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조심해'라고 노인은 말했다. '벽은 너의 결심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나는 뜨거운 스프를 조금씩 마시면서 수긍했다.



'왜 나에게 털어놓죠?'



'대위님에게는 상관없는 일일텐데요. 말없이 갈생각은 아니였습니다.'



'나도 내가 떠나게 된다면 아쉬워.'



우리들은 말없이 남은 스프를 마셨다.



'어떻게 나갈 계획이지?'



'모르겠어요.' 라고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림자가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믿을 수 있어?'



'꽤 결점도 많은 친구지만 헛소리는 하지않아요. 오래 사귄 친구이니까요'



나는 이렇게 말하고 웃었다.



노인은 말없이 접시를 싱크대에서 넣고 나서 테이블을 향해 앉았다.



'그녀와 떨어지는 것은 아주 괴로울 텐대?'



나는 미소지을 뿐, 그것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너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그렇게 결단을 내렸지. 그러나 너의 결단이 옳을지 어떨지는 나는 몰라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너 자신이야. 벽의 어느 쪽이 밖이고 어느 쪽이 내부인지...'



'예'



'밖에 나간 뒤에 나간 것을 후회하기 시작할 지도 몰라 '



'그럴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성공을 빌어'



'고맙습니다.'





4시에는 이미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바람이 없는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가 곧바로, 소리도 없이 거리에 내리고 있었다. 나는 언덕을 내려와 서쪽다리를 건너, 강변에 문지기의 작은 집까지 걸었다. 길을 가는 짐승들은 지친듯 등의 털에 눈을 얹은 채 말굽의 소리를 길에 울리고 있었다. 벽쪽에서 다른 때보다 훨씬 많은 검은 연기가 하늘로 향해 일직선으로 올랐고 그 다음은 희미하게 하늘에 빨려들 듯 사라져 갔다. 아마 사체(死體)의 수는 10이상이 될듯했다. 그것은 나를 어두운 기분에 들게 했지만 적지않이 시간이 걸릴 것은 분명했다.



문지기는 없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 문지기의 작은 집에 들어갔다. 방안은 언제나와 같았다.



스토브는 따뜻하고 주전자는 입에서 소리를 내며 하얀 수증기를 뱉어 내고 있었다. 문의 벽에는 뿔피리,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손도끼와 숫돌이, 손도끼의 날끝은 하얀 광채가 나며 나의 기분을 나쁘게 했다. 가슴 속에서 구토가 치밀었다.





나는 지하실의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실의 냄새는 5일전 보다 한층 심해 있었다. 그런 속에 나의 그림자는 죽은 듯이 잠들어있었다. 나는 어깨를 가만히 흔들어



깨웠다.



'다시는 안 올꺼라 생각했어' 그림자는 머리만을 내 쪽으로 향해 그렇게 말했다.



'어째서 형편없는 얼굴이지? 그 동안 이틀밖에 지나지않았는데...'



'일어날까'



'좀 일으켜줘'



나는 그의 여윈 몸에 손을 둘러 침대에서 일으켰다. 그림자는 혼자서 걸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를 업듯이 해서 계단을 오르지 않을수없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되지?'



'아무튼 뿔피리를 가져가' 라고 그림자는 말했다.



나는 벽에서 뿔피리를 때어내어 포켓에 넣었다.



'지금부터 한 시간도 안 남았어' 라고 그림자는 말했다. '게다가 나는 달릴 수 없으니까. 가능한 5시가 될 때까지 남쪽벽까지 도착했으면 해.'



'모두에게 들킬텐데'



'방법이 없어, 각오해야지. 서둘러야 해, 다섯시가 되면 문지기는 뿔피리를 가지러 올것이고 내가 없는 것을 곧 알꺼야, 네가 나를 대리고 남쪽으로 간 것을 모두가 볼 것이고 놈은 반드시 우리를 쫓아오겠지. 그러니 5시까지는 어쨌든 남쪽벽에 도착해 줘'



'남쪽벽부터는 어떻게 나갈거지'



'생각하는 것은 나야, 달리는 것은 너이고, 너는 달리기만 하면돼. 자, 시간이 없어'



나는 체념하고 그림자를 업은채 작은 집을 나왔다. 눈은 하늘로 부터 하얀 베일처럼 우리들의 앞에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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