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를 내린 내 방의 어둠 속에서조차 우리들은 벽의 시선을 계속 느꼈다. 모포 속의 너의 몸은 아름답고 따뜻했다. 나는 너의 부드러운 목을 사랑했고 미끈한 등을 사랑했고 그리고 모든 것을 사랑했다. 나는 마치 무너져가는 옅은 꿈을 안듯이 너를 품었다. 그리고 그런 꿈의 향기가 우리들을 감싸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벽을 지탱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원했고 그리고 네가 나의 꿈과 일체가 되어 주기를 원했다. 그이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우리들은 긴 시간을 걸쳐서 도서관의 서고에서 산처럼 쌓인 오래된 꿈을 정리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것은 고통을 극복하는 작업이였다. 어느 정도를 선별하고 제대로 다시 늘어세우고 거기에 계통의 흐름을 만드는 일 등 나에게는 하기 힘든일이였다. 오랜 꿈은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비난과 자기모순속에 잠들어 있다. 500의 오랜 꿈이 있으면 그곳에는 500의 계통이 있고 1000의 오랜 꿈이 있으면 거기에는 1000의 계통이 있었다. 1주간 정도의 작업을 계속한 뒤 나는 무엇인가를 방출했다.



'방법이 있을꺼예요. 반드시' 라고 너는 말했다.



'아마 그렇겠지 그러나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지? 이렇게 꿈을 하나하나 맞춰가면 10년은 걸리겠어'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있어요.' 확실하겠지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무엇인가가 나를 재촉하고 있는 듯 했다. 예감같은 것이다.



'다른 방법을 생각하자' 라고 나는 말했다.



우리들은 스토브 앞으로 돌아가서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오랜 꿈은 자연에서 태어나온 것이예요. 너는 말했다.



'누구도 그것을 구분할 수는 없죠.'



'구분할 수 없는 것은 없어.



그러나 그들은 이해하기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원칙이 필요해'



'무슨 원칙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릴까하는?'



'그것은 무리예요 작은 것이라도 당신에겐요. 만약 당신이 최초의 하나를 얻으면 결국 전부를 얻는것이고 만약 최초의 하나를 잃으면 결국은 전부를 잃어버리는 것이되죠'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한숨을 쉬었다.





결국 나는 오랜꿈의 하나하나를 생각해 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오랜 꿈이 하나를 테이블에 가지고 와서 천으로 표면을 깨끗이 닦고 양손바닥으로 표면을 덮어서 데웠다. 5분정도에 오랜 꿈은 나의 체온에 반응하듯이 희미한 열을 내며 작은 진동을 시작했다. 불투명한 구형(球形)의 중심부터 마치 먼 별의 빛처럼 희미한 빛이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듣지못할 정도의 낮은 소리로 말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의 말은 듣지 못했다. 나는 눈을 감고 마음을 열어 그것의 따뜻함이 나에게 전해주는 꿈의 세계를 보았다. 그 꿈은 슬픈 꿈이였다. 그것은 모든 싹이 죽고, 뿌리는 단단한 암반에 가로막힌 어둠속의 나무들이였다. 너의 말이 맞다. 나에게 있어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리는 일을 할 수 있을까?



10분정도 지난 쯤 오랜 꿈의 빛은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고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이 사그러지고 오랜 꿈은 다시 얼음처럼 차갑게 잠들었다. 나는 그것을 원래의 장소에 돌려주고 다른 오랜 꿈을 가져왔다. 하루에 읽을 수 있는 오랜 꿈의 수는 전부 다섯개이다. 그것으로도 방의 시계가 11시를 알릴 때에는 나는 똑바로 일어설 수 없을 만큼 지쳐있기가 보통이다.



11시15분에 너는 방의 전등을 끄고 우리들은 도서관을 나온다. 북녁에서 불어오는 계절풍은 매일 그 강도와 차가움을 더해갔다. 우리들은 손을 잡고 껴안듯이 하고 밤의 거리를 걸었다.



'왜, 오랜 꿈이 말하는 세계는 모두 어둡지?' 라고 나는 너에게 물었다. 그러나 너는 머리를 흔들뿐이였다. 서로의 소리조차도 잘 들이지 않을 만큼 강한 바람이 우리들의 주위에 불어왔다. 바람은 공장가를 지나 잘려진 낡은 전선을 스쳐 검은 어둠에 우뚝솟은 높은 굴뚝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녀가 사는 공동주택 앞에서 우리들은 꼭 껴안은 뒤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



나는 그녀를 생각했고 도서관의 어두운 서고에 잠든 오랜 꿈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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