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5년 4월 15일자.

http://www.hani.co.kr/section-007000000/2005/04/007000000200504150900211.html

예일·컬럼비아 대학원생 첫 연대파업 시도


노동조합 결성을 추진해 온 미국 예일대학과 컬럼비아대학의 대학원생들이 오는 18일부터 아이비리그 최초의 '연대파업'에 돌입한다.

메리 레이놀즈 '예일대학원 피고용자ㆍ학생 기구' 공동회장은 두 학교에서 학부생들을 가르치는 대학원생들이 14일 밤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결의해 오는 18일부터 양 학교 캠퍼스에서 파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마이다 로젠스타인 '컬럼비아대학원 피고용자 연합 회장'은 두 학교 대학원생들이 오는 20일 뉴욕에서 공동 집회도 열며 미국 최대 노조연합체인 노동총연맹-산별회의(AFL-CIO)의 존 스위니 회장도 이날 집회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학원생들은 학교측에 보수 인상과 건강보험 혜택 확대 등 복지 증진을 요구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로젠스타인에 따르면 컬럼비아대학의 경우 학부 주요 과목들을 가르치는 수업조교(TA)는 1년에 1만8천달러와 제한적인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레이놀즈와 로젠스타인은 예일대에서는 대학원생 TA 500명 중 300명 가량이, 컬럼비아대에서는 1천여명이 대학원생 노조에 가입했다면서 "학교측이 협상에 임한다면 파업을 피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대학은 모두 성명을 통해 대학원생들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학생들과 협상할 뜻도 없다는 뜻을 밝혔다.

수전 브라운 컬럼비아대 대변인은 "학교는 대학원 수업조교나 연구조교들이 학생일 뿐 피고용인이 아니라고 규정한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의 관점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톰 콘로이 예일대 대변인은 14일 대학원생들이 가르치던 과목을 교수들이 대신하거나 여러 수업을 하나로 합치는 등의 방식으로 수업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밝혔다.

그는 수업 중 70%는 교수들이 TA의 지원없이 단독으로 맡고 있기 때문에 대학원생 파업은 '상징적 행위'일 뿐 예일대학 학부생 5천200여명의 수업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파업에 참여하는 대학원생들도 현재 받고 있는 재정보조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사 카플란 마이클스 컬럼비아대 대변인도 학부생 5천500여명에게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파업에 따른 수업 일정 변경 등을 학교 웹사이트에 공지할 것이라고밝혔다.

(보스턴 블룸버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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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사회의 즐거운 만남

미국과학진흥협회 연례회의가 보여준 과학교육·시민 참여 시스템…전문성의 벽을 깨고 융합으로 나아가라

▣ 워싱턴DC= 조숙경/ 한국과학문화재단 전문위원·과학사 박사

‘과학을 진흥시키자, 사회에 봉사하자’(Advancing Science, Serving Society). 이는 전통을 자랑하며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과학자·과학교사·과학 커뮤니케이터 등 과학 관련 기관 종사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공유의 장을 마련하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협회의 슬로건이다. 미국과학진흥협회는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를 창간해 기초과학을 선도하고, 미국의 과학연구와 교육, 진흥에 앞장서왔다. 이 협회가 지난 2월 말 워싱턴DC에서 ‘연계: 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곳’(The Nexus: Where Science Meets Society)을 주제로 마련한 제171차 연례회의에서는 의미 있는 과학계의 화두가 잇따라 제시됐다.

과학교사를 위한 인터넷 교육

무엇보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접촉 지점을 넓히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특히 인터넷을 활용하는 과학교육 시스템인 ‘사이언스 넷 링크’(Science NetLinks)와 최첨단에서 진행되는 과학연구에 대한 일반인의 참여와 이해를 도모하는 ‘PUS’(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당신은 접속하는가? 그러면 당신은 존재하는 것이다”에 걸맞게 사이언스 넷 링크는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청소년 대상 과학교육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는 사이버 세상에 떠도는 과학기술 관련 정보를 청소년들이 쉽고 효과적으로 찾아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과학교육자와 과학교사·과학자가 공동 기획·제작한 양질의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 사업은 전국과학교사협의회, 전국수학교사협의회, 국립인문학지원기금회 등 기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마르코 폴로 파트너십’(Marco Polo Partnership)이 주도했다.


△ 미국과학진흥폅회의 연례회의는 과학과 사회의 다양한 소통 방식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는 각 국의 참관인니 자리를 함께 했다.

