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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51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스티븐 킹의 2006년 작인 <셀>은 핸드폰 전파로 인해 머리가 포멧(?!)되어버린 인간들과의 사투를 벌이는 휴대폰을 가지지 않은 괴짜들의 생존 투쟁을 다루고 있다. 거지나 노숙자도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는 한국 사회와는 약간 다르게 이 책에서 읽어본 휴대폰 문화를 살펴보면 미국에서는 절대다수가 휴대폰을 가진 것은 아니며, 대학생들이 주로 휴대폰을 가지고 있고 작가가 암시하듯이 휴대폰이라는 문명의 이기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과 구속감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셀>의 등장인물들은 총 3명이다. 괴짜 독신남 톰, (사실 핸드폰이 있었으나 우연한 기회로 손상되어 좀비가 되는 것을 그는 면했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좀비들의 공격을 무릅쓰고 고향으로 향하는 클레이,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어린 소녀 앨리스이다. 개인적으로 주인공들의 이름이 외우기 쉬워서 너무 좋았으며, 전개도 빠르고 배경 및 주어진 상황도 긴장감이 넘쳐 영화로 만들면 딱 좋을 것 같은 소설이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작품은 종래의 흡혈귀나 좀비 호러의 전통을 잇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2006년 발표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이다. 거대한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이 일련의 음모와 사건에 말려들어 모두 좀비나 괴수가 되는 상황에 또 이상황을 극복해 나가야만 하는 일련의 사정들은 밀리언클럽 셀러의 다른 명작 <나는 전설이다>라는 작품에서도 보았던 사건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전설이다>에서처럼의 주인공 한 사람의 고독한 사투가 아닌, 이 <셀>에서는 세 명의 주인공이 각기 다양한 능력과 감성을 사용하여 사건을 해결해나가며, 다른 사람들(그러나 마음을 열지 않는)의 도움을 받거나 위기에 몰린 사람들을 특유의 재치와 센스로 해결해나가는 장면들을 선보이게 된다. 문명의 이기라는 핸드폰을 통해 문명의 혜택을 향유해야할 인간이 마치 원시인과 원숭이처럼 퇴화됨을 보여줌으로써 작가인 킹은 무엇을 암시하고자 하였을까? <터미네이터>나 <로보캅>과 같은 문명의 이기에 대한 공포? 아니면 말라버린 인간의 마음에 대한 연민과 정화일까? 아니면 아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진정한 가족애와 부성애가 이 작품의 주제일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주제와 면모를 살필 수 있어 상당히 재미있고, 의미있는 작품이며, 킹의 작품을 많이는 안 읽어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상위 랭킹에 올려도 부족함이 없을 작품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영화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역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킹의 중편 <안개>와 더불어.)
이 작품의 문제의 근본 원인이자 해결 방안이 되는 휴대폰은 인간의 공포와 불안, 혼란을 조성하는데 최고의 도구이자 소품이라고 생각된다. 문명의 이기로 인한 이성의 상실과 인간의 퇴화, 그로 인한 끔찍한 죽음과 파괴, 양심과 애정의 붕괴를 보여줌으로써 킹은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는 듯하다. <휴대폰 중독에서 벗어나시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또한 이웃이나 가족들의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지만 그 대부분을 무덤덤히 지켜보고, 상황을 관망하고 위기를 벗어나는데 노력한다. 우리도 그들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런 무덤덤한 마음과 생존에의 갈망만이 마음속에 존재하게 됨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이 작품의 결말도 역시 킹답게 <휴!~>하고 가볍고 마음편히 끝낼 수 있는 소설이다. 오락적 요소와 영상적 효과가 지나치게 강조된 재난물로서의 작품성이 강하지만, 스펙타클하고 찐한 감동이 느껴질만한 걸출한 소설을 원하신다면 이 작품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곧 출간될 킹의 최고 걸작이라는 <리지의 이야기>도 눈이 빠져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