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의 남장 여행가 김금원 역사 인물 돋보기 예술+문화 2
신혜경.김용심 지음, 김병하 그림 / 보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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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며 처음 마주한 이름, 김금원. 솔직히 말해서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열네 살", "남장", "여행"이라는 단어들이 한 줄에 모여 있으니 이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 조선시대 여자아이가 혼자 금강산을 향해 떠났다고? 그것도 글 쓰기를 좋아했던 소녀가, 그것도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긴 유람기까지 썼다고? 당연히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금원은 양반가에서 태어났지만, 그런 배경보다 더 인상 깊었던 건 그녀의 ‘결심’이었다. 책으로 읽던 세상, 머릿속에만 있던 금강산을 실제로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보러 간다’. 정말 단순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말.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그 말 한마디를 열네 살 소녀가 해낸 것이다. 그것도 남장을 하고 말이다.


나는 요즘도 어디 좀 멀리 가려면 지도 보고, 후기도 읽고, 이래저래 준비하다가 결국 귀찮아서 다음 주로 미루기 일쑤인데, 이 아이는 말 그대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몸소 그 세계로 뛰어들었다.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대에 말이다. 누가 데려다주는 사람도 없이, 여성이 혼자서, 금강산까지 가겠다고 길을 나섰다니. 뭘 믿고 그랬을까? 그 믿음의 한 축은 어머니였다고 한다. 아이를 믿고 허락했다는 그 어머니 또한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사람이다.


사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었는데, 정작 아이보다 내가 더 빠져들어 읽었다. 어느새 금원이가 걸었던 돌길을 따라 걷는 상상을 하고 있었고, 금강산 절벽 위에서 그녀가 바라봤을 하늘을 떠올리고 있었다. 나도 언젠가 저런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나도 그렇게 단단한 결심을 품고 세상을 마주한 적이 있었나, 되묻게 되더라.


금원은 돌아와 기생이 되었고, 시를 쓰고 사람들과 모여 시 모임을 꾸렸다. 누군가는 기생이란 단어에 편견을 가질지도 모르겠지만, 그 시대 여성에게 허락된 유일한 ‘자유의 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제약된 삶 속에서도 그녀는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예술로 기록했다. 시와 여행, 그건 분명 그녀에게 날개였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위인전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큰 세상을 꿈꾸고, 그걸 직접 발로 걸어간 소녀의 이야기다. 누군가를 따르기보단 자기가 본 것을 직접 믿고 싶었던, 호기심 많고 단단한 마음을 가진 한 사람의 삶이다.


읽고 나면 가슴 한쪽이 쿵 한다. 나도 지금 당장 무언가를 시작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비록 금강산은 아니더라도, 내 마음속 어딘가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그 ‘어딘가’를 향해서. 아이가 읽어도 좋고, 어른이 읽으면 더 좋은 책. 가볍게 시작해서 마음이 묵직해지는 이 기분,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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