사이언스 넷 링크는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과학교육 포털사이트로 대상별·난이도별·수업시간 활용도별로 다양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과학교사와 현장의 실무자가 참여해 워크숍 형식으로 3일 동안 연 회의에서는 온라인 웹을 활용하는 기초 수준의 지식에서 최첨단 과학기술자들의 연구내용에 접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교육이 이뤄졌다. 이 사업은 200만 과학 사랑 회원을 구축해 활발히 운영되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사이언스 올’(scienceall.com) 프로그램과 비교해볼 만한 대목이 많았다. 무엇보다 사이언스 넷 링크는 청소년이 아닌 과학교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교사 1명이 평생 2만명의 학생들을 만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학생 개인에 대한 접근보다는 교사를 생각하는 게 유용할 듯하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2년 전부터 제기된 PUR(Public Understanding of Research)라는 새로운 과학문화의 패러다임이었다. ‘연구 중인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뜻하는 PUR는 1980년대 광우병 파동과 함께 일기 시작한 영국의 PUS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중시하는 프랑스 중심의 PCST(Public Communication of Science and Technology), 그리고 일반인의 과학기술 활동에의 참여와 인식을 강조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중심의 PPT(Public Participation of Science), PAW(Public Awareness of Science)를 두루 아우르는 개념이다. 과학기술의 생산자인 과학기술자와 소비자이자 사용자인 일반 대중이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쌍방향 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PUR는 과학연구의 방향에 의견을 개진해 더욱 풍요로운 과학기술과 인간적인 과학기술을 지향한다. 이를 통해 과학연구의 윤리적·사회적·정치적·법적 시사점에 관한 논쟁에서 대중을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에 관한 다양한 전략이 나올 수 있다.

요즘 과학기술 연구 과정에 시민의 참여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지난 3년 동안 미국과 일본의 PUR 공동사업을 추진한 미국과학재단의 하이만 필드 박사는 “국가 과학연구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것이며 국민은 미래의 수혜자 아니면 피해자일 것이기 때문에 진행 중인 과학연구에 대한 대중의 참여는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강조했다. 과학 박물관과 각급 학교, 매스미디어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과학자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일본과 미국의 경우는 이제 막 국가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에 과학문화홍보비를 제정한 한국적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다수의 국민을 과학연구에 끌어들이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PUR, 과학자와 대중의 쌍방향 교류

그동안 국내의 과학기술계 풍토는 연구를 성과 위주로 진척시킨 뒤, 결과를 산업에 직접 응용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왔다. 생산되는 과학연구를 콘텐츠로 하는 시민 과학교육이나 과학문화, 청소년 과학교육, 호기심 유발 등에는 거의 무관심했다. 물론 과학 선진국의 경우 우리의 현실과 사뭇 다르다.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 국립보건원(NIH) 등 거대 과학연구소를 비롯해 유럽의 입자물리연구소(CERN), 일본의 지하 관측설비 ‘슈퍼 가미오칸데’(Super-Kamiokande) 고에너지가속연구소(KEK) 등은 과학교육 전문가들을 채용해 과학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청소년과 일반인을 위한 다양한 과학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에 연구 내용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도 높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과학과 사회의 즐거운 만남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새롭게 책정된 과학문화홍보비는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PUR를 시행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기회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생색내기’나 ‘부풀리기’ 같은 오래된 관행이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이제 과학기술계는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를 리드하는 이념과 양식,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 발표 100주년을 기념한 기조 강연에서 세계적인 입자물리학자인 메릴랜드대학교의 제임스 게이츠 교수는 “아인슈타인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남긴 소중한 유산은 창조적인 인류, 인류 개개인의 창조성”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것을 우리에게 적합한 PUR를 통해 이뤄나가야 한다.

새로운 천년을 맞으면서 세계적인 석학들은 한결같이 혁신(innovation)과 지속 가능성(sustainablity), 융합(fusion)이라는 단어를 제시하면서 국가 정책에도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인이 지구라는 푸른 별이 인류의 지속 가능한 삶의 터전이 되도록 하며, 우주라는 신세계가 세계인을 위한 혁신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융합은 혁신과 지속 가능성을 연결하는 다리로서, 이념간 융합, 동서양 융합, 사회계층간 융합,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과학의 융합, 과학 분야들간의 융합은 이제 생존을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패러다임이다. 이번 미국과학진흥협회의 연례회의는 융합의 가능성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년 전부터 융합이라는 용어가 자주 회자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과학 분야들간은 물론, 분야 내에서도 전문주의가 너무나도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세상은 갈수록 전체 사회의 창조적 역량 강화를 위해 과학 분야간의 융합, 더 나아가 과학과 타 분야간의 융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융합’은 아직도 하나의 ‘수사’에 지나지 않은 현실이다. 적어도 1년에 한번만이라도 융합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 자리에서 사이언스 넷 링크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결합되고, PUR를 위한 즐거운 전략이 모색된다면 융합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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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프란체스카> [3] - 캐릭터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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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두일/ 이두일

두일은 마흔살의 낙오자다. <두근두근 체인지>의 주인공 모두의 남성판이다. 요즘엔 “곰 푸우의 환생”이라며 팬들의 귀여움을 받지만, 사실 냉정한 기준으로 보면 외모나 경제력이나 사람들이 꺼리는 조건들만 갖췄다. 두일은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른 인물처럼 나서서 웃음을 주는 게 아니라 남들의 코미디를 받쳐주는 그는 극중 배역도 희생적이다. 시청자들에게 부각되기는 힘드나 사랑받아야만 하는 극의 심장이다. 그래서 집에서는 사랑스런 파자마를 주로 입는다. 이두일 형은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극중 인물과 가장 닮지 않은 배우다. 보고 있으면 대학 시절 열혈 운동권 복학생 선배가 생각난다. 실제로 옳고 그름에 대해서 말을 많이 하지 않지만, 과묵한 중에 힘이 느껴진다. 어디선가 상처받은 소년 같다. <앞집 여자>에서도 동네 아줌마와 수다 떠는 남자 역을 했지만 무서울 만큼 강인하고 따뜻한 분이다. 원래는 프란체스카의 남편도 루마니아에서 온 원수 집안 출신 뱀파이어로 설정했었다. 그러나 이두일 형을 보는 순간 “두일은 인간이어야만 한다”는 확신이 왔다.

