의 얼굴을 잊을 수 없었어. 그리고 그 뒤로 나는 어떤 여자에 대하여서도 열정이란 것을 갖지 못하게 됐지. 어떤 매력적인 여자와 잘 때도 언제나 얼굴에 떠오르는 것은 그녀의 얼굴이였어. 한 달 뒤에 귀환했던 전쟁터도 나의 광적인 기분을 맑게 해주진 못 했지.'



'그러나 어느날 나는 갑자기 알았어. 내 자신이 그녀의 얼굴의 옆 얼굴의 한쪽밖에 보지 못한 것을... 왼편 얼굴이였어 여자는 밤새 그 자세 그대로 꼼짝하지않았어. 나도 마찬가지였고....'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왼쪽 뺨을 만져 보았다.



'그렇게 생각하자, 어떻게도 그녀의 오른 쪽 옆얼굴을 보고 싶었어. 나는 무리하게 휴가를 얻었고 같은 마을로 돌아가 같은 방을 얻었지. 그녀는 정확히 전과 같은 시각에 나타났어. 같은 등나무의자, 같은 자세, 같은 옆얼굴'



오랜 동안 맑은 빗소리만이 방안을 울리고 있었다.



'그래서요?' 나는 물어보았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여자에 반대편 얼굴을 봤어요.'



'봤지'라고 대령은 말했다. '보지않는 편이 좋았었어'



'무엇이 있었습니까?'



'아무것도 없었어'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무것도 없었어. 無야 완벽한 無' 노인은 일어서서 커피잔을 탁자위의 접시에 두었다. '넌 이해할 수 없겠지. 완벽한 無라는 것을....'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조만간 알게 되꺼야. 결국은 그것이 시작이고 그것이 끝이니까. 우리는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언젠가 우리들이 그림자를 버리고 걷기를 멈출 때에 無는 언젠가 어디에선가 우리를 맞이하러 올테니까. 그리고 암흑 속에서 우리는 만나게 되지. 그녀의 망령처럼...'



비 雨, 두터운 모포도, 따뜻한 스프도 나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지 못했다. 그리고 어떤 조용하고 편안한 잠도 내 마음을 안정시켜주지못했다. 얼마만큼의 여자와 성교를 한 뒤에야 저 어두운 꿈은 나의 마음으로부터 떨어져 줄것인가?





오후5시의 뿔피리가 새로운 어둠이 올 것을 알렸다. 그리고 하얀 죽음의 계절이 강철로 만든 바퀴처럼 짐승들의 머리를 계속 붙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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