最後에...





말은 죽는다.



일초마다 말은 죽어간다. 도로에서, 지붕아래에서, 황야에서 그리고 역의 대합실에서 코트의 깃을 세운 채 말은 죽어간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전달할 수 있을까? 전등의 스



위치를 끈 것처럼 모든 것은 사라졌다.





빠직--OFF 그래서 끝이다. 나는 이제까지 아주 많은 것을 계속 묻어왔다. 나는 양을 묻었고 소를 묻었고 냉장고를 묻었고 슈퍼마켓을 묻었고 말을 묻었다. 나는 그 이상 더묻고 싶은 것은 없다. 그러나 그래도 나는 계속 말하지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Rule이다.





나는 일찌기 그 벽에 둘러쌓여진 거리를 선택하고, 결국은 그 거리를 버렸다. 그것이 옳았던가 어쨌던가, 지금에 이르러도 나는 잘 알지못한다. 나는 살아남았고 그렇게 해서 지금 글을 계속 쓰고 있다.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진정 그 시체냄새다. 나는 어두운 꿈과 함께 잠들고 어두운 생각과 함께 눈을 뜬다. 내가 걷는 길은 어둡고 그리고 걸어 갈수록 그 어둠은 더해가는 듯하다. 무엇인가를 잃어간다. 계속 잃어간다. 일찌기 나의 마음을 설래게 했던 노래도 지금은 없다. 일찌기 나를 부드럽게 감싸주던 풍경도 이젠 없다. 달콤한 말이 수없이 침전의 어둠속에 덮여가 버렸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않는다.



어두운 긴 밤, 방의 벽에 길게 펼쳐진 (그리고 지금 더이상 말이 없는) 내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나는 그 벽에 둘러쌓여진 거리를 생각한다. 높은 벽을 생각하고 도서관의 희미한 전등 아래의 너를 생각하며 거리에 발굽소리를 울리던 짐승들을 생각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수양버들을 생각하고 그리고 한물간 공장가(工場街)를 두드리는 차가운 계절풍을 생각한다.



그 이상 잃어버린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만을 내가 원했다. 마치 16세에 느꼈던 바람처럼, 지금 모든 것은 나의 몸을 부딪치며 지나간다. 나는 그 거리를 잃은 것뿐이지만 나의 추억은 저 거리의 어딘가에 남아있으리라.



언제까지라도... 라고 너는 말했다. 언제까지라도 네가 나를 잊지않는 것처럼 나도 너를 잊지는 않는다. 여름 강변의 추억을 그리고 계절풍이 불던 다리 위의 추억을.



언제까지라도...





흐린 가을의 황혼, 나는 문득 저 뿔피리의 울림을 듣는다. 그 소리는 필시 저 불확실한 벽의 어딘가의 빈 틈에서 나의 귀에 도달한 것이리라.



북쪽 끝에서 불어내려오는 조금은 차가운 계절풍에 실려.





(1997년 8월 29일 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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