“솔직담백한 열혈여인”

프란체스카/ 심혜진

프란체스카는 담백하고 반응을 숨기지 못하는 여자이며 참으로 열심히 사는 열혈여인이다. 우기고 또 우기는 게 그녀의 유일한 문제 해결 방식이다. 유사가족의 어머니 역으로 모성이 강하고 가정의 울타리를 사수하려 한다. 고된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이유도 자존심 때문만이 아니라 엄마이기 때문이다. 심혜진 누님은 보는 순간 우리가 생각한 프란체스카 그대로라 압도당했다. 1시간을 노도철 PD와 중언부언 설득했는데, 먼저 일어난 뒤에는 우리끼리 한참 싸웠다. 서로 너 때문에 거절할 거라고(심혜진은 작가와 PD의 첫인상을 “기괴했다. 그러나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고 회상한다). 너무 따뜻하고 작가에게 특히 다시없는 분이다. 2회 대본을 드렸는데 “이번에는 재미가 없네”라며 다른 캐릭터의 에피소드를 집어내며 “우리 가족 중 하나라도 재미가 없으면 안 돼”라고 했다. 쓰면서 마음에 걸렸던 가시인데 “거기 가시 박혔네”라고 지적받았기에 두말없이 고쳐썼다. 곧 극중에서 하절기 ‘깜장 드레스’를 선보인다.

“몸은 소녀, 정체는 큰어른”

소피아/ 박슬기

가족의 큰어른인 왕고모 소피아는 소녀의 몸을 갖고 있다. 너무 어린 나이에 흡혈귀가 되어 세상을 꿰뚫어버렸기에 일이 터지면 두일이 의논하는 상대지만, 어린아이 같은 장난기와 천진함도 있다. 소피아는 슬기를 보기만 해도 떠오르는 캐릭터다. 박슬기는 예전 버라이어티 쇼 대본을 쓸 때 만난 영재들과 닮았다. 평소에는 자폐적이고 넋이 나가 있는 듯하지만 관심분야에 화제가 오면 눈빛이 변하고 말이 끊이지 않는다. 나와 노 PD가 걱정하는 점은 슬기가 NG를 낼 때마다 “죄송합니다”를 외친다는 것, 너무 잘하려 애쓴다는 것이다. 현장을 놀이터로 여겨주면 좋겠다. 슬기는 연기 외에는 먹는 것도 노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조만간 <두근두근 체인지>에서 슬기가 불렀던 노래 <이면수가 좋아>를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들을 수 있다. 마니아를 위한 서비스다.

“남자, 다 나오라고 그래”

엘리자베스/ 정려원

<안녕, 프란체스카> 전에 <폭스>라는 기획이 있었다. 구미호들의 <섹스 & 시티>랄까. 엘리자베스는 <폭스>의 구상에서 끄집어낸 인물로 <섹스 & 시티>의 사만다와 비슷한 캐릭터였다. 패션감각이 뛰어나 출근길에 빨랫줄에 걸린 옷으로 슥슥 옷을 만들어 입는다는 설정도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알고 보면 프란체스카와 오랜 라이벌이다. 그런데 려원이는 정작 치마 입는 것도 화장도 좋아하지 않고 남자를 유혹하는 연기도 불편해 했다. 배우의 감성에 맞지 않는 부분을 고친 결과 지금의 엘리자베스는 남성 종족 전체에 대해 거만해져 있는 캐릭터다. 엘리자베스와 켠이는 같은 또래인 10대 고교생의 느낌이다. 여학생 쪽은 조숙한 반면 남학생은 여학생들에 비해 어리지 않나.

“딱 <프렌즈>의 조이!”

켠/ 이켠

켠은 코미디 구성에서 언제나 빛을 발하는 일종의 바보 캐릭터다. <프렌즈>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조이에 대한 오마주다. 조이는 의리를 중시하는 상당히 동양적인 캐릭터다. 켠의 문제는 지능이 낮다고 설정하니 정상적 스토리가 안 나온다는 것인데 5회부터 활약이 커진다. 애정 결핍이라 남녀를 가리지 않고 잘해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켠을 통해 퀴어 서브 텍스트를 보여준다(5회에서 켠은 한국 게이들도 벽장을 열 때라고 말하고 빌리지 피플의 <YMCA>를 들려주며 한 의사를 유혹한다). 연기자 켠이는 힙합 소년의 느낌이다. 키덜트는 아니지만 자유롭고 천진한 요즘 세대다. 촬영 끝나면 클럽에 놀러 갈 것 같은. 제작진도 의식적 연기보다 맑고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원한다. 배우로서 백지상태라 빠른 속도로 많은 걸 흡수하고 있다.

