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상 수상작품집 4
정태원 옮김 / 명지사 / 1995년 10월
평점 :
절판


에드거상 [Mystery Writers of America]
일명 미국 추리작가 협회상(MWA: Mystery Writers of America)이라고 한다. 이 상에는 장편상·신인상·실화상(實話賞) 등이 있다. 1954년부터 시작되어 소설은 물론이며, 평론·텔레비전·영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에 걸쳐 시상한다. 작품 선정은 현역작가와 협회 회원들이 한다. 수상자에게는 에드거 앨런 포의 조상이 수여되고,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레이븐(Raven)패가 주어진다. 수상작들은 명성에 걸맞게 대부분 수작들이며, 많은 수상작품들이 국내에도 번역·소개되었다.

이 에드거상 단편 수상 작품집은 국내에서는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947년의 수상작 엘러리 퀸의 《미친 티 파티》에서부터 93년작인 로렌스 블록의 《켈러의 요법》에 이르기까지 에드가상을 수상한 단편들을 모았다. 한 권으로 모두 모아서 내줬으면 더 좋았을텐데, 약간은 아쉽다. 더 아쉬운 것은 각권의 가격이 총 15000원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가격인 것. 수록된 작품은 그렇다치더라도 이런 별 볼일없는 책 디자인의 책에 그런 가격을 붙이다니, 출판사의 장난이 다소 심했다고 본다. 마지못해 사보게 되는 추리소설 독자들을 우려먹으려는 출판사의 속셈인 것 같지만.

1,2,3권의 작품들이 더 구미가 동했지만,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아쉽게도 4권뿐이다. 개인적으로 그저 그런 작품들뿐이었지만,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도둑들》이라는 작품은 상당히 재미있는 걸작이다.

《번개를 타라》라는 작품은 하드보일드와 적절한 추리적 구성이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그러나 범인의 설정은 너무 흔해빠진 것이여서, 나같은 에드가상 작품집을 처음 읽는 독자를 다소 아쉽게 하지 않았나 싶다.

《핀톤군의 비》라는 작품도 그저 그런 작품이었다. 인간의 심리와 비의 이미지가 어우러지는 것 외에는, 밋밋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소프트 몽키》라는 작품은 그럭저럭 볼 만한 작품이다. 자신의 소프트 몽키와 함께 안주하려는 흑인 여성과, 그녀를 괴롭힌 사악한 악당들. 그녀는 결국 안주할 공간을 찾게 된다.

《공포 영화》라는 작품의 결말은 그리 시원스러운 것이 아니다. 마치 더운 여름에 땀에 절어 등산을 한 뒤 집에 돌아와 절수가 되어 바로 샤워를 하지 못하는 그런 결말이다.

《도둑들》은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이다. 두 명의 은행 금고에 침입한 강도들의 해프닝을 다루고 있는데, 코믹한 구성과 적절한 결말의 처리가 괜찮은, 그나마 이 작품집 속에서 가장 산뜻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엘비스는 살아있다》나 《아홉 명의 아들》은 그냥 그런 작품들이었다. 왜 에드가상을 받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작품들이기도 했다.

《메리, 메리, 문을 닫아라》라는 한 사립탐정의 끈질한 의지와 집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것도 그럭저럭 덜 우러난 곰국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마지막 작품은 《켈러의 요법》도 큰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1,2,3 권의 작품들을 보았으면 더 좋겠지만, 근처 서점에서는 구하기도 힘들거니와 가격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너무 비싸다. 차라리 네 권을 묶어서 파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 같다. 출판사의 배려와, 이 책을 사기를 망설이게 만드는 형편없는 책의 디자인이 참으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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