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은 다시 우리의 앞에 서 있었다. 그 반들반들한 벽돌은 석양의 엷은 어둠속에서 불가사의한 빛을 내고있었다.



뛰어들고 싶다면 뛰어들어도 좋아 라고 벽은 말했다. 그러나 너희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그저 말일뿐이야. 너는 그런 세계를 피해서 이 세계에 온 것이 아니냐?



'그럴지도 모르지' 라고 나는 말했다. '말은 불확실해, 말은 도망치지. 말은 배신하고 그리고 말은 죽어버려. 그러나 결국 그것 역시 내 자신이야. 바꿀 수는 없어.'



그런 식의 삶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그런 말의 어디에 의미가 있어?



'그래 그렇다면 이 거리는 어디에 의미가 있어. 삶이 두개로 분리되고 어두운 마음이 도서관 서고에 있어. 그런 영원의 어디에 의미가 있지?'



사람이 무언가를 구할 때 그곳에는 어두운 마음이 자라나지 어서 뛰어들어 버려! 그리고 어두운 마음과 함께 살아라, 결국 어두운 마음과 함께 죽어버리란 말이다. 그것이 너에겐 어울리겠어. 만약 이 웅덩이 속에서 운좋게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리고 벽은 사라졌다.



'끝났구나' 라고 나는 말했다. '그만 갈까?'



'좋아' 우리들은 눈속에서 코트와 구두를 벗고 둘의 벨트를 꽉 묶었다.



'떨어지면 안돼, 절대로...' 라고 그림자가 말했다. '떨어지면 끝장이야'



나는 수긍했다. 눈위에 놓인 두벌의 검은 코트와 검은 구두는 왠지 어색해 보였다.



'문득 나는 잘못하고 있는지도 몰라' 라고 그림자는 혼자서 그렇게 말했다. '내 사정만 생각하고 너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인지도...'



'그래?'



'너와 벽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갑자기 그렇게 생각했어'



'네 마음이 약해진 것뿐이야' 라고 나는 말했다.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어'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기뻐. 만약 지상으로 다시 나가게되면 잘 할께'



우리들은 벨트로 이은 채 굳은 악수를 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나서 동시에 얼음처럼 차가운 웅덩이속에 머리부터 뛰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의식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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