“44살의 성형미인?”

희진/ 박희진

두일과 뱀파이어들은 진짜 가족이 아니라 가족 행세를 한다. 그들이 가족과 남남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려면 계속 집에 들락거리는 외부자가 필요하다. 집주인 희진은 바로 그 스위치 역할을 하는 캐릭터. 스스로 200살이라 나이를 괘념치 않는 켠이에게 반한 희진은 사실 44살의 성형미인이다. 그녀가 <졸업>의 한 장면과 같은 구도로 등장한 이유는 차차 알게 된다. 대본을 연구해 소품부터 악센트까지 반드시 뭔가를 플러스해주는 박희진은 스스로 한 사람의 작가 몫을 하는 연기자다. 희진 역은 그녀의 재능에서 아주 독한 부분만 이용하고 있는데 사실 박희진이 지닌 폭과 깊이는 누구도 모른다(노도철 PD는 박희진을 가리켜 이경실, 김효진, 정선희를 잇는 정통 연기가 가능한 MBC 여성 코미디언이라고 평한다). 정리 김혜리

신정구 작가는 음반 기획사를 다니다가 인생행로를 꺾어 <세친구> <칭찬합시다> <느낌표>의 작가로 활동했으며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등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 <두근두근 체인지>로 MBC 방송연예대상 특별상을 수상한 지난 연말에는 단상에서 덩실거리는 춤 동작으로 수상의 환희를 표현해, 유사 이래 무미건조함으로 일관한 대한민국 수상 소감 역사에 한획을 긋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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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ce 2005-03-15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무느무 재밌어서 웃다가 허리가 아픈 시트콤!
미쳐 못보고 있던 지난회가 궁금하여 결국 종가집 김치에 개인정보를 팔았다. 흑.
어제는 TV로 보았다. 소피아의 이면수가 좋아~ 노래와 낚시하는 프란체스카.. 크크.
다음주가 기대된다. 으흐흐흐

Choice 2005-03-21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윽! 이번 주에 프란체스카 안한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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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프란체스카> [2] - 어처구니없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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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시트콤? 불법체류 콩가루 극빈 가족 시트콤!


전 국민의 문제인 외모 지상주의를 다룬 <두근두근 체인지>(이하 <두두체>)가 10대들의 시트콤으로 수용된 것이 못내 아쉬웠던 노도철 PD는 그때부터 가족 이야기를 구상했다. “나와 신정구 작가도 가족을 떠나 혼자 오래 살아왔다. 오늘날의 가족은 한달에 1시간도 마주앉아 대화하기 힘들다. 눈뜨면 같이 밥 먹고 얘기하고 다투는 장면 자체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신정구 작가도 말한다. “우리 세대나 더 어린 세대는 가족을 불편해한다. 가족들이 가족임을 느끼려면 친구를 사귀듯 노력이 필요하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당연히 뭘 해줘야 한다고 생각할 뿐 한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래서 아버지가 인간적으로 흔들리고 약한 모습을 보일 때 오히려 미움의 핑계로 삼기도 한다.” 5번째 에피소드 ‘묘하게 미끌거리고 낯선 명절’의 도입부를 보자. 짐짓 늦게 들어간다고 전화를 걸고 깜짝 귀가로 가족을 기쁘게 하는 정겨운 남편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두일은 문득 부러워져 프란체스카에게 전화를 건다. “어, 난데.” “(차갑게) 근데?” “오늘 회식이 있어서 늦어.” “(싸늘하게) 그래서?” “먼저 저녁 먹으라고.” “(냉랭하게) …미친 거야?”

<안녕, 프란체스카>가 건드리는 두 번째 공감대는 가난이다. 따지고 보면 가난은 오늘날의 가족이 거의 유일하게 공동으로 감당하는 과제다. 일찍이 분유 절도와 세뱃돈 가로채기를 감행했던 두일과 식구들은 조만간 부동산 사기를 당해 중고 승합차 한대를 집삼아 떠도는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게 된다. 이것이 미국 시트콤이었다면 시민권자 한 사람에 빌붙어 위장 가족으로 사는 불법 체류자들의 이야기를 했을 거라는 신정구 작가의 말은 <안녕, 프란체스카>의 본색을 짐작게 한다. 2월28일 방영된 5회에서 두일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는다. 그러나 피자 배달 늦는다는 소식에 “죽여버리겠다”고 격분하던 프란체스카는 두일의 교통사고 소식에는 덤덤하다. 한술 더 떠 뱀파이어라 죽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보험금을 노리고 병실까지 폭파한다. 판타지에 기댄 잔혹한 은유다. “죽지는 않아. 하지만 아파”라는 두일의 말처럼 가족은 죽지 않을 만큼 서로를 다치며 살아가는 것이다. 어쨌거나 수백년을 홀로 잠들었던 뱀파이어들과 외톨이 두일은 자꾸 서로에게 익숙해져가고 있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라는 프란체스카의 말에 두일의 콧등이 시큰해지는 날도 있지만 지속적 위안은 없다. <안녕, 프란체스카>가 말하는 바는 스위트 홈 예찬이 아니라, 가족이 줄 수 있는 것은 찰나의 온기뿐이지만 그것은 그 자체로서 삶에서 중요하다는 진술이다.

