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들은 이미 몇마리가 사라져 있었다. 처음 눈이 내렸던 아침,



나이든 몇마리가 5cm정도 눈속에 겨울의 흰 빛이 더해진 그 금색의 몸을 가로누워 있었다. 나는 벽의 망루에 서서 짐승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의 태양이 그 한 편에서 냉정한 광경을 선명하게 빛추고 있었다. 그리고 수천마리의 숨쉬는 하얀 입김이 주위에 넘치고 있었다.





7시의 뿔피리와 함께 문지기가 문을 열자 짐승들은 거리에 들어왔다. 짐승들이 지나간 뒤에는 마치 대지에 만들어진 가시같은 모양의 뼈가 얼마인가 남겨져 있었다. 나는 아침 햇쌀이 나의 눈을 아프게 할때까지 가만히 그 가시를 바라보았다.



벽을 내려와, 방으로 돌아가 보면 아침의 빛은 생각보다 휠씬 강하게 나의 눈을 아프게 하는 것같았다. 눈을 감으면 눈물이 흐르고 나의 뺨과 샤쓰를 적셨다. 몇시간이나 나는 눈을 감은 채 거리감 없는 어둠 속에 떠서는 사라져 갈 여러색의 빛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이 차가운 타올을 나의 눈에 대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게 해 주었다.



'아침의 빛은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해. 특히 눈내린 아침은...



도대체 무엇을 하러 밖에 나갔지?'



'짐승들을 보러 갔었어요. 죽지나 않았을까 생각했죠'



'어째서지?'



'몇마리가 죽어있었습니다.'



'이제부터 더 많이 죽어'



'왜 그렇게 간단하게 죽어버립니까'



나는 타올로 얼굴 위를 덮은 채 노인에게 물어봤다.



'약한 탓이지, 추위와 굶주림으로... 옛날부터 계속 그랬지'



'죽음은 그치지 않습니까?' 노인은 머리를 흔들었다.



'놈들은 몇 만년이나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거네. 봄이 오면 놈들은 자식을 낳고 새로운 생명으로 바꿔가며 사는 거야. 그것뿐이지...'



'사체(死體)는 어떻게 됩니까?'



'태우지, 문지기가' 노인은 차가워진 손을 커피잔으로 데우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모아서 유채기름을 뿌려태우지. 해질녁에는 그 연기가 이곳까지도 보이네. 겨울동안은 그것이 매일 계속되지, 눈과 연기...'





눈과 연기





어느정도 높은 벽도, 그 연기를 나로 부터 감추는 일은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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