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은 어떤 예측도 못할, 일순간에 우리 앞에 서있었다.



놀랄 것은 없어 라고 벽은 말했다. 벽은 나를 향해서 말하고 있었다. 너의 지도 어느 곳에도 없지. 그런 것은 종이쪼가리에 지나지않아



'듣지말아! 달려!' 라고 그림자가 뒤에서 외쳤다. 그러나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너에게는 이전에도 충고했잖아, 너같은 하찮은 존재는 이 우주에서 정말 자신의 그림자를 때어내는 일조차도 할 수 없어. 예리한 나이프가 내 몸에 상처하나 내지 못하는 것처럼



'달려' 그림자가 외쳤다.



그렇다면 원하는 만큼 달려도 좋아, 원하는 만큼. 웃음 소리를 남기고 벽은 사라졌다.



'서쪽으로 달려.' 그림자는 계속 외쳤다. 나는 본능적으로 달렸다. 언덕의 서쪽면은 완만한 경사를 내려가자 수풀과 맞부딪쳤다.



'숲을 헤쳐나가자, 이곳에 들어가면 문지기는 걱정없어' 나는 등에서 그림자를 내려 어깨로 부축하고, 점점 어두워져가는 깊은 수풀 속을 나아갔다. 눈은 쉬지않고 계속 내렸고 나와 그림자가 입고 있는 코트 위에 하얗게 쌓였다.



'벽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마. 저것은 모두 허세에 지나지않으니까'



'허세?'



'환상이야. 우리들의 앞에서 있었던 것은 진정한 벽이 아니야. 벽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야. 따라서 우리들에게 손끝하나 댈수 없어. 그저 위협할 뿐이야?'



'그러나, 실제의 벽은 환상이 아니지.'



'그렇군. 그래서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절대 벽에는 근접하지 않았군'



'하지만 벽에 근접하지않고 벽을 넘을 수는 없지' 그림자는 그 말에는 대답이없었다.



우리들은 얼굴에 상처를 입으며 전속력으로 수풀을 뚫고 나갔다. 수풀이 지나자, 시계가 5시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가까스로 숲을 지나고 웅덩이가 있는 초원으로 나아갔을 때, 우리들은 숨을 돌리기 위해서 앉았다.



'잘했어, 너는 정말 잘했어. 누구도 절대 쫓아올 수 없으니까 이제 우리들의 승리야'



암흑 속으로 이제까지 본 적없을 정도의 많은 눈이 지면에 내려있었다. 여전히 바람은 없었다. 웅덩이의 이상하리만큼 푸른 수면에도 눈은 내리고 있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지?'



'헤엄쳐나가는 거야'라고 그림자는 말했다.



'저 웅덩이에서'



나는 망연자실한 채 아무말도 못했다.



'뛰어들어서 헤엄치는 거야. 조금 춥지만 감기가 걸리는 정도는 참았으면 좋겠어'



'그것이 계획이야?'



'그렇지'



'정말 들어갈거야?'



'나의 상상이 틀리지 않으면'



'상상?'



'이론이지' 라고 그림자는 말했다. '마음에 들지않으면 그런 식으로 바꿔 말해도 좋고, 결국은 같은 거니까'



'확신할 수 없는 점은 무엇이지?'



'어차피 확신따위는 이 거리에도 없어. 나가자마자 나는 생각할꺼야. 그것뿐이야. 이것을 믿고 안 믿고는 네 마음이야. 따라서 너 자신이 결정해. 나는 강요하진 않아 너에게도 프라이드는 있고 너를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난 하고 싶진않아' 그림자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일어서서 코트의 눈을 손으로 털었다.



'자, 천천히 생각해 어두운 지하의 수맥속을 영원히 방황하고 기분나쁜 물고기에게 시체를 갉아먹힌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너의 이론을 들려주지않을래?'



'내가 이거리에 와서 우선 최초에 느낀 것은 이곳은 너무 완벽한 것이였어. 적어도 처음 봤던 내 눈에는... 무언가가 그림맞추기처럼 너무나 정확하게 만들어져 있었어.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지. 이 거리는 자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무언인가의 의지에 의해 무리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라고, 만약 정말 이거리가 무엇인가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 졌다고 한다면 반드시 어딘가에 헛점이 있기마련이야. 나는 의지로 하는 일 따위는 신용하지 않으니까.'



그림자는 말을 멈추자마자 녹초가 된 듯 손가락 끝으로 눈을 비볐다.



'벽의 목적은 속에 있는 것을 둘러싸서 외계와 단절시키는 것이지. 그렇겠지?'



'그래'



'그러나 벽은 완벽하지않아. 벽의 안과 밖을 잇는 지점은 3개가 있어. 우선 서쪽문 그리고 강의 출구와 입구야. 서쪽문은 문지기에 의해서 지켜지고 있어. 그것은 돌파하는 것은 우선 무리야 가장 형벌이 엄한 곳이니까. 다음에는 강의 입구를 생각해 봤어. 그것도 안돼. 두꺼운 철격자로 단단히 잠겨있어. 남은 하나가 웅덩이에서 통하는 지하동굴이야'



'그러면 왜 이 웅덩이를 울타리로 둘러싸지 않지?'



'그쪽이 효과적이지 벽도 울타리도 없어. 그러면 그 대용물로 공포에 의해 웅덩이를 둘러 싸는 것이지. 그래서 누구도 이 웅덩이에는 접근하지않아. 좋은 방법이지'



'아니면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르지'



'물론 그것도 생각해봤어' 라고 그림자는 손을 비비면서 말했다. '그러나 너도 매일 강을 보고 있었겠지? 나도 몇번인가 봤어.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어. 이 강에는, 혹은 물에는 마치 악의가 없는 것같았어. 그렇게 생각하지않아?'



'그럴지도 모르지' 라고 나는 말했다.



'이 거리에서 정말로 태어나고 있는 것은 짐승과 강뿐이야. 나는 이 강을 믿고 싶다고 생각해'



나는 잠시 침묵했고 주위의 수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푸른 수면에 눈이 소리도 없이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너의 말에 꽤 설득력이 있어' 라고 나는 그림자에게 말했다.



'고마워, 그러나 다 너의 덕분이지' 그림자는 웃었다.



'자, 슬슬 들어가지 않을래? 수영하기에는 조금 지난 계절이지만'



'업혀' 라고 나는 말했다. '그러나 그전에 벽과 연결을 끈자'



'좋아' 라고 그림자는 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