만화와 코미디에 익숙한 세대를 웃기다


만화적인 장면 구성, 내적 서사를 면밀히 뒷받침하는 선곡, 스탠딩 코미디에 육박하는 또렷한 캐릭터와 열연, 패러디 대신 직선적인 풍자를 선호하는 우직함 등등 <안녕, 프란체스카>는 <두두체>의 양식을 이어받고 있다. 그렇다면 <안녕, 프란체스카>의 전작을 훌쩍 넘어서는 반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먼저 흡혈귀는 진부한 듯하면서도 무의식에 강렬히 호소하는 캐릭터이고 선명한 장르적 도상이다. 즉, 스타일화(化)가 용이하다. 음울한 가족사진과 로고음악인 고지마 마유미의 는 쉽고 빠르게 <안녕, 프란체스카>를 인지시켰다. 주연 대부분이 신인이었던 <두두체>와 달리 중견 배우 심혜진, 이두일이 무게중심을 잡은 가운데 캐릭터들도 5회에 이르러 대부분 안착했다. 게다가 개성적 외양을 가진 <안녕, 프란체스카>의 인물들은 인형이나 액션 피규어처럼 어필한다. 월요일 밤 11시로 옮겨온 방영시간의 이점도 있다. “11시는 성인 시트콤 시간대다. 성인 시트콤 하면 흔히 섹스코미디를 떠올리는데, 사실 같은 시간에 케이블 채널 돌리면 진짜 성인영화를 볼 수 있으니 그것은 장점이 못 된다.” 심야 시간대가 <안녕, 프란체스카>에 주는 프리미엄은 은근한 금기의 선을 넘나드는 여유다.

<두두체>에서도 원조교제, 동성애를 그린 작가와 PD의 배포는 여전하다. 어려서 가출 못하겠다는 슬기에게 희진은 “너 아직 멘스 안 했니?”라고 묻는다. 분유를 훔친 두일과 원조교제에 말려든 슬기가 파출소 신세를 지기도 한다. 동성애도 밝은 코미디에 담긴다. “다들 시치미 떼고 있는 거야 뭐야, 그런 기분이다. 모든 여자가 생리를 하고 그걸 나이든 세대는 멘스라고 부르는데 뭐 그리 조심스러운가. 원조교제도 있는 걸 안 다룬다고 사회가 밝은 건가.” 신정구 작가는 어떤 현상을 정색하고 비판한다기보다 엄연한 현상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복남매, 운명적 사랑, 고부갈등 등 기존 드라마의 전형을 꼬집은 의도도 비슷하다. “그걸 왜 블랙 유머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중에는 나도 재미있게 본 드라마도 많다. 비난하는 게 아니라 웃음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신정구 작가가 의도적으로 비판하려는 것은 오히려 집주인에게 동생을 상납하다시피 보내는 프란체스카 가족의 태도나 모범적인 척하지만 속으로 금이 간 이웃 가족의 모습이다. 뱀파이어라는 조건이 낳는 전복의 즐거움도 뺄 수 없다. “볼 때마다 소름 끼쳐”라는 두일의 말에 “고마워”라고 답하는 프란체스카나, 인간으로 돌아가고픈 두일에게 “지식 검색해보니까 군대 가면 사람된대”라고 가르쳐주는 켠이 주는 웃음의 맛은 예리하다.

“하고 싶은대로 논다” 최강의 ‘자뻑’ 팀

노도철 PD는 <스타워즈> <영웅본색> <에반게리온>의 세대를 자임한다. 그리고 그 세대의 눈으로 프레임을 그린다. 예컨대 썰렁한 상황이 벌어지면 보자기 쓰고 구석에서 구시렁대는 <슬램덩크>의 강백호가 어른거리고, 주인공이 몽상에 빠질 때면 갑자기 뻗는 무지갯살을 본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화면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감수성에 감응하는 시청자들이 <안녕, 프란체스카>에 박수치고 있다. “언제까지 이 감성이 먹힐지는 모르겠다. 남다르게 하려고 작심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논다.” 4회를 편집하면서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는 노 PD와 신 작가의 거리낌 없는 도취는 전염성이 막강하다.

현장에서 만난 박희진은 대본이 나오는 수요일을 연재만화처럼 두근거리며 기다린다고 했다. 좋아서 하는 일에는 당할 장사가 없다. 얼마 전 단합의 술자리에서 이두일은 “내가 근사한 것을 만들고 있다는 이 느낌, 그게 배우에게 정말 소중한 거다”라고 후배들에게 일렀다고 한다. 24회로 기획된 <안녕, 프란체스카>는 뱀파이어 대주교 앙드레가 도래하는 12회에서 이야기를 일단락짓고 나머지 12회를 약간 달라진 평면에서 전개한다. 제작진은 루마니아 로케이션 촬영도 욕심내고 있다. 캐릭터가 무르익어 캐릭터끼리만 모아두어도 저절로 이야기가 풀립 무렵 끝나버리는 시트콤의 수명에 아쉬움을 품어온 신정구 작가와 노도철 PD의 어렴풋한 소망은 <안녕, 프란체스카>가 국내 최초로 시즌을 거듭하는 시트콤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즌2는 아직 먼 훗날의 일. 당장 <안녕, 프란체스카>의 제작진은 매번 다음 회가 최고 걸작이라는 용감무쌍한 약속을 시청자와 스스로에게 남발하며 뱀파이어마냥 밤잠을 설치고 있다.

