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 제목은 <Approaching Eye Level>인 모양인데 한국어판 제목은 본문 앞부분의 문장을 그대로 따온,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이다. 도시 생활과 도시 그 자체(이 책에서는 저자가 사는 뉴욕)를 묘사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저자의 에세이 첫꼭지 내용의 정수가 담긴 문장이라 생각했는데 이를 책제목으로 고르다니... 편집자분들의 센스에 박수를.
뉴욕에서의 친구 관계는 우울에 몰두하는 일과 표현하는 능력에 매혹되는 일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내게 가르쳐준다. 어떻게든 좀 더 높은 수준의 균형 상태에 도달하는 일, 나는 친구 사이에서는 그 일이 일반적인 부부 사이에서와 다르게 일어날 줄 알았다.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우리는 모두 예전에 결혼이란 걸 해본 사람들 아닌가. 많은 사람들은 결코 이길 수 없는 내면의 싸움을, 오직 죽음에 의해서만 결론이 나는 전쟁을 하며 삶을 보낸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는 우위를 차지하는 한두 가지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도시는 이런 역학의 영향 아래에서 돌아간다. 각각의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 P22
(...)아침 열 시에 여기 8번로에서,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이 선명히 새겨진 얼굴로 그 거리를 등지고 선 여자는 내게 화려한 매력을 지닌 사람으로, 호화로운 방식으로 추췌한 자연 그대로의 환경 속 보석같은 사람으로 보였다. 그것은 오직 도시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얼굴이었다. - P23
그 머리칼, 그 뉴욕 스타일 곱슬머리. 그 머리에는 우리 상상 이상으로 ‘한데 모인 풍성함‘이 필요했던 것이다. - P24
도시에서 사회적 유동성이란 ‘누구도 다른 누구에서도 도망칠 수 없음‘을 의미한다. - P33
"난 이제 어떡하죠?" 나는 여자의 두눈을 들여다 보았따. "알게 되실 거예요" 내가 말했다. 여자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엘레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몸을 돌려 밤 한복판으로 걸어 나갔다. - P35
(도시에서 스쳐 지나간 모든 행인들은)그들은 내게 서사적인 충동을 되돌려준다. 내가 세상을 이해하게 해준다. 내 삶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도록 나를 일꺠워준다. - P46
사랑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준비된 순간‘이란 여전히 삶의 가장 커다란 수수께끼 중 하나다. 내면에 변화가 일어나도록 여러 요소가 충분히 결합하는 그 순간 말이다. 그 순간에 응답하는 사람은 결코 그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묘사할 수 있을 뿐이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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