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 - 내 이름의 새로운 철자
오드리 로드 지음, 송섬별 옮김 / 디플롯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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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 내 이름의 새로운 철자>, 오드리 로드

나는 동성애자인 동시에 흑인이었다. 후자는 바꿀 수 없는 사실이었다. 갑옷이고, 망토이고, 벽이었다. 종종, 흑인이 아닌 다른 레즈비언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화제를 꺼내고 싶다는 악취미가 들 때마다, 나는 어떤 의미로 내가 동성애자들의 성스러운 연대, 처음부터 내게 충분치 않게 느껴지던 그 연대를 깨뜨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서로 친밀했다는 사실을, 광기 어리고 영예로우며 모순적이던 그 시절 우리가 주고받던 상호 지지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니까 나는 금요일 밤 바가텔의 신분증 ‘문제’에서부터 볕에 그을릴걱정이 없는 사람이 오로지 나뿐이던 게이 헤드 비치에서 보낸 여름날에 이르기까지 예리하게 지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흑인 여성인 내가 삶과 맺는 관계는, 동성애자건 이성애자건 그들의 것과 다르며, 앞으로도 줄곧 그러하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진다는 것의 무게가 나에게는 남달랐다.’ - P313

역설적인 일이지만, 사회 전반에서 그러하듯 내가 흑인 사회건 동성애자 사회건 하위 사회에서도 남들과 다른 입장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부터는 지나치게 애쓸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받아들여지려고, 펨으로 보이려고, 이성애자처럼 굴려고, 이성애자처럼 보이려고, 제대로 된 사람으로 보이려고, ‘괜찮아‘ 보이려고, 호감을 사려고, 사랑받으려고, 승인받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저 살아 있기 위해, 아니, 인간으로 남아 있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지는미처 몰랐다. 그리고 그 노력을 하느라 내가 얼마나 더 강해져야 하는지도 몰랐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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