<안녕, 프란체스카> 어처구니없는 순간들

“저런 더러운 것이 평화의 상징이라니!”

비둘기
직접 사냥을 해서 식탁을 차리는 알뜰주부 프란체스카가 즐겨 쓰는 재료. 토종닭인 줄 아는 이웃 한남동 주민들 사이에 별미로 소문났다. 뱀파이어 가족이 생계대책으로 곧 개업할 포장마차에서도 메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비둘기가 수난을 겪게 된 것은 순전히 동식물에 대한 호오가 분명한 신정구 작가의 개인적 악감정 때문. 이면수는 생선 주제에 이름이 ‘수’자 돌림이라서, 가지는 채소 주제에 보라색이라서 싫어하는 신 작가는 “중학교 등굣길에서 토사물을 먹는 비둘기를 보고 저렇게 더러운 것들이 평화를 상징한다는 사실에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다”고 해명한다. 평화의 상징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 공감대도 있다고. 극중 아기용 모빌로 뼈다귀가 재활용되기도 했다. 이러다 국민간식이 되는 게 아닐까 앞질러 근심하는 프란체스카 폐인도 있다.

난데없는 뮤지컬 시퀀스
노도철 PD와 신정구 작가가 즐겨 쓰는 시퀀스로 일명 ‘은유없는 뮤직비디오”가 있다. 예컨대 노래 가사에 아스팔트가 언급되면 아스팔트를, 커피향이 나오면 커피잔을 가감없이 찍어 연결하는 호쾌한 장르적 관습을 갖고 있다. 친절한 가사 자막도 깔린다. 켠이에 대한 희진의 사랑을 그린 <여의도 킹카> 뮤직비디오가 있었고, 이 밖에도 <문 리버> <돌아오라 소렌토로> 등 아무 맥락없이 노래 한곡을 완창하는 립싱크가 인물들의 애절한 마음을 표현하는 불상사가 잦다.

음악광 엘리트
남자 운이 지지리도 없는 엘리자베스를 속 터지게 한 첫 번째 괴짜. 뮤지션의 꿈을 접고 사업가가 되는 바람에 이루지 못한 꿈에 몸부림친다. 로맨틱한 시간을 끌어내려는 여자의 배려도 모른 채 시도 때도 없이 악흥의 포로가 된다. 쉬지 않고 BGM을 바꿔 틀다 못해, 전화벨을 따라 부르더니 급기야 초인종의 <엘리제를 위하여> 멜로디에 계이름을 넣어 열창한다. “미레미레미시레도라”라는 계명창은 정려원이 현장에서 낸 아이디어라고.

프란체스카의 고집
<아담스 패밀리> 모티샤의 고혹적 외모와 웬즈데이의 무표정을 겸비한 엽기적인 그녀 프란체스카에게는 “그러니까”도 없고 “그렇지만”도 없다. 그냥 선언할 뿐이다. 폭행 현장 증거 사진을 들이대도 “합성이야” 한마디로 일축하고, 친엄마가 여자아기라는데도 “이 아이 이름은 두일입니다”라고 우긴다. 일단 몰입하면 집착도 강해 뒤늦게 배운 화투에 매료된 프란체스카. 유괴된 아이들의 부모 모임에서도 고스톱 한판을 제안했다가 면박을 당하지만 굴하지 않고 되묻는다. “그래서 패 돌려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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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cine21

<안녕, 프란체스카> [1] - 노도철 PD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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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cine21.com/choice2p/8521

MBC 주간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가 신명나게 작두를 타며 월요일 밤을 귀곡성 같은 웃음소리로 물들이고 있다. 물론 4회 10.9%, 5회 9.4%로 집계된 시청률(전국 닐슨 미디어 리서치 집계)은 인기 드라마들에 견줄 바가 못 되고 동시간대에 포진한 <야심만만> <폭소클럽>의 벽은 강고하다. 그러나 이 우격다짐 뱀파이어 가족에게 일단 ‘물린’ 시청자들은 서슴없이 ‘피의 아들딸’을 자칭하며 방영 5회 만에 온라인 게시판에 6천여건의 글을 올리는 열정을 발휘하고 있다. 어둠의 경로로 불리는 불법 파일 받기 사이트에서도 <안녕, 프란체스카>의 인기는 만만찮다. 사태의 주범은 지난해 <두근두근 체인지>로 시트콤계에 새로운 피를 수혈했다는 평가를 받은 노도철 PD와 신정구 작가(본지 464호 참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최고의 코미디로 꼽는 PD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를 사랑하는 작가가 창조한 극악무도한 가족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가 내뿜는 다크 포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왜 하필 <안녕, 프란체스카>가 우리를 목놓아 웃게 하는지 물었다.

