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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 혐오에서 연대로
오세라비 지음 / 좁쌀한알 / 2018년 7월
평점 :
혐오인가 아닌가 생각하기 이전에 사람이라면 누구든 기분 나쁜 말을 들으면 불쾌해지고,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 혐오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가 혹은 그것을 하나의 현상으로 치부하는가. 이 지점에서 현대 페미니즘의 시선은 서로 엇갈린다.
하지만 그 현상을 옹호하는 학자들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담은 이 책 또한 그 견해에 대한 비판밖에 되지 않는다. 이 말은 '분열'을 나타낸다. 어떠한 현상에 대해 과연 '틀렸다'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비판할 부분은 비판하고, 이해하고 진일보할 부분에 대해서는 양보하고 협력을 논해야 한다. 휴머니즘을 논한다고 하는 저자마저 현대 페미니즘 광풍에 대해서 오로지 비판만을 하고 있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로부터 혐오의 대상이 되고 조롱 당하는 불쌍한 남성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하지만 그 보호막은 남성 중심 문화에서 주로 옹호되고 있는 일방적인 모습이었다. 저자의 주장이 틀렸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진정 휴머니즘을 위한다면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현상을 이해하고 합치된 주장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았을까. 그 점을 독자들의 몫이라고 남겨놓았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그리고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 또한 반대의 의견을 수용하고 비판할 지점을 비판하되 성에 따른 갈등구도 양분을 그만두고 저자가 말하는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메갈리아'의 역할은 그저 그대로 우리 사회의 '일베'처럼 존재하고 혐오가 이어진다고 받아들인다면, 이제 그 다음 문제는 그것들로 인해 불편한 우리의 감정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현상이 좋지 않다고 해서 비판하는 것은, 현상의 발생을 생각하고 근본점이 무엇인지 짚어내는 사고의 과정과 동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을 생각해보자면 결국 원인점은 하나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동일 임금, 동일 노동, 유리 천장, 여성 배려 등 사회적 평등에 관한 이야기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사회적으로,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그 이전에는 여성의 인권으로 이어지는 불안한 삶에 관해 다가가야 한다. 인간의 존엄만이 가장 우선적으로 평등에 대하여 논의될 사항이다. 존엄적 측면에서 봤을 때, 과연 여성은 차별 없이 평등한가에 대해 묻고 싶다. 이에 대한 나 개인의 의견은 '평등하지 않다'라고 확신할 수 있다.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이 '미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해도 그것은 여성 개인의 주체성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미를 관망하는 남성의 욕구에 의해 객체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남성에게도 미에 대한 욕망이 있다.) 사회에 아무리 가부장제 관습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여성을 오로지 성적 대상으로 치부하고 논하게 되는 썩은 문화에서는 여성은 결코 안심하거나 평등한 위치에서 존재할 수 없다. 여기서 항상 '여자들도 남자들 외모 평가하고 희롱하지 않는가' 라며 반문한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을 성적 대상화하며 희롱적인 발언을 일삼는다기보다 인간으로 존엄해주며 아껴주고 귀여워해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성욕은 성별을 막론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있다. 남성이 더 성욕이 강한 생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또 다른 존엄을 가진 인간을 오로지 성의 욕망을 해소할 도구로만 치부해버리는 왜곡된 문화로 정당화 시킬 수 있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잘못된 욕망의 발현이다. 그리고 또한 이런 일부 인원들 때문에 남성 전체가 일반화로 매도 되어 비난 받고 있다면, 비난하는 자들에게 비난을 돌려주기보다 이런 인원들을 꼬집고 바로잡는 것이 더 상식적일 것이다.
사회의 문화가 너무나 잘못 형성되어 있었고 우리는 그것들을 비판적 사고 없이 본능이 끌리는 대로 만들어오고 묵인해왔다. 성이란 가치를 계속 감추어 들려했던 유교 문화의 폐단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워진 성의 불균형 속에서 성의 가치에 대해 맘 편히 드러내는 것 또한 더더욱 어려워졌다. 지금을 살아오고 있는 우리가 지속되어지는 잘못된 남성 문화를 깨뜨리지 않는 한, 성의 개방화는 더욱 늦어질 것이고, 성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잘못된 인식은 명쾌하다. 성 경험을 남성성으로 여기고 칭송하는 문화, 남성성과 여성성을 주입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성 고정관념, 남성들의 왜곡된 성인식, 성적대상화 등 하나같이 한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형태로 존재한다. 할 말이 있고 하면 안되는 말은 이성적으로 판단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런 남성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도구화하는 소위 '강간 문화'에 너무나 친숙해진 나머지, 그것이 나와는 다른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불안을 안겨주고 존엄에 해를 가하는 인식을 만든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구축시키게 만들어 놓았다.
근 며칠간 그런 잘못된 남성 문화가 사회로 까발려졌다. 그것을 통해 일부 남성들은 뭐가 문제인지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태까지 벌어졌는데 그 속에서 성찰하지 않는 사람은 반성적 사고가 결여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혐오에 혐오로 대항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혐오에 혐오를 혐오로 대항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이제 우리는 문제 의식을 확고히 하고 잘못된 가치에 대해 저항하는 형태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진정 모두가 원하는 페미니즘이자 휴머니즘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언어 습관은 행동양식을 나타내고 사고를 지배하게 된다. ‘말‘은 정신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런 양태는 하나의 문화를 형성한다. 문화가 한번 몸에 배면 벗어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변질된 페미니즘 문화와 워마드식 ‘말‘을 받아들인 청소년들을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P36
사회적으로 전개되는 문제에 유일한 해결책이란 없다. 사회는 그만큼 다원적이며 복잡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라 할지라도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관점으로 사안을 풀어나가야 한다. - P62
성 간의 고정관념이나 성차별, 성불평등, 성별 편견은 우리가 지속해서 진전시켜나갈 과제다.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이 평등해지도록 하는 사회운동이다. 여성과 남성의 지위를 동일하게 하는 정치적 실천운동이다. - P97
페미니즘의 은밀한 진실 한 가지는 ‘여성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투쟁해왔던 페미니즘이 오히려 성차별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이것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다. 급진적 페미니즘이 기승을 부리면 부릴수록 우리의 삶은 각박해지고 시시해진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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