지난 2월7일 월요일 밤 <iMBC> 시청자 게시판 한 귀퉁이에서는 소란이 벌어졌다. 월·화 드라마 2회분이 연속 편성되는 바람에 주간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연출 노도철/ 작가 신정구/ 구성 조진국, 박은정, 남지연)가 결방되자 열혈 팬들의 항의가 14페이지에 걸쳐 빗발친 것이다. 그러나 더 인상적인 것은 수습에 나선 연출자 노도철 PD의 글. 점잖은 해명 대신 느닷없이 “다들 진정하시고 잠깐 이 시를 외워볼까요?”라고 제안한 노 PD는 <안녕, 프란체스카> 첫회에서 프란체스카가 요리한 비둘기를 백숙인 줄 알고 먹은 두일이 읊었던 추모시를 적어 내려갔다. “비둘기야∼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야∼ 얼마나 평화로웠으면 유엔의 마크가 되었겠니? (중략) 너를 먹었다는 것보다 더 힘든 게 뭔지 아니? 그건 네가 먹을 만했다는 거야.” <안녕, 프란체스카>를 둘러싼 분위기가 대략 이렇다.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작품 속에 흥겹게 빠져 있는 것이다. 그들은 같은 파티에서 같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다. 뱀파이어라는 강한 코드 때문인지 젊은 팬들의 애정 표현방식도 격하다. “우리를 웃겨서 죽이려는 시트콤”이라는 음모론이 떠도는가 하면 “너무 재미있어서 토할 뻔했다”는 말로 찬사를 보낸다.

7회 방송분 촬영 첫날인 2월25일 아침 9시. 대본 낭독을 위해 방송사에 모인 <안녕, 프란체스카> 출연진과 제작진의 모습도 러닝 하이(running high: 질주가 주는 고양감) 단계에 접어든 장거리 주자의 그것이다. “초반 반응이 너무 뜨거워 연기자 입장에선 앞으로 뭘 더 시킬지 겁난다”는 프란체스카 역 심혜진은 선배답게 제작진에게 다짐한다. “드라마란 완급이 있는 건데 반응에 휘둘려 페이스를 잃으면 안 돼.” 이날 첫 촬영지는 금천구의 할인마트. “요즘 TV에서 제일 재밌는 프로라 생각할 것도 없이 섭외에 응했다”고 말하는 게스트 이주현이 조관우의 <늪>이 흐르는 가운데 ‘유부녀’ 프란체스카의 뒤를 밟는다. 장보러 나왔다 구경하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수군거린다. “심혜진이 귀신으로 나온다는데? 무슨 귀신이 마트에 온대?” 매일 저녁반찬 걱정하며 궁색한 살림을 사는 뱀파이어. 따지고 보면 그것이야말로 <안녕, 프란체스카>의 요체다.

왜 하필 뱀파이어인가?

이게 다 무슨 호들갑이냐고 어리둥절해할 독자를 위해 <안녕, 프란체스카>의 구도를 잠깐 소개하자. 멸족위기에 처해 도쿄의 안전가옥으로 피신하다가 인천항에 잘못 내린 루마니아의 뱀파이어들이, 때마침 프로포즈를 퇴짜 맞고 사고로 길에 쓰러져 있는 노총각 두일과 마주친다. 일행 중 프란체스카에게 목덜미를 물린 두일은 본의 아니게 뱀파이어가 되고 갈 데 없는 흡혈귀 가족의 생계를 떠맡는다. 소녀의 외모를 한 왕고모 소피아, 프란체스카, 몸치장에 재능있는 엘리자베스, 기근 때 닭피로 연명한 탓에 머리가 나빠진 켠. 이기적이거나 냉혹하거나 철이 없는 이들은 무늬만 가장인 두일을 착취한다. 여기에, 남편들의 유산으로 수상쩍은 재산을 모은 ‘사마귀 여인’ 희진이 도도한 집주인으로 가세한다.

그럼 왜 하필 뱀파이어인가? 게다가 <안녕, 프란체스카>는 첫회에서 이 흡혈귀들이 햇볕과 마늘을 즐기고 피를 안 먹어도 그만이라고 정리해버렸다. 이는 투명인간이나 시간여행 같은 기본 설계가 왜 재미있는지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 다른 ‘판타지 시트콤’과의 차이다. 신정구 작가는 “흡혈장면은 상상만 해도 불편했다. 우리 캐릭터는 호감형이어야 하고 친근해야 한다. 어차피 호러 장르는 비주얼이 반 이상인데 방송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노도철 PD는 “판타지 시트콤의 덫은 초기 설정으로는 눈길을 끌기 쉽지만 그것만으로는 시청자들이 지속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현실의 공감대를 자극하지 않는 한 흡혈귀가 인간이 되건 말건 시간여행자가 과거로 돌아가건 말건 시청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피보다 생활상식과 돈에 굶주린 프란체스카 가족은 미국 시트콤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이 외부자의 순진한 눈에 비친 인류학 연구로 에피소드를 채워나간다면, <안녕, 프란체스카>의 흡혈귀들은 본디 인간이었고 수백년을 살았기에 인간성은 알 만큼 알고 만사에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다시 왜 뱀파이어인가? 애초에 각기 다른 괴물로 가족을 구성하는 <M>(몬스터의 M)을 구상하기도 했던 노 PD는 뱀파이어가 다른 괴물과 달리 인간과 어울려 산다는 점에 주목했고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앤 라이스 원작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흡혈귀는 오해받은 소수자이며 하나의 특수한 생활양식이다. “쥐는 먹지 말랬지?”라고 서로를 타박하기도 하고 성숙한 정신과 성장을 멈춘 육체의 갈등 때문에 고뇌하며 죽지 못해 세상을 유랑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안녕, 프란체스카>가 ‘가족 행세하는 뱀파이어’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획득한 최고의 자산은 현대 가족에 대한 신랄한 은유의 공간이다. 마흔살의 경쟁력 없는 남자 두일은 과거 나쁜 아들이었으며 그나마 자기 가족을 꾸려보려던 시도-구혼에 실패한 순간, 뱀파이어 가족이 된다. 그에게 이 가족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짐이며 글자 그대로 피를 빠는 괴물이다. 한편 뱀파이어 입장에서 두일은 재수없게 걸려든 무능한 부양자다. 두일과 뱀파이어들이 서로에게 품은 불만은 판타지의 틀을 빌리지 않는다면 말하기 너무 험악한 오늘날 가족간의 원망을 슬쩍 건드린다.

노도철 PD 인터뷰

“내가 가진 모든 기술을 쏟아부어 정착시키고 싶다”

노도철 PD는 MBC 예능국 입사 뒤 <환상여행> <게릴라 콘서트> <여자 vs 여자>를 거쳐 <느낌표>의 ‘하자하자’ 코너를 담당했다. <서경석의 하지 마>로 입봉했고 미니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로 주목받았다. 좋아하는 영화를 DVD로 수십번씩 보는 그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전파를 타고 순식간에 휘발되는 TV 프로그램의 덧없음. 머릿속에 장면에 대한 계획이 서면 현장에서 절대 양보가 없는 그를 가리켜 파트너 신정구 작가는 “MBC 3대 폭군”이라고 귀띔한다. 나머지 두 폭군은 누구냐고 물었으나 “그건 알 수 없다. 원래 노도철한테 쓰려고 만든 말이라서…”라는 무책임한 답만 얻었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스타일은 길게 보면 <두근두근 체인지>의 연장이다. 그런데도 반응은 훨씬 뜨겁다.

=<두두체>는 끝날 무렵에야 관심을 모았다. <안녕, 프란체스카>도 시놉시스를 공개했을 때는 반응이 없었다. 우리 작품이 원래 글로 줄거리를 써놓으면 유치하지 않나. 제작발표회도 그날 연예인 X파일이 터지는 바람에 기자가 10명밖에 안 왔다. 정려원이 주인공인 청춘물이라고 짐작하는 기자도 많았다. 그런데 회가 거듭되면서 우리가 허를 찌른 것 같다. 이제 개인적으로 재밌어서 취재왔다는 기자들도 있고 작은 역이라도 기꺼이 출연하겠다는 연기자도 있다.

-심혜진이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다.

=처음에는 차고 지적이고 긴 머리가 어울리는 이미지에 끌려 캐스팅했다. “촬영장에 나오고 싶어 근질근질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망설이는 분을 설득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심혜진은 정통 연기에 능숙하면서도 코미디를 몹시 즐겨보는 팬이었다. 스탠딩 코미디를 흉내내기도 한다. 본인 역뿐 아니라 전체 대본의 약한 고리를 정확히 지적해준다.

-이번에도 스튜디오에서 찍지 않고 실제 장소로 카메라를 들고 나가 찍고 있다.

=처음 6개월 24회분을 받아들었을 때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세트로 갈 생각도 했다. 그런데 세트에서 찍은 판타지 시트콤들을 보니 아무래도 그림이 칙칙했다. 장르가 장르니만큼 미술이 중요한데 아무리 애를 써도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면 <논스톱> 세트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래서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우리 팀의 장점을 살려 틀에 잡히지 않은 공간으로 나가기로 했다. 마침 앤티크 가구가 딸린 집을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즌 체제의 시트콤을 만들어보려는 욕심이 있는 걸로 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선결조건이 있다. 시청률이 일단 높게 나와야 하고 첫 시즌 종영 뒤 시청자들이 작품을 기억하는 것은 물론 프란체스카 식구들을 그리워해야 한다. 물론 수지타산이 맞아야 하며 준비기간 중 스탭의 생계를 보장하는 프리프로덕션 시스템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목표라 일단 이번 시즌에서 아이템을 소진할 거다.

-시트콤 연출자로서 개인적 전망은.

=짧은 연차에 시트콤의 컨셉을 내고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프로듀싱을 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장기적 계획은 엄두도 안 난다. 지난 반년간 오직 <안녕, 프란체스카> 준비만 했고 방송이 시작된 지금은 내가 가진 모든 기술을 쏟아 정착시킬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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